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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단편소설의 기원_2주차 (소설반)    
글쓴이 : 김성은    22-05-05 08:13    조회 : 1,353


오미크론 확진자가 최고로 급증한 날에 소설반 학우들 전원이 건강한 모습으로 수업에 참석하였습니다. 정말 대단해요.

두 번째 수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작가님은 사소한 것이든 무엇이든 주저하지 말고 궁금하면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또한 수업을 같이 듣는 동료들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수업 중이나 글을 합평하면서 동료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때론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들었던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든 내 안에 기재가 되어 피가 되고 살이 된다죠. 선생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까이 있는 동료를 이용하고 서로에게 격려가 되고 자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했어요. 그러려면 나 스스로가 먼저 그런 동료가 돼야 한다고요.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고 지난 시간에 다뤘던 장편소설 (Novel)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 주셨어요. 노블의 기원에 대해서는 많이들 논의가 되어왔지만 대표적인 개론인 게오르그 루카치와 프랑스 평론가 루시앙 골드만이 규정한 개념이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다고요.

골드만은 노블은 “타락한 사회에서 문제적인 주인공이 문제적인 방식으로 진정한 가치를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참고로 게오르크 루카치는 노블을 “신이 떠나버린 시대에 정신의 고향을 찾으려는 문제적 개인의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곧이어 단편소설 (short story)의 개념 정의에 들어갔습니다.

작가님은 단편소설의 기원은 알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정확한 연구도 없고 언제가 최초인지 확정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어 14세기에 발표된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수록된 한 이야기를 예를 들며 쇼트 스토리의 가장 큰 특징인 플롯을 설명해 주셨어요. 권선징악 혹은 결말에 비밀이 폭로되는 인과관계가 확실하지요. 이러한 플롯은 근현대 대표 작가인 오 헨리와 모파상의 작품에서도 드러납니다.

그러나 안톤 체호프가 등장하면서 이전 시대의 단편소설과 결별하며 큰 변화를 일으킵니다. 근현대 인간의 정체성을 아이러니에 대입하면서 인과관계 혹은 플롯이 무용지물이 됩니다. 뒤이어 카프카가 등장하면서 꿈속에서조차 현실적 아이러니를 벗어날 수 없다고 세계를 확장해 버리죠.

결론적으로

최초의 단편소설이나 최초의 근대 단편소설, 최초의 현대 단편소설이 무엇인지는 규정하기 어렵지만, 현대 단편소설에서 플롯을 무시하거나 파괴하려는 시기 그 중심엔 체호프의 작품이 있었고 뒤이어서 카프카가 등장하면서 그 세계가 거의 완성되었다고 본답니다. 그들에 의해 현대 단편소설의 틀과 기본들이 마련되었고 우리들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던 그것들을 토대 삼아서 쓰여 오고 있다고요.

이렇게 2 주차 수업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어 질의응답시간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수업과 관련하여 다시 말씀해 주신 내용이 있었습니다.

장편과 단편을 핵심적으로 구분하는 방법인데요. 장편소설은 이 복잡한 세상을 단순화해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답니다. 세계 자체를 재현의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라고요. 단편소설은 아주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이야기를 아주 풍부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로 만든 것이라 합니다.

이상입니다.


3 주차 수업시간에는 체호프의 세 작품 <적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주교>와 이태준의 <밤길>을 전격적으로 다루신다고 합니다. 꼭 읽어 오시길 바랄게요.

다음 주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어요.


2022. 3. 15



김성은   22-05-05 13:57
    
한국산문 소설반 1주차 강의 후기는 이곳 게시판에서
2022년 3월 9일 3096번
"첫 걸음을 내딛은 날 (소설반)" 을 찾아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