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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사와 묘사 (소설반)    
글쓴이 : 김성은    22-06-23 16:24    조회 : 14,158

여름학기 3주차에는 소설을 공부하고 있다는 서** 선생님이 새로 오셨습니다. 이로써 소설반 정원은 총 19명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강의실 안이 꽉 차서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어요.

작가님은 절대적으로 좋은 문장이나 옳은 문장은 있을 수 없다고 합니다. 항상 모든 건 맥락에 의거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문장이 무엇일까는 공유할 수 있는 부분들은 있습니다. 바로 문장론이지요. 소설 쓰는 데 밑바탕으로 삼기 위해서 작가님이 문장론 수업을 좀 더 보강할 예정이라고 하세요.

■ 글의 네 가지 기술양식

1.설명-독자에게 어떤 사실을 알려주기 위한 양식

2. 논증-설득을 목적으로 하는 양식

3. 묘사-구체적인 대상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양식

4. 서사-행동이나 사건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양식

: 모든 글에는 이 네 가지 형태의 기술 양식이 들어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소설에서는 묘사와 서사가 압도적으로 많은 분량을 차지합니다.

묘사적인 것은 ‘공간’의 범주에, 서술적인 것은 ‘시간’의 범주에 각각 위치시킬 수 있다. 이 두 부분은 또한 문체의 차이와도 관련될 수 있다. 전자에 있어서는 명사와 형용사가 우세하다면, 후자에 있어서는 동사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우세하다는 것은 횟수가 아니라 그 기능에 따른 것이다.(K.팔리카)

: 묘사라고 한다면 공간 즉 정적인 부분이기에 그것을 형용해야 하니 명사와 형용사 단어를 동원하고요. 서사는 시간의 흐름이 있다 보니 동사가 가능한 많이 쓰이게 된다고 합니다.

소설을 쓸 때 우리가 이용하는 문장의 양식은 대체로 서사와 묘사이다. 더러 설명을 하기도 하고 드물게는 논증을 써먹기도 하지만 그러나 소설 문장에서 중요한 것은 서사와 묘사이다. 서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밝히는 글이다. 묘사는 ‘그것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글이다. 서사는 시간의 흐름을 기술하고 묘사는 공간의 양상을 기술한다. 서사는 시간적인 글쓰기이고 묘사는 공간적인 글쓰기이다. 서사는 움직임이나 행동에 대해 말해주고, 묘사는 모양이나 양상에 대해 그림을 그려 보여준다. 서사는 동사를 필요로 하고 묘사는 형용사를 필요로 한다. 작가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묘사 위주의 소설을 쓰거나 서사 위주의 소설을 쓰기는 하지만 묘사만으로 된 소설, 서사만으로 된 소설은 없다. 묘사만으로 일관된 글은 실감을 자아내지만 지루해지기 쉽고, 묘사가 빠진 채 서사만으로 씌어진 글은 속도감을 주는 대신 스토리 위주라는 인상을 줄 가능성이 높다. 묘사와 서사, 대화와 설명이 서로 섞여서 소설의 문장을 이룬다. 심지어는 한 문장 안에 이 요소들이 한꺼번에 들어가기도 한다. 따라서 묘사냐 서사냐를 따지고 신경 쓰고 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따지고 신경 써야 할 일은 좋은 문장을 쓰는 일이다. (이승우)

: 묘사 없이 시간의 흐름이 중단되지 않은 채 쭉 사건과 행동위주의 소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시간이 정체되어있는 상태에서 거의 묘사만으로 된 소설이 있지요. 극단적인 형태로 어떤 작가의 의도가 강력하게 반영된 그런 형태의 글이자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글이라 하더라도 반대되는 요소를 찾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서사만으로 되거나 묘사만 있는 글이 없다고 해요. 보통은 묘사와 서사가 섞여 있다 보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묘사와 서사, 대화와 설명이 서로 섞여서 소설의 문장을 이룬다. 심지어는 한 문장 안에 이 요소들이 한꺼번에 들어가기도 한다” 우리가 글을 쓸 때 ‘지금 나는 묘사하고 있는 거야, 서사하고 있는 거야’라고 의식하고 쓰지 않고 감으로 씁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걸 의식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보통 뭐든 몸에 배게 되면 의식하려고 해도 의식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가님이 여러 번 강조하셨듯이 글을 쓰려는 것도 마찬가지로 맨 먼저 떠오르는 걸 쓰면 안 된다고 하세요. 노련한 작가들의 경우야 이미 의식의 어떤 단계를 건너갔기 때문에 더 이상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단계이지만, 항상 우리는 초보자의 마음, 첫걸음을 떼는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를 의식하며 써야합니다. 오랫동안 써왔던 습관의 힘으로 글을 쓰면 안 되고 이 순간, 이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서서 다시 뒤로 한걸음 갈 용기가 필요하다고 하십니다. 더 멀리, 더 오래 걸어가기 위해서는 다시 뒤로 돌아가서 올바른 길을 찾아서 걸어가야 하는 게 훨씬 더 빨리 오래 걸어갈 수 있다고요. 한 단어, 한 문장을 쓰더라도 고민하고 생각하고 정말 그것이 적확한지 대해서 판단하면서 글을 써야 한답니다. 어느 정도 그 과정 자체가 의식하지 않아도 될 만큼 내안에서 빨리 이루어지는 단계가 오면 그때는 스스로가 느끼게 될 것이라고요.

시인이나 소설가에게는 뭔가 주어져 있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같은 말을 들어도 그들은 뭔가 다를 것이라 여기게 되지요. 아니랍니다. 그 시인이나 소설가들은 자기들이 쓰는 글을 매번 새롭게 쓰는 것이라고요. 시인이나 소설가들은 항상 자기 스타일이 있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 역시 한 편 한 편 글을 쓸 때마다 항상 자기가 알고 있는 것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그걸 바탕으로 새롭게 보려고 노력하는 그 과정을 거치면서 글을 쓰는 거라고 생각해야 한답니다.

우리한테 영구적으로 주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매번 새롭게 경험하고 접근할 때만이 뭔가가 이루어진다고 해요. 우리는 왜 묘사문, 서사문을 쓰는지 하나하나를 인식하고 확신을 가져야 한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친 뒤에 따지지 않아도 되는 자연스런 상태가 올 때까지는 의식적으로 따지기를 멈춰선 안 된다고 작가님은 당부하셨습니다.


강의에 앞서 작가님은 여름학기 <동시대 소설의 미학적 도전> 수업에 함께 이야기 나눌 작품을 미리 말씀해주셨습니다. 토바이어스 울프의 장편소설「올드 스쿨」로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담겨있는 내용입니다. 소설쓰기 과정을 담은 문청시절 이야기인데요.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소설쓰기 과정을 거칠 것인가 생각해볼만한 글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