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반 오늘은
매주 금요일이면 저는 압구정으로 갑니다. 그곳에서 글 벗들을 만나고 수필 공부를 합니다. 벗들의 글을 읽으며 제 자신을 돌아보고 교수님께 몰랐던 새로운 지식도 배웁니다. 밥 정은 쌓여서 식구라는 울타리를 만들고 따뜻한 커피를 나누며 알콩달콩 쏟아내는 수다에 시간의 흐름도 잠깐 잊게 합니다. 제게 이 하루는 일주일의 마감 같은 의미를 지닌답니다. 바쁘게 한주를 보냈거나 지루한 일주일을 지낸 것을 ‘벌써 금요일이야’ 혹은 ‘아직 금요일이 멀었나!’ 로 일주일을 정리한곤 한답니다. 그래서 후기를 쓰는 이 시간이 일주일을 잘 마무리하는 마법 같은 시간이랍니다.
오늘 저희 반에 이원예님이 “지난 일주일이 너무 지루해서 금요일만 기다렸다.”고 수업 시작 전에 말씀하시더군요. 그 말을 들으니 원예님이 진짜 금요반 식구가 되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 마음과 같은 식구가 늘었음은 참 마음 든든한 일입니다. 덕분에 수업 시작 전부터 기분이 좋았습니다.
며칠전 편집회의에서 했던 공지사항을 반장님이 말씀하셨답니다. 5월에 있을 여행은 빨리 신청하셔야합니다.(신청자는 반장님께 당장 전화하세요) 한국산문에 실리는 회원 작품은 6개월 정도 간격을 두어 실리게 됩니다.(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합평 받은 글은 다른 잡지로 시집보낼 수 있도록 에세풀에 올려 주셔야합니다. 격월간지로 나온 <그린에세이>라는 잡지가 저희 <한국산문>의 편집형식을 그대로 모방해서 나왔다고 합니다.(우리 모두 더욱 분발하셔야 할듯합니다)
드디어 김종승님께서 오늘 오셨습니다. 여전히 스마트하고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셨습니다. 모든 분들 두 팔 벌여 환영했습니다. 이번에는 오랜 시간 함께 공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수업 시작합니다.
서청자님의 <아기 미소>
서청자님은 지난학기에 새로 오신 식구입니다. 이 글은 첫 글인 자기소개서입니다. 지난 연말 행사에서 저희와 함께 공연하면서 서청자님의 열정을 살짝 엿보았습니다.
이글은 미국 시카고 따님의 집에서 손자를 돌보며 자신의 일상을 한편의 수채화처럼 그려놓았습니다. ‘모든 생각이 한 장막을 마무리한 듯 아기 미소에만 묻혀 훈훈한 내일을 위해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라는 글의 마지막. 글쓴이의 품성을 보는 듯했습니다. 처음 내신 글이 이정도니 앞으로의 글도 더욱 기대하게 했습니다.
송교수님의 평
깔끔하고 좋은 글입니다. 군두더기 없이 성글게 문장이 되어 있습니다. 처음 내신 글인데도 잘 쓰여 있습니다. 글의 현장이 미국이지만 장소를 밝히지 않아도 되게 써보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봐주세요. 글을 읽는 독자를 위해 작가가 알고 있다고 애매하게 처리한 문장들은 선명하게 고쳐야합니다. 좋은 문장이라도 너무 길면 읽기가 힘들고 전달력도 떨어집니다. 긴 문장은 좀 더 간결하게 나누어서 쓰면 좋습니다.
이원예님의 <심다공증 2>
오랫동안 불면증에 시달리는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지난번에 1편을 내시고 이제 2편을 내셨습니다. 한편의 소설처럼 자신의 불면증을 파헤쳐가는 작품입니다. 한때 시를 공부하셨다는 원예님. 그래서인지 간결하고 탐나는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나 몰래 나를 훔치려는 스토커, 그의 정체는 불면이다.’ ‘난파당한 잠이 불면의 독방에 수감되어있다’ ‘발치의 그림자처럼 평생을 따라 다녔다.’ 이런 불면의 아픔에서 ‘결국 삶은 소통과 화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라는 문장에서 불면을 자신의 영역에 두고 화해하는 것까지 글 속에 담겨있습니다. 40여년을 불면증에 시달렸다는 원예님. 이 밤은 좋은 꿈을 꾸면서 달게 잠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송교수님의 평
제목을 바꾸는 것은 어떨까요.
이 말에 저희반 어느님께서 ‘밤의 추격자’는 어떨까요? 라고 하자 송교수님 ‘너무 해병대 같다’고 딱 잘라 말하셨지요. 아시겠지만 송교수님이 이원예님께 지어준 별명이 해병대라서 저희 반님들 한바탕 웃었습니다.
교수님이 추천하는 제목은 ‘불면의 정체’ 혹은 ‘불면과의 화해’였습니다.
글이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고칠 것은 별로 없습니다. 글에는 내면적 특징이 있는데 이 글이 내면적으로만 쓰여 있어 잘 되었습니다. 글은 생성과 소멸이라는 축을 가집니다. 이 글은 소멸에 가깝습니다. 글감을 구태를 빼고 생성적으로 쓰이도록 훈련을 해야 합니다.
하점순님의 <엄마의 이별과 마주한 아이>
이분도 지난학기에 새로 오신 식구입니다. 물론 지난 연말행사에서 서청자님과 콤비를 이루면 저희 공연에 함께 했지요. 바쁘신 분인데 성실하게 연습에 임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답니다. 이글도 첫 글 자기소개서입니다.
하점순님은 청소년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계시는데 사례집을 만들고 싶다고 합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받은 은지의 이야기가 대화체로 쓰인 글입니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고. 혼자 있으면 버려진 것 같고. 내가 없어져버릴 것 같고. 불안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만 하는데, 사람들을 만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웃는다.’ 화가 날 상황에서서 그냥 웃기만하는 은지. 상처가 너무 커서 표현하지 못하고 ‘착한 가면’을 쓰고 있다고 글 속에 있습니다. 글을 읽고 은지가 가여워서 한참 먹먹했습니다. 아무래도 하점순님의 앞으로의 글도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겠지요. 제가 가진 일상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송교수님의 평
영역을 살려서 계속 쓰시면 됩니다. 뒷부분에 있는 분석적 글들은 앞으로 다른 글에도 계속 쓰실지 묻고 싶습니다. 너무 교과서적인 글을 많이 쓰는 것은 피하는게 어떨까요?
김홍이님의 <불국사 모정>
단아한 손 글씨로 쓰여진 이 글. 오랜만에 보는 부드러운 손 글씨가 얼마나 친근하게 느껴지던지 내용도 보기 전에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필체는 어찌 이리도 정갈하시고 단아한지. 작가의 심상을 글씨가 보여주나 봅니다.
김홍이님이 중2때 떠난 수학여행이 개성의 선죽교 였다는 이야기와 경주로 수학여행을 떠난 이야기가 담긴 글입니다. 이 글은 미완인 상태로 냈습니다. 다음에 완성된 글로 내시겠다고 했습니다.
송교수님의 평
선죽교로 수학여행한 분을 만나다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완성 시키셔서 다시 내세요. 이 글을 액자로 해서 걸어놓으세요. (아마도 송교수님도 손 글씨가 좋았나 봅니다)
오윤정님의 <방랑자>
이글은 지난번에 내신 글. 수정을 거쳐 다시 한 번 합평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완’을 받았습니다. 봄을 기다리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이글은 <한국산문> 3월호에 예약되어 있습니다.
송교수님의 평.
정리가 잘 되었습니다. 소멸이 아니라 생성적인 쪽으로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렇게 수업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다음주에 오실 때 는 <한국산문>1월호 챙겨 오셔야합니다.
오늘은 송교수님도 함께 점심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오신 김종승님 함께 점심 못해 아쉬웠습니다. 겨울이 제철인 굴 전문 식당으로 갔습니다. 굴전이 한 소쿠리씩 식탁에 놓이고 굴이 넘치게 들어간 음식이 먹었습니다. 맥주와 소주도 한잔씩 나누었습니다. 아~~~ 달콤한 시간.
식당을 빠져 나오는 제게 어느님께서 “오늘 입은 긴 코트가 멋있다”고 해주셨습니다. 저는 “원래 바탕이 예쁘니 무엇을 입어도 예쁘다”고 대답했습니다. 식구들이라 내숭과 겸손은 어디 처 박아두었는지도 모르고 어른들이 마냥 귀여워해주심에 총무의 자만심은 하늘을 찌르고 있기에 당연한 듯 대답했습니다. 옆에 계시던 한희자님 “자뻑이 금요반 트랜든가?” 그래서 오늘 저는 ‘자뻑 1호’가 되기로 했습니다. 아무도 예쁘다 안 해줘서 스스로 예쁘다고 떠든 지가 몇 해 전부터인데 이것이 드디어 금요반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타인에게 후한 칭찬을 하시면서 정작 본인에게는 칭찬에 인색하신 금요반 님들 이제부터 금요반의 트랜드는 ‘자뻑’입니다. 스스로 잘난 척하면서 용기 있게 한해를 지내보시는 것을 어떨까요?
식사 후 지난 시간 예약되었던 ‘락 노래방’으로 갔습니다. 역시 금반에는 모든 님들이 카수임을 다시 입증하셨습니다. ‘바위고개’가 그리 좋은 노래임을 김홍이님이 부르고서야 알았습니다. ‘우리는’을 합창하며 사랑을 확인했습니다. 오늘 노래방비와 음료비 찬조해주신 김홍이님 너무나 감사합니다. 덕분에 즐거운 시간 가졌습니다.
이렇게 한주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모든 님들 즐거운 주말되세요. 오늘은 후기를 이 시간에 올려서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반장님은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