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반 오늘
날씨가 더웠습니다. 여름이라 당연하겠지요. 시원한 곳에서 공부하는 재미는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음을 저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교실에서, 식당에서, 카페에서 좀체 자리를 뜨지 않으려다 보니 수다가 좀 길어졌습니다. 덕분에 시원하게 하루를 잘 보냈습니다.
여기 저기 빈자리가 많았습니다. 결석계 미리 내신 오윤정님, 강수화님 다음주에는 꼭 나오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소식 없이 못 오신 황경원님 무슨 일이 있으신 것인지 저희 모두 걱정했답니다.
오늘은 소지연님이 간식으로 빵을 준비해주셔서 맛나게 먹었습니다. 요렇게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송교수님이 반팔 티셔츠차림으로 오셔서 너무 젊어 보이셨답니다. 저희 모두 좋아 보인다는 말에 “반바지 안 입고 온 것을 다행으로 알라”고 하셔서 여기 저기 웃음꽃이 활짝 피었답니다. 교수님의 유머를 어찌 당할까요.
휴가철이라서인지 글도 잠시 쉬나봅니다.
오늘 합평한 글은 한 작품이었습니다.
안명자님의 <청라 언덕과 같은 내 맘에>
결혼 2년차였던 28살 동생을 떠나보낸 이야기입니다. 동생을 떠나보낸 곳이 대구의 한 병원 이였는데 그 뒤편에 청라언덕이 있었다고 합니다. 삶과 죽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가슴 먹먹한 사연을 글로 쓰며 안명자님은 또 얼마나 울었을까요.
송교수님의 평
좋은 글입니다. 안명자님의 글에는 소녀적 감상이 들어 있습니다. 글이 누구를 향해서 쓰는지 생각해 보아야합니다. 독자에게 필자의 마음이 전달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에 쓴 노래가사에서 보여주는 주제는 글의 앞에서부터 풀어쓰며 넣어 줬어야합니다. 사후의 주제를 염두에 두고 동생을 생각해서 풀어썼다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강수화님의 <결혼 이야기-13>
지난번 글에서 선본 남자와 결혼까지 결심하지만 다리가 불편한 사람임을 어머니는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이 일은 끝이 납니다. 그리고 다시 고민이 시작됩니다. 어디로도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강수화님.
송교수님의 평
강수화님이 결석이지만 그래도 글을 참 잘 쓰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막힘없이 쓰면서 소설적 요소들을 잘 넣어 읽는 내내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정말 잘 쓰시는 분입니다.
여유로운 시간 덕에 다른 공부들을 많이 했습니다.
<나의 초상>
자신을 바라보는 짧은 글입니다. 30년 전에 그린 초상화를 다시 찾아서 보니 너무도 달라보여 한편의 시를 씁니다.
그 옛날 그려 둔 화상을 보니
귀밑머리 푸르른 청춘이구나
얼마나 긴 세월을 지나왔느냐
그때의 성한 모습 다시 만났네
이 화상 다른 이의 것이 아니라
오늘날 나의 몸의 전신이라네
손주 아이놈들 도무지 몰라보고
이게 누구냐고 서로 바라보네
이글을 저희들에게 읽어주신 이유가 “손자자랑 말고 자기를 바라보는 글을 쓰라”고 랍니다.
<푸른 그늘이 좋은 운금루>
운금루라는 정자에 관한 글입니다. 이런 글을 쓸 때의 짓는 법을 염두에 두고 이 글의 질서 정연한 논리와 표현의 적합함이 좋은 글이라 글쓰기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사슴을 쫓아가느라고 산을 보지 못하며, 돈을 움켜쥐느라고 사람을 보지 못하며, 터럭 끝은 살피되 섶을 실은 수레를 보지 못하는 이는 오직 한가지만을 생각하므로 눈이 다른 데 미칠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요런 좋은 표현이 담긴 문장도 있습니다. 묘사와 순서에 신경 써서 쓴 좋은 수필이랍니다.
그리고 송교수님이 쓴 소호기(巢號記)입니다.
교수님이 마련한 둥지에 이름을 짓는 이야기를 쓰신 것이지요.
그곳의 이름은 Mubuloeso
한자로 쓰면 무불뇌소(無不惱巢) ‘고뇌가 없을 리 없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너무나 멋진 글인데 다 올리지 못함이 아쉽습니다.
이 글의 마지막에 ‘그것은 포츠담의 궁전만큼이나 크고 사치한 나의 우주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 공간에 대한 교수님의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저희들이 공부하는 이곳도 회원님들 마음에 하나의 우주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은 오두막이라도 좋으니 나의 우주가 되었으면 하고 생각해 보았답니다.
공부를 하고 사람을 만나고 정을 쌓으며 글까지 쓰니 어쩌면 이곳은 우리들의 우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수업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합평 글이 많이 나올 때도 좋지만 이렇게 합평글이 적을 때 교수님이 챙겨 오신 교제로 하는 공부는 매우 알차답니다.
맛난 점심을 먹고 수다도 길게 하고 장소를 바꿔
간식내신 소지연님이 오늘은 팥빙수와, 부드럽고 달달한 빵, 커피까지 사주셨답니다. 시원한 곳에서 먹는 빙수와 커피가 좋고 함께한 님들이 좋아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있었답니다.
소지연님 오늘 덕분에 너무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덥지만 그래도 즐거운 주말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