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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해방일지 (2) <용산반>    
글쓴이 : 차미영    23-06-20 22:50    조회 : 2,394

아버지의 해방일지 (2)

 

지난 월요일에 이어 두 번째 <아버지의 해방일지> 수업시간에는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인물들 간의 갈등구조와 화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소설 마지막에 이릅니다. 책장을 덮는 순간 긴 여운에 빠져 밑줄 친 글들 다시 찾아보고 싶어 또다시 책을 펼칩니다.

전직 빨치산 출신인 아버지 고상욱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겹치듯 포개지면서도 살짝 빠졌다가 항꾼에”(함께, 전라도 사투리) “또 올라네로 다시 등장합니다. 이미 아버지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소설 구성으로 볼 때 파국으로 치닫는 극적 갈등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고상호)간의 대립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시대적 아픔, 여순사건을 배경으로 팽팽하게 전개됩니다. 아버지가 십대후반 빨치산에 몸담고 있을 무렵 아홉 살 작은 아버지는 누구보다 자랑스러웠던 둘째 형(고상욱)으로 인해 자신의 아버지(고아리의 할아버지)가 총살당하고 마을 전체가 불타는 참극을 목격합니다. 그 후 작은 아버지는 아버지를 집안을 말아먹은 원수로 여기고 술꾼으로 살아갑니다. 이렇듯 두 형제의 긴장된 갈등은 장례식 마지막 날 아버지 유골을 끌어안고 통곡하는 작은 아버지 모습에서 해소됩니다.

아버지가 죽고 나서야 화해가 이루어지는 건 두 형제뿐만 아니라 소설 속 화자인 딸 고아리와 아버지간의 관계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아버지와 딸의 화해가 이 소설의 주요 포인트 같습니다. 스스로 선택해서 빨치산이 된 아버지와 빨치산의 딸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절감하는 딸 사이 갈등 또한 아버지의 장례식이 계기가 되어 사라집니다.

 

교수님께서 칼 구스타프 융의 분석심리학에 근거한 자기실현 즉 개성화(individuation)의 일례로 아리의 심리를 설명해주셨습니다. 아리의 무의식에 새겨진 그림자(shadow), 아버지를 찾아가는 여정이 곧 아리가 자기(self)를 실현해가는 과정인 듯합니다. 융은 무의식과 의식이 하나로 통합될 때 온전한 자기가 될 수 있으며 자기는 우리 마음의 전부이며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의식에 드러난 자아(ego)로서 아리가 무의식에 드리워있는 자기(self)를 만나는 길에 그림자, 아버지를 만나 갈등을 겪은 후 마침내 화해에 이릅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냉정하게 성찰하는 아리를 발견할 때마다 아버지와 닮아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리는 어렸을 때 엄마보다 아버지를 더 따르며 아버지와 단단한 애착 관계를 형성합니다. 네 살 무렵 어느 여름 미역을 감던 아버지의 벗은 몸에서 자신에게 없는 걸 발견하고선 결여를 느끼는 장면이 있습니다. (200) 아버지와 딸 사이 분리가 이루어지는 이 대목에서 엘렉트라 콤플렉스(Electra complex)가 떠오릅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대상이 아들과 엄마가 아니라 아버지와 딸로 설명합니다. 엘렉트라는 그리스 비극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스 3부작>에 등장하는 아가멤논의 딸입니다. 그녀는 아버지 아가멤논을 살해한 어머니 클리타입네스트라를 오레스테스와 함께 죽입니다. 부모와 고착된 관계가 자연스럽게 분리되지 못한 채 성장할 경우 오이디푸스나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겪을 수 있습니다.

아리는 장례식에 찾아오는 아버지의 빨치산 동지들과 동네 이웃 조문객들, 그리고 엄마로부터 아버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생하게 듣고 자신이 몰랐던 아버지의 또 다른 모습을 이해합니다. 얼핏 묵직하게 다가올 스토리가 그 시절 다양한 삶의 모습을 진한 사투리로 생경한 듯 한층 가볍게 보여주며 무엇보다 아버지와 아리의 관계 회복으로 잔잔한 감동까지 안겨줍니다.


신재우   23-06-21 08:31
    
1. 정지아 작가의『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우리의 일반적인 삶, 생활의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소설입니다.
  부모의 죽음으로 불편한 형제들이 화해를 하고, 더욱더 우애있게 지내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보곤 합니다.
2.차미영 선생님의 등단파티에 16명이나 참가하여 축하를 해 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김미원   23-06-21 17:23
    
6월 한국산문으로 등단한 차미영 샘은 평론에도 도전해 보세요.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평론인 듯, 한편의 수필인 듯 깊이가 있어요.
교수님이 말씀하신 칼 융의 개인화에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엮은 해석이
깊은 공감을 줍니다.

차미영 샘 인기가 많아 많은 문우님들이 참석해 축하해주셨지요.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한국산문 지면에서 멋진 글 만나길 기대하겠습니다.
임정희   23-06-26 13:13
    
우와~ 일단 감탄하고요.
정성스런 후기 감사합니다.
학교 다닐. 때  노트 필기 완전 잘하고, 공부 짱 잘하던 친구들 생각이 납니다ㅎㅎ
수업가는 길,
복습하면서 갑니다. 곧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