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천호반 풍경>-2023-1-12
*제가 2015년도에 첫 소설집을 낼 당시 압구정반 송하춘 교수님으로부터 수업을 받고 있었습니다. 고려대 교수로 정년퇴임하신 분으로 대학에서 소설을 가르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멋모르고 휘리릭 갈겨 써낸 책이 1만 부를 찍고 2만부를 찍고, 계속 질주하는데…, ‘아아 유명작가 되는 거 별거 아니네!’ 한껏 교만해져 있었습니다.
어느 금요일,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여러분이 「한국산문」이란 잡지를 통해 회원들끼리 서로의 작품을 교환하며 공유할 수 있다는 건 어마한 프리미엄입니다. 왜냐하면 점점 인구가 감소하고 책 읽는 독자가 줄어드는 데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글들이 종이책을 앞지르며…, 공짜 글들이 판칠 게 뻔해….”
말씀을 들으며 은근히 기분이 나빴습니다. 당신 책이 안 팔린다고, 남의 작품까지 무시하는 것으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부터 송(老)교수님의 혜안에 무릎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대에 이런 시대(!)가 올 것을 예견하셨으니까요!
글 쓴다고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저와 함께 공부하던 우등생들,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주요일간지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들이 브런치나 네이버 코스모스 스토리 등에 자신의 영혼을 수없이 공짜로, 무수히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국산문 가족여러분께서도 본인들의 영혼을 갈아 넣은, 실력에 비해 터무니없는 판매를 경험하셨거나 하신 분이 많으리라…, 짐작이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베스트셀러로 정점을 찍은 분들도 계시겠지요. 하지만 책이 잘 팔리지 않는 시대라는 건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한국산문>>이라는 틀 안에서 서로의 작품을 공유하며 작품 활동을 해 나가는 일이 얼마나 고무적인지를 말씀드리고 싶어, 장황한 사설을 늘어놓는 바입니다.
왜냐하면 글을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의 ‘지적수준’ 내지 ‘정신등급’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남자와 한 이불 덮고 살고 있어…, 뇌(腦)의 무게를 저울 달지 않고도 쉽게 비교분석할 수 있습니다.
*강수화: <신의 선택ㆍ3>
1. 역사를 사실(사료)로 기록하는 것과 문학(사실+상상력)을 통해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사료가 없을 때는 문학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작품에 대한 칭찬으로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김정완 선생님께서 한가운데 턱하니 앉아계시는 것으로, 저희 천호반은 자체로 명품반입니다. 앞으로 20년 쭉… 명품반으로 유지해 주시길 바라옵고 기원해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