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6편의 글을 합평했습니다.
명절증후군도 잊은 채 활발하고 왕성한 합평 시간이 월반의 저력과 에너지를 느끼게 해줍니다.
맛난 도너츠는 박유향총무님이 준비해주셨구요, 물 건너온 초콜릿은 이상일샘이 가져오셨습니다.
언제나 풍성한 간식으로 월반님들을 살찌게 해주시는 여러 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불면> - 김혜민
작가: 인생 경험이 짧아서 많은 것들을 얘기할 수는 없지만 글을 써도 불편하고 안 써도 불편한 것 같다.
송교수: 글 솜씨가 있어 별 문제가 아닌 것을 정갈하게 만들어낼 줄 아는 작가다. 원형탈모, 김장, 고 3 자녀 문제를 불면과 연결해서 잘 썼다. 글이 좋다. 쓸 자료를 가지고 정갈하고 깔끔하게 잘 썼다. 특히 끝부분이 좋다. 멋있게 처리 했다.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렸다> - 문영일
작가: 소설형식의 글을 쓰고 싶어서 쓴 글이다. 사유 없이 직설화법으로 쓰는 글을 지양하고 콩트나 소설 등을 쓰고 싶어서 쓴 글이다. 작은 아들과 자전거에 대한 글이다.
독자: 전체적으로 대화체로 되어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 싶었다.
독자: 흘려 지나보낼 수 있는 소재를 잡아 글을 쓰는 능력은 탁월한대 신변잡기적 성격이 너무 강한 것 같다.
송교수: 대화 부분이 제일 걸린다. 전체적으로 소설과 수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대화로 처리한다고 소설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자전거’를 소재로 한 재밌는 글이나 글의 초점이나 주제의식이 좀 미약하다. 그 부분을 살릴 수 있는 것이 ‘어머니’인 것 같다. 어머니에 대한 부분을 앞뒤에 넣으면 그 부분이 보완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들의 사건을 아버지가 해결하고 어머니의 역할이 미약했었는데, 뒷부분에서 어머니의 역할이 또 다른 의미를 획득하기 때문에 어머니의 역할을 앞부분에서도 넣었으면 좋을 것 같다. 아들, 자전거, 어머니, 아버지의 관계를 자전거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제목을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작가: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송교수: 맨 끝부분은 다듬어야한다. 맨 끝부분은 빼고 어머니의 역할 등을 첨가하여 결론을 맺으면 좋을 것 같다.
<고 3 달력> - 김영
작가: 고3때의 추억을 생각하며 쓴 글이다.
송교수: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로 빠져나오는 과정을 잘 드러나게 하기 위해서는 제목을 <반세기 전 달력>으로 바꾸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키스> - 김영
독자: 모스크바의 추억이 너무 아름다운데 제목을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독자: 모스크바를 방문한 연도를 넣어주면 좋을 것 같다.
송교수: 김영선생의 글을 처음 보는데 소감을 말하자면 추억에 대한 글인데 시간과 시제가 그 때로 머물러 있어서 문제가 된다. 과거 얘기를 썼으면 현재로 빠져나오는 과정이 있어야하고 현재 얘기를 썼으면 미래로 나가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추억이 현재로 빠져나오는 시간과 공간이 드러나야 한다. 모스크바의 추억은 잘 살려내서 풀어낸 것은 잘 되었는데 현재의 작가의 상황에 가져오는 단계가 누락되어 있다.
소설과 수필의 차이가 그 부분에 있다. 소설과 수필의 차이는 모스크바의 추억을 장면으로 잘 그려내면 소설의 세계이고(내 세계, 내 삶이 빠진 독립된 세계가 형성됨), 수필은 내가 반드시 끼어들어야한다. 수필은 러시아의 추억을 반드시 내 세계로 끌어들여야 한다. 작가의 행방이 없어진 글이다.
오늘 합평할 글들이 대부분이 그렇다. 설명과 묘사가 있다면 대부분의 글은 설명이 주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글은 묘사가 주가 되어 잔잔한 바다 같은 느낌을 주는 글이다.
두 글 모두가 묘사형식으로 되어 있다. 러시아에 관한 글은 러시아, 서울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러시아 이야기를 서울로 가져오는 것이 좋겠다. 글이 너무 노련해지다보니 형식이 소설 쪽으로 더 가까이 가는 것 같다.
독자: 묘사하는 것이 너무 좋다. 수사법도 훌륭하다.
<혼자라서> - 문경자
작가: 혼자 밥을 먹으면서 느낀 것을 쓴 글이다.
독자: 밥은 같이 먹어야하고 당연히 더불어 먹어야하는데 요즘은 혼자 먹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독거노인이라든가, 혼자 먹는 밥에 대한 세태를 좀 더 디테일하게 썼으면 좋았을 것 같다.
송교수: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문제에 100% 근접하지는 못했다. 혼자 먹는 사례를 더 넣는 것 뿐만 아니라 글 쓰는 형식이 좀 더 깊어져야 한다. 도입부에서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 대목이 자연스럽지 않고 단락이 지어지지 않는다. 두 문장 모두 도입부처럼 깔아만 놓으니까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앞 뒤 연결을 촉촉하게 적셔서 이어주는 것이 좋겠다. 제목도 <나홀로 식사> 등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이 글도 장면이 주가 되고 나의 행방은 사라진 글이다.
<그녀와 아줌마에 대한 가벼운 수다> -황다연
작가: 처음 수필을 배우러 나왔을 때 글쓰기 연습용으로 쓴 글을 수정해서 낸 글이다. 그 무렵 지하철을 탔을 때 그 안에서 꼼꼼하게 화장하는 여자를 보고 놀라서 써 놓은 글이었다. 그런데 지하철에서 그렇게 화장하는 여자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이 글이 좀 식상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독자: 글의 묘사와 문장이 뛰어나다.
송교수: 한 마디로 잘 쓴 글이다. 문장 쓰는 맛이라든가, 열차 안의 풍경을 살려내는 묘사 등이 잘 쓴 글이다. 그런데 아까 말한 것처럼 글이 소설화 되는 문제가 있다. 개인적으로 일본 처음 갔을 때 일본 전철에서는 일본여자들이 화장을 많이 하는 것을 보았을 때 일본여자들이 상스럽다고 생각하고 일본문화의 한 일면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보니 한국의 전철에서도 많이 하더라. 그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는데 이 글이 그런 문제를 잘 다룬 것 같다. 그런데 소설적 묘사는 아주 훌륭한데 수필적 결론과 초점이 좀 아쉽다. 내가 살아 있어서 끝까지 끌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 굉장히 잘 쓴 글인데 수필식으로 조금 풀어내서 끌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 글쓰기가 노련해지니 점차 소설세계를 형성하는 쪽으로 가는 것 같아 구분이 필요해서 언급한 글이다.
독자: 글이 굉장히 노련하고 세련되게 표현되다가 갑자기 구어체로 바뀌어 일부러 독자들에게 환기시키는 느낌이 드는데 그런 부분을 빼는 것이 어떤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 이 글이 사색적이고 전혀 가볍지 않기에 제목에서 ‘가벼운’이란 단어를 쓰는 것이 어떤지 싶다.
독자: 글에서 남편에게 지하철에서 화장한 여자에 대해 말한 장면이 나오는데 남편의 대답이나 반응이 생략되어 있다. 그 부분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
송교수: 문장은 구어체를 피하고 수필식으로 좀 더 다듬으면 좋을 것 같다. 문장이 다 좋고 생각도 깊은데 글이 굴곡이 없고 평평하다.
# 월반 풍경
점심은 쥐눈이 콩을 원료로 하는 곳에서 청국장과 강된장으로 맛나게 먹었습니다.
설 쇠느라 피곤했을 월님들이 풀어놓는 수다 삼매경에 빠져 티타임까지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벌써 다음 주가 종강입니다.
한 주간도 즐겁게 보내시고 다음 주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