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9주 차 강의를 맞이했습니다. 이팝나무 꽃과 아카시 꽃이 한창인 봄날에 문우들의 옷차림은 벌써 여름입니다. 6월 7일(화)에 개강하는 소설반 여름 학기에 수강생 대부분이 등록해 주셨어요. 이구동성으로 손홍규 작가님의 강의가 정말로 좋다하시니 수업 분위기는 언제나 뜨겁습니다. 다들 멋지세요!
지난 시간에는 문장론에서 가장 중요한 글을 쓰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좋은 문장의 조건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진솔하게 표현하고 밑바닥까지 보여줘라
: 우리는 종종 내밀한 감정을 드러내는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문화적으로 관습화되어 감정을 감추거나 절제하고 억누르는데 길들여져 있어서죠. 예를 들어 글을 쓰다 보면 부모의 죽음 앞에서 울지 않을 수도 있고 비속어를 써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작품에서 꼭 필요한 순간인데 그걸 쓰지 않으면 작가에게 억압으로 다가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과 대면하고 마주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감정 밑바닥까지 들여다보면서 그것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을 구사하지 못한다면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데 실패하게 됩니다. 갈수록 의기소침 해지고 자신감을 잃게 되지요. 글을 쓰고 쓰고 또 써도 뭔가 잘 안된다면 관습화된 억압들 때문에 진솔하게 표현했어야 하는데 못 한건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작가님도 글을 쓸 때만큼은 자기 자신을 속이거나 기만하지 않고 투명하고 정직하게 마주 본다고 하셨어요. 실패해도 좋으니까 진솔하게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해라
: 경험에는 실제 체험, 간접 체험(지적 편력)이 있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보고도 관점에 따라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작가란 어느 한 입장을 고수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그 모든 다양한 태도를 이해하고 그중에 무엇을 지지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심오하고 깊이 있는 문장이란 어떤 한 가지 태도와 입장을 취한다 하더라도 다른 태도와 입장에 열려 있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많은 것을 동시에 겪음에도 불구하고 몸에는 어느 하나의 방향으로만 고정, 체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걸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지적 편력입니다. 한 사건을 보더라도 여러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을 때 내 경험에만 매몰되지 않고 올바르고 정확하게 포착해낼 수 있습니다.
차마 꺼낼 수 없는 압도적인 기억들을 극복하려면 다른 관점에서 보아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글로 나올 수 있습니다. 하나의 경험에만 매몰되지 않고 그걸 다양하게 이해하려는 지적인 편력을 겪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경험이 부족한 게 아닙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고 보려는 지적인 경험(영감을 주는 경험)이 부족한 것입니다. 몸으로 하는 경험이 평범하다 할지라도 지적 편력을 갖추게 되면 자기가 겪은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더 넓은 통로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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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학기 종강인 다음 시간에는 요즘 소설들의 경향과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살펴볼 예정입니다. 카페 공지사항에 올린 두 편의 단편소설을 읽어 오시기 바랍니다.
** <소설창작세미나> 여름학기 수강생을 5월 31일까지 추가모집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소설반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성은 janis211@hanmail.net)
■ 강좌 커리큘럼
주차 |
일정 |
강의 주제 |
1 |
6월 7일(화) |
소설 쓰기를 위한 몇 가지 제언 |
2 |
6월 14일(화) |
개인적 체험과 소설1 |
3 |
6월 21일(화) |
개인적 체험과 소설2 |
4 |
6월 28일(화) |
소설의 화자와 시점1 |
5 |
7월 5일(화) |
소설의 화자와 시점2 |
|
7월 12일(화) |
휴강 |
6 |
7월 19일(화) |
소설의 인물1 |
7 |
7월 26일(화) |
소설의 인물2 |
8 |
8월 2일(화) |
스토리와 플롯1 |
9 |
8월 9일(화) |
스토리와 플롯2 |
10 |
8월 16일(화) |
동시대 소설의 미학적 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