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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의 시점 (소설반 22.9.27)    
글쓴이 : 김성은    22-09-29 11:14    조회 : 4,359

소설반 수강생 열아홉 명 전원이 출석한 날. 작가님은 산뜻하게 이발을 하고 멋진 가을 슈트를 입고 오셨죠. 잘생긴 외모가 빛을 더 발하는 것 같았어요. 수업 시작에 앞서 잠시의 여담도 없이 작가님은 바로 수업에 들어갑니다. 선생님의 열의를 깊게 느끼는 대목입니다. 너무도 감사한 일이죠.

<소설의 시점>

1. 시점

가. 화자가 사건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가)

나. 시점 분류의 여러 형태

▪토마스 어젤의 분류

전지적 시점-화자가 전지적인 신의 위치에서 사건을 서술한다(3인칭)

주인물 시점-화자가 주인물의 입장에서 서술한다(1인칭, 3인칭)

부인물 시점-부인물 중의 한 사람의 입장에서 주인물의 이야기를 서술한다(1인칭, 3인칭)

객관적 시점-등장인물의 마음 속을 묘사하지 않고 드러난 행동만을 서술한다.(3인칭)

: 화자와 주인물 사이에 거리가 항상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거리를 유지해야 되는 게 아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화자와 주인물을 일치시킬 수도 있고 아니면 필요에 따라서는 말 그대로 그냥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보듯이 그런 태도를 취할 수도 있다. 원하는 바에 따라서 좁혔다가 아니면 넓혔다가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만약에 화자와 인물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치된 듯이 느껴지면 차라리 1인칭 화자를 쓰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다가 필요한 순간에 거리를 확 좁히는 방식일 때 독자도 마찬가지로 화자를 떠나서 그 인물의 내면에 잠깐 들어갔다 나온 듯한 기분이 들면서 오히려 더 어떤 효과를 줄 수도 있다. 화자와 인물 사이의 거리를 혹은 어떤 관계를 자유롭게 변형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려면 습작기에 이것저것 다 해봐야 된다. 나한테 익숙하지 않은 거라 할지라도 그런 것들을 시도해 보다 보면 스스로 느껴지는 게 생긴다. 그런 감각을 익히는 과정이야말로 글 쓰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

 

▪토도로프의 분류

화자>작중인물(뒤로부터의 시점)-전지적 시점

화자=작중인물(동반적 시점)-선택적 전지 시점, 1인칭 시점

화자<작중인물(밖으로부터의 시점)-객관적 시점

: 화자와 시점을 잘 구사했다는 건 우리가 1인칭을 선택했으니까 1인칭에서 기대할 법한 것들을 실현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1인칭인데도 마치 3인칭에서나 가능한 무언가를 실현할 때 화자의 시점을 가장 잘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지적이었다가 객관적이었다가 객관적이었다가 전지적이었다가 이런 자유로운 넘나듦이 있을 때 읽는 사람에게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이를 구사할 수 있을 때야말로 그 화자의 시점을 가장 잘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