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강의실 >  한국산문마당
  천호반 후기<인간은 먹은 만큼 배설해야 한다. 문학적 카타르시스! 쓰라 또 쓰라!>    
글쓴이 : 김보애    22-10-27 23:15    조회 : 3,451

길상사의 가을(박병률).jpg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갑니다. 가을이 지나가네요.

겨울이 조용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목요일의 강의실은 언제나 북적입니다. 마치 새학기를 맞은 아이들처럼 

타다닥 타다닥 신발소리를 내며 한분씩 한분씩 들어오는 모습이 

목요일을 신선하게 채색하는 듯합니다.

*지난 주 내신 글들이 공교롭게도 배설에 관한 주제글이었네요.

문학은 카타라시스역할을 한다고 하지요. ‘정화’ ‘배설을 뜻하는 그리스어 카타르시스((Katharsis)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6장 비극의 정의 가운데에 나오는 용어로 종교적 의미로 사용되면서 몸 안의 불순물을 배설한다는 의학적 술어로도 쓰입니다. 정신분석에서는 무의식 속에 잠겨있는 마음의 상처나 콤플렉스를 말이나 행위 감정으로 밖으로 발산시켜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정신요법의 일종으로도 쓰이죠. 문학도인 우리는 글을 씀으로써 내면을 치료하고 정화시키는 카타르시스를 일상화하고 있겠지요

*오늘은 네편의 수필과한편의 단편소설을 합평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합평글>

박병률선생님 <배설>

....집을 나설 때는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었는데 장대비가 쏟아지다니,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세상을 살다보면 쨍하고 해뜰 날만 있겠는가. 맑은 하늘에 소낙비가 내리듯 우리네 삶도 때론 뭔가 말할수 없이 속앓이하고 남한테 상처받고, 애먼 소리도 듣고, 시기와 질투, 분노 오기가 발동하기도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내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차를 몰고 바람을 쐬러 간다....

 *제목 <배설>은 다소 직접적이라 글 내용에 나오는 < 먹구름 뜬구룸> 또는 <카타르시스>로 바꾸면 어떨까하는 교수님의 지적이 있었습니다.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있으랴를 인용하셨는데 내용에 비해 시 인용비율이 많으므로 내용을 조금 더 추가해도 좋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박경임 선생님< 본능해결사>

다양한 손님을 만나는 한 택시기사의 메모노트를 책으로 만든 내용 중 몇가지 사례를 인용하면서 작가의 생각을 보탠 글입니다

인가의 성에 대한 본능은 언제쯤 사그라들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식욕, 성욕, 수면욕이 인간의 가장 큰 본능이라는데 식욕이나 수면욕은 나이들면 어느 정도 줄어드는데.....’

*제목을 <본능, 본능이라고>>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교수님의 지적이 있었고

마지막 부분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다짐은 쓰지않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김용무 선생님< 불미골 방씨>

서리도 내렸으니 이제 곧 겨울이다. 기온은 점점 떨어질 것이다.

뜨겁던 여름날 오후 햇살을 한 짐 가득 져다놓을걸

 '방씨'에서 성씨는 띄워야 한다. 방 씨로 수정하고 한 단락에서 같은 어휘를 반복하지 말라는 지적과, 적심(摘心은 일본어투의 글로 쉬운 우리말로 잘라준다로 바꾸어 쓰면 좋겠다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동종업계에서 쓰는 일본어가 우리 말 속에 자리를 잡은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 기회였습니다. 서정적인 시골풍경과 사람들간의 마음이 잘 그려진 글이었지요.

안동에서 아침 기차를 타고 수업을 오시는 김용무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시골은 눈만 크게 뜨면 글감이 수두룩하다고 하시네요. 부럽습니다

 이춘우선생님< 마좌리겨울, 그 끝자락>

불진화대에 지원하여 구둔 1길을 오르다 언덕에서 내려다 본 마좌리의 풍경에 대해

연봉, 잔설, 도로, 잡풀, 적곡사로 나누어 풍경을 묘사한 글입니다

풍경속에 작가의 감성이 엿보이는 글입니다

마좌리 사격장으로 가는 군용트럭이 먼지를 일으킨다. 한때 임도였다. 고단한 삶을 실어 내고 실어 오던 임도지만 제 역할을 다한 임도는 추억만 띄엄띄엄 소환할 뿐이다. 더는 급할 일도, 더는 북닥거림도 잉태할 수 없는 임도에는 적막과 고요만이 9할이 넘는다. 내재한 그리움이 고독속에 켜켜이 쌓인다. 그래도 눈이 포근하게 덮어주고 비가 동네 소문 들려주고 바람이 연가라도 불러주면 그네들로 해서 임도는 외롭지 않은 게다

 글은 서정과 서경과 서사로 나뉘어지는데, 서정은 글쓴이의 내면 느낌, 서경은 글쓴이의 느낌(풍경) 서사는 일어난 사건 등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이 글은 서경적인 수필이라고 하셨습니다. 수필은 무형식이고 이 춘우 선생님의 글에 나타난 서경은 사건을 넣으면 서사시로 바뀔 수 있다고 하시네요. 윗 인용문에서 고요만이 9할이 넘는다적막과 고요만이 전부이다 로 바꾸셔도 좋을 것 같다 하시고 2p에서 <고성문화원 자료정리>는 굳이 출처를 밝히지말고 전해오는 이야기에서라고 쓰셔도 좋을 것 같다는 교수님의 지적이 있었습니다.

 단편소설 강수화선생님< 우등생-열등생-미숙어른?>

제목을 <재회?>로 바꾸시면 어떨까 하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소설을 수필처럼 수필을 소설처럼 쓰시라는 말씀과 함께 202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개인 기억의 뿌리와 소외, 집단적 속박을 폭로한 냉정한 예리함을 그린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에 대해 곁들여 말씀해주셨습니다.그녀의 작품은 모두 자기 삶을 소재로 한 이야기이고 허구를 쓴 적은 한번도 없다고 하네요.

강수화 선생님의 소설은 소설이지만 수필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하며 자신에게 일어남직한 사건을 잘 묘사하셨다고 하십니다.

 *추가로 설명해주신 교수님의 말씀을 정리해보면

수필은 몽테뉴의 에세이가 기원이다. 몽테뉴는 사적인 것을 쓴 것에 비해 베이컨은 에세이글로 사적인 것에 치중하지 않았다.

최재봉의 탐문<>-인간은 먹은 만큼 배설해야 한다!

오늘의 주제 카타르시스, 배설의 주인공 (똥 분)이라는 글자가 쌀미-다를 이로이루어졌음을 생각하면서 참고글을 읽어보았습니다

김훈<연필로 쓰기 (밥과 똥), 김동인박사의 연구> 하근찬<> 최진열< 내가 되는 꿈> 남정현<분지> 방영웅<분녀> 권정생<강아지똥> 김지하<똥바다> 양귀자<지하생활자> 이창동<녹천에는 똥이 많다> 장정일<아담이 눈뜰때> <눈속의 구조대> 김소진<눈사람속의 검은 항아리> 등등의 문학작품 속의 내용을 예를 들어 쓴 최재봉의 글을 읽으며 문학과 카타르시스에 대해 생각해 본 시간이었습니다.

*매주 후기를 쓰는 선생님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글을 정리해봅니다.

오늘 수업 못 오신 김인숙샘, 정승숙샘, 후기로 충분히 공부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전 수업에 컨디션 저하로  못 오셨지만 깜놀 ! 다시 회복하고 나타나신 김정완선생님 반가웠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늘 이리저리 늘 애쓰시는 반장님 총무님 다시 감사드립니다.

목요일 밤 수업내용 정리하며 다시 문학에 대한 꿈을 다져봅니다.

문학적 카타르시스! 쓰라 또 쓰라! 

오늘 사진은 박병률 선생님이 단톡방에 올려주신 길상사의 가을 모습입니다

건강하게 지내시고 다음 주 목요일  반갑게 뵙겠습니다.  (김보애 정리)


김보애   22-10-27 23:16
    
역시 힘드네요. 제대로 정리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꼼꼼히 딴생각 안하고 열심히 메모했습니다
목요일 수업때 교수님께 배우고 듣는 모든것들이 우리의 문학적 자양분이 됨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허접한 정리라도 이해해주시구요.  건강 잘 챋기시고 다음 주 뵈어요. 교수님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배수남   22-10-28 06:03
    
김보애선생님~!

수업 시간 스케치가
교실 정밀화 같습니다.

산과 들에
단풍들이 물드는 웅성거림이 있듯이
천호반에도
사랑하는 문우들의
정 나누기로 후끈후끈 합니다.

김정완 샘 께선
멀리서 공부하러 오시는
선생님을 위해
맛있는 점심을 사 주셨고
강민숙 샘 역시
문우들이 소중한 분들이라며
밥값을 내셨습니다.

커피 마시는  알찬 3교시에는
이 마리나샘께서
흔쾌히 지갑을 열어 주셨구요

목요일의 오후가
단풍보다 더 아름답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박병률   22-10-28 08:33
    
김보애 샘, 자상하게 잔잔하게 후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애초에 제목을 먹구름 뜬구름 으로 정했는데 마음의 어두운 그림자를
빗줄기에 쓸려보내는 심정으로  소설가 김지원의 '폭설'이 떠올랐다.
그래서 배설로 제목을 바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비야 더 세차게 내려라, 내 안의 몹쓸 것을 모조리 쓸어가렴.”

...맑은 하늘에 소낙비가 내리듯 우리네 삶도 때론 뭔가 말할수 없이 속앓이하고
남한테 상처받고, 애먼 소리도 듣고, 시기와 질투, 분노 오기가 발동하기도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내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차를 몰고 바람을 쐬러 간다....

사례 하나 더 추가 했으면 좋겠다는 교수님의 분부대로 글을 첨가했습니다. 제목도 먹구름 뜬구름으로 바꿨습니다.

...민들레는 추위에도 강하고 사람의 발에 밟히거나 짐승이 뜯어먹어도 죽지 않고 살았다.
뜬금없이 초등학교 다닐 때가 떠올랐다. 하굣길이었다. 흙길에 질경이 꽃이 피어있었다. 친구랑 질경이끼리 간격을 두어 묶어놓고 멀찌감치 숨어서 지나가는 사람을 지켜봤다. 사람이 길을 가다가 질경이에 걸려 넘어지면 낄낄거렸다. 질경이는 사람한테 무수히 밟히고 시달림을 당해도 해마다 꽃이 피었다. 민들레와 질경이의 끈질긴 생명력을 생각하는데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시가 떠올랐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
이마리나   22-10-28 09:49
    
보애 쌤,완벽한 후기 감사합니다. 교수님의 강의를 다시 듣는 듯.
쉬었다 나가니  강의 하나하나 머리에 쏘옥 박힙니다.
영혼을 살찌우는 것은 역시 문학, 다양한 글을 접하며
새로운 단어와 사실들을 깨우칩니다.
인간의 본능적인 얘기에는 조심스러웠던 천호반
용감한 분들의 새로운 시도는 흥미진진하네요.
모처럼 소통의 갈증을 해소한 점심시간과 티타임 즐거웠습니다.
봄꼿보다 아름답다는 가을단풍 많이 즐기시고
주말 잘들 보내세요.
김학서   22-10-28 10:24
    
보애샘! 수업 후기 참 맛갈스럽게 쓰셨습니다.
강의실 풍경이 눈에 훤히 그려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섯 분 성생님의 수필과 단편 소설에 대한 합평 글 소감은 일품입니다.
그리고 교수님의 주옥같은 말씀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굴로 보여주는
보애 샘의 솜씨에 그저 경탄할 따름입니다.

결론으로 <문학적 카타르시스>를 위해서는 {쓰고 또 쓰라}가 압권입니다.
가을이 점점 더 익어가고 겨울이 다가오면 또 다른 이야기가 멋지게 이어지겠지요.
감사합니다.
김인숙   22-10-29 11:25
    
보애 님 후기 잘 읽었어요.
 단풍이 온 시야를 채색하듯
 후기도 점점 숙성되어 단풍향을
 세상 속으로 풍기네요.

 대충 읽으면서 수업 풍경이 눈 앞에
 아른거렸어요.
 전 가을 나들이를 갔죠.
 단풍 속으로 풍덩 빠졌답니다.

 다음 11월을 기대하며
 목요일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