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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소설 사이(천호반)    
글쓴이 : 김인숙    22-09-29 20:59    조회 : 4,378

천호반 풍경

가을이 달려가더니 오늘은 뒷걸음질을 하나 조금 더운 날씨네요. 신입생이 들어오면서 시와 소설, 수필, 다양한 장르로 바뀌면서 수업은 더욱 흥미진진해졌답니다.

교수님이 소개한 시를 재빠르게 카톡에 올리는 순발력 만점의 김** . 시가 수록된 시집을 순식간에 구매하는 강** . 천호반 수업 열정은 활활 타고 있었어요.

 

창작 합평

*강회정 님: 구르는 제주

*박병률 님: 어머니의 놀이터

*김학서 님: 안줏거리

*강수화 님: 신의 선택

 

*‘어머니의 놀이터는 제목으로 적합하다.

* “잘 되는겨?”에서 띄어쓰기 유의점.

잘 되는 것이여?”일 경우는 띄어 쓴다. “잘 되는 겨?”(O)

잘 되는가?” 일 경우는 붙여 쓴다. “잘 되는겨?”(O)

*‘보다띄어쓰기 유의점

비교는 붙여준다. 감보다 사과가 더 맛있어.(붙여 쓴다)

보다 더 멀리는 띄어서 쓴다. 하늘 보다 더 높은 부모님 은혜.

* ‘안줏거리는 제목으로는 호기심을 일으킨다. 일기 형식으로 흐르지 않게 갈등을

잡아야 한다.

* ‘신의 선택은 제목을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어머니를 중심으로 자식간에 오가

는 갈등요소를 알몸 상태로 적나라하게 잘 표현했다.

* 소설에서는 주인물과 부인물의 묘사에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 독서의 마중물: 독서의 밑받침이 있어야 펌프샘 마중물로 상상력을 일으킨다.

 

시와 소설 사이

역모

              (전병석)

내일이면

엄마는 퇴원한다

형제들이 모였다

엄마를 누가 모실까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다

큰형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요양원에 모시자

밀랍처럼 마음들이 녹는다

그렇게 모의하고 있을 때

병원에 있던 작은 형수

전화가 숨 넘어 간다

어머님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고 있다며

퇴원 후를 걱정하던 바로 그 밤

자식들 역모를 눈치 챘을까

서둘러 당신은

하늘길 떠나셨다

소설가의 각오 (마루야마 겐지)

내게 시란 물로 희석하지 않으면 도저히 마실 수 없는 독한 술 같은 것이었다. 극히 온화한 시마저 부담스러웠다. 활자를 육안으로 보는 것은 물론이요, 아리따운 목소리로 낭독을 하거나, 아름다운 영상이나 음악을 배경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시는 무겁고, 시는 짙고, 시는 너무 독했다. 한편 소설은 시와는 정반대로 너무 싱거워서 마실 수 없는 것이 많았다. 좀더 많은 시와 소설을 접했더라면 이런 식으로 거칠게 분류하지 않았을 테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영화와 비교하면 대부분의 시는 긴장하고 있고, 또 대부분의 소설은 지나치게 이완되게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깔깔 수다방

백화점 12층에서 점심식사는 꿀맛이었어요. 식사 중에 여행 다녀온 이야기꽃이 피자 웃음이 가득해졌답니다. 영주 부석사 가는 길에 시조를 읊었던 이야기, 사미인곡, 농가 월령가를 써렁써렁 외웠던 이야기며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옆에서 춤을 추었던 신명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었죠. 세포마다 흐르는 이 신명이 언어라는 도구로 시나 수필이 태어나길 기대해 봅니다.

마음이란 순식간에 위대한 도약을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풍요가 흐르는 이 가을. 먹잇감을 응시하는 고양이처럼 수필 속으로 빠져 봅시다.


김인숙   22-09-29 21:15
    
'역모'를 쓴 전병석 님의 시는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어요.
 강수화 선생님이 써온 단편소설이
 이 역모의 시와
 닮아 있었죠.

 2박 3일의 여행은
 내게 환상의 영감을 던져 주었어요.
 세포 마다, 정맥을 타고
 그 글의 먹잇감은 타고 있었죠.

 이제 곰삭아서 숙성되면
 '수필' 이란 옷으로 갈아 입을 수 있을지
 일단 기다려 보렵니다.
배수남   22-09-29 22:15
    
행복한 목요일,
오늘 수업도 열기 가득했습니다.
김인숙 선생님께서
수업후기에 자세히 올려 주셨네요

시. 소설, 수필이 어우러징
시간~~

특히
교수님께서

'역모'란 시를
읽어주실때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다음주
목요일도
기다려집니다.
     
김인숙   22-09-29 22:20
    
역시 반장님.
 여행하면서
 또 반장님의 깊은 배려
 읽었죠.
박병률   22-09-30 13:59
    
글에 대해서 문우들과 합평하는 시간은 즐겁습니다.
독자를 만난 것과 같아서 귀를 기울이고,
글이 이해가 되도록 고치는 일이므로.

제목:
 1) '어머니의 놀이터' 는 평범한 것 같았는데, 교수님이 합평시간에 슬쩍 말씀하시는 걸 놓치지 않고
    '내년에는 뭐 심을래'로 고치니 제목부터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2) 문우님의 의견에 '그럴 수 있겠다' 라는 생각 끝에 글 말미를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향에 살면서 농사를 짓던 어머니는 도시로 이사 온 뒤, 옥상 텃밭을 놀이터 삼아 물을 주고 풀도 뽑았다. 옛 고향의 삶과 옥상의 삶도 모두 그리워하는 어머니가 한 말씀 하셨다.
 “내년에는 뭐 심을래….”

김인숙 선생님 후기 쓰느라고 수고하셨습니다.
     
김인숙   22-10-01 11:36
    
사진, 수필, 장구, 사업, 인간 관계
농사일까지 인생 6모작을 하시는
박 선생님.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