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와 ‘그러나’ 사이 그 어디쯤엔가에 우리네 인생이 있다
겨울의 한가운데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2014라는 숫자도 조금은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평소보다 빈자리가 좀 많이 보이긴 했지만 오늘도 우리는 좋은 글을 쓰고자 다들 열공했습니다.^^
오늘 합평한 작품들은
신화식 님 <길지도 짧지도 않아야>
이건형 님 <울지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습니다>
이정희 님 <행복하게 눈뜨기>
문영휘 님 <두 손녀와 나는 배움의 동기생>
<도쿄문화의 새로운 느낌> 이었습니다.
오늘도 역시 제목에 대한 공부를 중점적으로 했습니다. 제목은 서술형이나 의문형으로 써도 되지만, 선생님이 오랫동안 글을 써오신 경험에 따르면 명사형 제목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다>보다는 <아침형 인간>이 금방 손에 잡히는 제목인 것이지요. 제목은 뭐니뭐니 해도 독자의 기억에 오래 남아야 제목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되 너무 감상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주의하라 하셨습니다.
접속사와 조사(토씨)의 중요성도 강조하셨습니다.
김훈은 <칼의 노래> 첫 문장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를 쓸 때 '꽃' 뒤에 나오는 조사를 '은'으로 쓸지 '이'로 쓸지를 놓고 고민했다고 합니다. “꽃이 피었다”는 아주 객관적인 풍경묘사이지만 “꽃은 피었다”는 긍정적 감정을 드러내는 문장이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퀴즈 하나!
신경숙의 <깊은 슬픔>에 “그 시절 나는 그 남자를 만나 불행했다. ( ) 그 불행으로 그 시절을 견뎠다.”라는 글귀가 있는데, ( )에 들어갈 접속사는 무엇일까요? 그러나? 그리고?
답은 ‘그리고’라고 합니다. 이에 덧붙여, 인생은 순접과 역접 사이에 있다는 선생님의 멋진 말씀이 있었구요!
작가는 토씨 하나도, 접속사 하나도 함부로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문학작품을 이루는 한 줄 한 줄마다 작가의 세밀한 의도가 이렇게 숨어 있다니.......
수필은 논문과 다르니, 주(註)를 달지 말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본문에 녹여서 쓰면 되고, 어려운 말도 되도록 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신문기사를 중학생 눈높이에 맞추어 쓰듯이, 수필도 주독자층을 30~40대 주부에 맞추어 그들이 쉽게 알 수 있는 어휘를 사용해서 가독성 높도록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글을 쓰다 보면 자주 빠지게 되는 함정이 ‘자기현시욕’이라고 합니다. 쓰는 나도 알고 읽는 남도 알기 쉬운 글을 쓰는 게 비록 어렵기는 하지만, 이왕 글로써 독자와 만나고자 한다면 상호간의 감정교류를 막는 요소들은 가급적 피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의 보너스! 닦달/닥달 낙지/낚지 ‘닦달’이 맞고 ‘낙지’가 맞다고 합니다.^^
방학 중인 아이들이 걸려 오늘은 제가 식사를 거르고 집으로 얼른 갔는데요(마침 자리도 없어서 겸사겸사 그랬으니 양해바랍니다;;), 정충영 선생님, 오길순 선생님, 고윤화 선생님, 이건형 선생님, 이신애 선생님은 솜리에서 ‘아름다움’을 주제로 3교시 시간까지 알차게 가지셨다고 합니다. ^^
오늘은 집안 일로 못 오신 장정옥 반장님을 비롯하여, 설영신 선생님, 김미원 회장님, 이종열 선생님, 김현정 선생님, 최화경 선생님, 김화순 선생님, 우경희 선생님, 하다교 선생님 등 아주아주 많은 분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ㅠㅠ 그래도 이 자리를 잊지 않으셨으리라 믿으며, 다음 시간의 반가운 만남을 기대합니다.~~ 모두들 감기 조심하시구요, 결코 쉽진 않지만 무척 의미있는(^^) 글쓰기의 길을, 지치지 않도록 서로서로 의지하며 함께 걸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