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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1강: 중국 문학사를 빛낸 풍패지향(豐沛之鄕)의 출신, 건안 3걸 (평론반)    
글쓴이 : 신현순    23-02-22 10:36    조회 : 2,039

 제1부                               육조시대의 문학예술


1. 시대적 배경

 후한(25-220) 시대 말기에 이르자 난세가 계속되면서 각종 신선도학 사상이 범람하고 불교 역시 광범위하게 침투했다. 황건적의 난(184)이 확산되자 그 진압을 구실로 각처의 영웅호걸들이 참여하면서 소설로 유명해진 삼국시대(220-280)가 열린다.

이후 삼국시대에 대혼란이 오며 516국 시대가 열리는데 대륙의 북방 일대가 혼란에 휩싸이자 귀족권문세가들이 대거 남쪽으로 이주한다. 그들이 세운 나라가 6조다. 중국사의 주체는 한족이므로 남쪽의 미개발 지역에 한족이 정착하면서 6조 문화가 찬란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시대가 변하면 사상도 달라진다. 한제국의 통치이념이었던 유학에 대한 비판의식이 고조되면서 노장사상과 함께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지식인들은 죽림칠현이 마치 이 시대의 문화예술과 사상적 기조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한편으로는 물질적인 토양이 풍성했기에 과학기술과 문학예술 전반에 대한 애호가들이 늘어나 북방문화와는 다른 남방문화를 찬연히 꽃피웠다. 따라서 6조의 고도인 난징은 백만 주민들을 가진 세계고전문명의 중심지로 로마와 비견되기도 한다.

주나라 멸망 후의 혼란기였던 춘추전국시대는 그 주역들이 한민족이라는 역사적인맥은 유지되었으나 한 제국의 멸망 후 중국대륙은 북방 이민족의 침탈이라는 일대 위기와 혼란기였다는 점이 춘추전국시대와는 다르다. 이런 가운데 남조는 비록 그 본거지가 남방으로 위축되긴 했으나 이민족으로부터 한족의 지배라는 명맥을 이어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후 중국사는 이민족 지배(, )시기와 한족 통치기로 구분하면서 남조를 그 정통으로 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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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조의 시세계

중국 문학사에서 건안3’(조조와 두아들 비, )은 문학사를 빛냈다. 천하 제패의 기개를 읊은 조조, 비평문학의 장을 넓힌 <전론> 중의 <논문>의 조비, 형 조비로부터 학대를 당했던 비분강개를 노래한 조식의 작품은 저마다의 개성을 지니고 있다.

조조(155-220)는 풍패지향(豐沛之鄕)으로 유명한 패국 초현 출신이다. 풍패지향이란 한 나라를 세운 유방, 위나라를 연 조조, 명의 개조 주원장의 고향이란 데서 유래한 말로 개국군주를 낸 곳이란 뜻으로, 이곳 출신 저명인사들은 상탕, 제곡, 화타, 노자, 장자, 조조 3부자, 장량 등 줄을 잇는다조조는 소설 <삼국지>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근대 이후 조조에 대한 평가는 점점 더 긍정적으로 변해서 현대중국사의 정통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현재 20여 편의 시가 전하는데, 그 내용은 당대의 시대적인 상황과 자신의 정치적인 포부를 그리면서 인생무상을 읊은 것들로 그 기개가 넘친다.

<단가행>은 일명 <대주당가>로도 불린다. 208년 조조가 오()의 손권(182-252)과 촉()의 유비(161-223) 연합군과 적벽대전(赤壁大戦)을 앞두고 양자강변의 연회에서 읊은 비분강개의 명창이다. 2수 중 제1수는 아래와 같다.

 

對酒當歌(대주당가), 人生幾何(인생기하)/譬如朝露(비여조로), 去日苦多(거일고다).

慨當以慷(개당이강), 憂思難忘(우사난망). /何以解憂(하이해우)唯有杜康(유유두강).

(술을 대하니 마땅히 노래 부르리. 인생이 얼마나 하나?/ 비하건대 아침 이슬과 같. 지난날은 고생도 많았어라./ 마음이 강개하여 시름 잊기 어려워./무엇으로 풀까, 다만 두강이 있도다.)

 

조조에게는 아들이 25명이 있었다. 그 중 조비(187-226)는 후한 헌제의 선양으로 조위를 건국. 성격이 난폭하고 잔학, 문학사에서는 높이 평가받았다. 조비의 동생 조식(192-232)은 탁월한 문학적 재능을 지녔으나 절제 할 줄 모르는 음주와 처세에 서툰 순수성으로 조조의 눈 밖에 난 데다 형의 학대로 불우한 생애를 보냈다. 재위에 오른 형의 참살 위협에서 썼다는 전설적인 <일곱 걸음에 지은 시(七步詩)>는 그 진위 여부를 떠나 조비의 학대와 경계심이 얼마나 심했던 가를 유추케 해준다.


烈士多悲心(열사다비심), 小人婾自閑(소인유자한).

国雠亮不塞(국수량불색), 甘心思丧元(감심사상원).

(열사는 비장함에 차있으나 / 소인은 구차하게 한가로움만 즐긴다/ 나라 원수 아직 뿌리 뽑히지 않았으니, / 우국충정으로 목숨 바치기를 바라네.) (조식)


 3. 유협의 <문심조룡>과 죽림칠현

 6조시대 평론가 유협(465-520?).  저서로 고대 중국 최대의 문학이론서.

<문심조룡> '문심(文心)'은 언어를 매개로 하는 모든 예술 즉 문학창작, 감상, 비평 등 일체의 활동을 위한 인간의 심리적인 작용을 지칭하며 '조룡(雕龍)'은 용을 조각하듯 언어의 기교를 상징한다. 50편으로 구성되었으며 전반은 문학 일반론에서 시작하여 점점 각론으로 천착되어 있다.

 

"문학의 힘이야말로 크도다. 그것이 하늘과 땅과 더불어 태어난 것은 무슨 연유인. 하늘의 검은색과 땅의 갈색이 섞였고, 땅은 모나고 하늘은 둥글어 그 몸을 나눴. 하늘에는 해와 달이 두 옥 원반처럼 걸려있고 땅에는 산과 강이 아름답게 빛내며 정연한 질서를 펴준다. 이런 우주 자연의 도를 나타낸 게 문학이다. 우러러서는 하늘의 해와 달의 빛남을 관찰하고, 구부려서는 땅이 만물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걸 보도다. 하늘은 높고 땅은 낮아 각기 그 있을 자리가 정해지면서 천지가 이뤄졌. 사람은 그 천지 사이에 출현해 천지의 영기(靈氣)를 응고시켜 이뤄졌기 때문에 천지인 삼재라 부른다. 사람은 오행의 수기(秀氣)이자 천지의 마음이다. 천지의 마음인 사람이 태어나 사람의 말이 형성되었도다. 말이 서면서 문()이 밝아지나니 이것은 자연의 도리다."


제 2부    ** 합평: 이기식/ 문영일/ 곽미옥/ 김숙/ 오정주/ 정아 


  * 다음 주는 김숙 선생님의 <초록 불빛 등대> 출간 축하 모임 합니다. 

    봄이 곧 눈 앞에 올 것 같아요. 

    올 봄에는 선생님들 가정에 꽃피는 일들로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곽미옥   23-02-22 21:22
    
신현순 샘~ 오랜만에 써주신 후기 감사드려요. 아주 깔끔하게 정리하셨네요. 애쓰셨어요.
    유협의 <문심조룡> 강의를 들으며 '용을 조각하듯 언어의 기교를 상징한다'는 문심이란 뜻이란 말씀에 고대 중
    국문학의 저력을 느꼈어요. 대단하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지>의 주인공 중 조조에 대한 잘못 인식된 편
    견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말씀을 들으며 <삼국지>를 다시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네요.
    올 봄 선생님 가정에도 활짝 꽃피는 일들이 가득하기를 바랄게요.~^^
     
신현순   23-02-23 14:26
    
곽미옥샘~ 반가워요~~^^
육조시대에 이미 고전문명지인 로마와 버금 간다니 문학의 뿌리에 대한 중국의 저력이 정말 대단하지요?
문학은 서양 전유물처럼 알고 있던 얇팍한 지식에서 강의를 들으면서 조금 벗어나는 것 같아요.
다시 읽는 삼국지 새로울 것 같아요. 미옥샘 읽게 되면 독후감 필히 제출.  작가의 의도가 무얼까 궁금하거든요.ㅎ
댓글 고마워요 ~~
오정주   23-02-22 21:23
    
조조가  정치적인 포부를 그리면서 인생무상을 읊은 것들로 그 기개가 넘친다니..놀라웠습니다.
  현대중국사의 정통으로 높이 평가받는다니... 시가 20편이나 남아있다니... 오늘 많은 걸 배웠습니다.
 신현순샘 이렇게 이렇게 후기를 깔끔하게 정리해주시니 복습 제대로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신현순   23-02-23 14:48
    
조조는 두 아들과 중국의 풍패지향이라니 위대한 인물이긴 한 것 같아요.
거사 적벽대전을 눈 앞에 두고 시조 한 수, 장군의 위용이 더욱 빛났지 않았을까요?
큰 아들의 인간성이 좀 아쉽지만...
바쁜 중에도 댓글 달아 주는 반장님!
고마워요~~
박진희   23-02-24 21:40
    
마지막 문장의 "말이 서면서 문(文)이 밝아지나니 이것은 자연의 도리다" 의미심장하네요. <삼국지>에서 유비가 최고의 인물이지만 현실에선 조조였다니... 그 사실에 놀라요.
봄향기 가득한 기개의 후기에 감사합니다.
김숙   23-03-10 17:15
    
늦게나마 댓글 올려요.
신현순 선생님 오랜만에 후기 쓰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시 복습하게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세에는 조조가 주목 받는다하니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