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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무역센터반)    
글쓴이 : 주기영    24-11-27 17:40    조회 : 2,226
'첫눈(?)'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 
참 좋았는데, 첫눈이 대설이 되어버렸습니다.  출근길 차량 정체에 사건 사고가 많아 안타깝네요.
현대 옥상정원에서 사진 한장씩 찍고 들어오신 듯, 저도 저도요.
울샘들 모두 참으로 소녀 소녀 하십니다!
교수님은 눈이 오면 고향에서 '토끼 몰이'를 하셨다는데...

** 공부중
루쉰이 오늘로 막을 내렸습니다.
문학기행에서 직접 보고 온 많은 부분을 하나라도 더 먹여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루쉰과 나쓰메 소세키: 루쉰이 한걸음 더 나아가 자기 분석과 자기 해부에 이름
-루쉰과 볼테르:에드가 스노우(미,기자,작가)는 루쉰을 프랑스 볼테르와 비교
-루쉰과 추근:추근(시인,여성운동가)은 일본이 중국 유학생 규제법을 만들자 귀국-->루쉰은 집단 귀국 반대
-루쉰과 조선:조선은 <광인일기>를 세계 최초로 번역하여 잡지 <동광>에 발표
-루쉰과 홍명희:두사람의 공통점은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을 좋아했다는 것.
-루쉰과 이육사:루쉰의 소설 <고향>을 처음으로 번역/ 루쉰이 죽자 당시 '조선일보'에 추도문
-루쉰과 주안:주안은 루쉰 어머니의 일방적 주선으로 결혼한 아내-->한 집에 살며 딴 방 살림
-루쉰과 쉬광핑:쉬광핑은 북경여사대 제자로 실제로 루쉰과 산 여인(딸, 해영이 있음)
-루쉰과 이영희:루쉰을 영원한 스승으로 여기고 존경
*장례식때 어떤 기념 행사도 하지 말고, 나를 잊고 자기 생활에 충실하라는 것이 '루쉰의 유언'

** 정호승의 시 한편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 가을 학기 종강입니다. 달달한 정호승의 시로 하루를 마감하고 싶은 귀한 저녁입니다.
간식 챙겨준 설영신, 성혜영 선생님,
맛난 밥 먹여준 김화순 선생님, 커피향 가득한 곳에서 지갑을 활짝 열어준 최권수 선생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가을이 풍성하게 막을 내립니다.
12월에 건강하게 뵙겠습니다!


주기영   24-11-27 17:47
    
"첫눈 오면 만나기로 한 남정네가 분명 있었는데,
어디서였는지가 생각나지 않아요. 다행인겁니꽈?"
어느 단톡방에 올린 내 글에 모두 웃었다.
나만 웃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전신마취 후유증과 퉁치기로 했다.
나도 이제야 웃는다.
-노란바다 출~렁
설영신   24-11-27 19:13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 한번 못해 보고 77년을 살다니....
내년에는 첫 눈이 오면 만나자는 사람을 만들어 볼까? 가능할까?
첫눈이라면 눈이 오는 건가 아닌가 했는데  내 생전에 첫눈이 이렇게 펑펑 내린 기억은 안 나요. 
마지막 가을 단풍놀이를 갔던 친구가 밤사이 하얗게 싸인 눈을 보고 놀라 연락을 했드라구요.

루쉰을 오늘처럼 여러 사람들과 어우려 해 주시는 강의도 재미있었습니다.
김화순샘 점심 고맙고 성헤영샘의 달달한 간식 그리고 최권수선생님의 커피 고맙습니다.
우리 반을 위해 봉사해 주는 주기영반장님.
단숨에 복습이 되는 후기까지 올려주니 고마워 어쩌죠.
성혜영   24-11-28 11:14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
후기 제목이 너무 멋져요. 이런 책 있으면 누구나 '너'가 궁금해서 뒤적거려보겠지요.
어제 11층 정원에 들어서며, 계속 제 눈 발자국을 보려고 뒤돌아봤어요.
눈오는 날 눈이 쌓인 곳으로 발을 떼요. 미끄럽지 않거든요.
눈오는 날은 새 신을 신어요. 미끄럽지 않게요.
새신으로 찍은 무늬가 궁금해서 뒤를 돌아보지요.
낭만과는 거리가 먼 내가 살고자하는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