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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사란 무엇인가 (소설반)    
글쓴이 : 김성은    22-07-01 09:05    조회 : 3,771

비 오는 날,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발가락 골절로 결석한 최**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모두 출석하셨어요. 이런 날은 집에서 따뜻한 커피 마시며 책을 읽는 게 좋은 날이라고 작가님은 말씀하시지만 강의실을 꽉 채운 수강생들의 열의에 감사해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수업에 앞서 작가님은 소설을 쓸 때 시적 이미지에서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기에 좋은 시들을 찾아서 읽길 바란다고 하셨어요. 이미지와 관련해서는 어떤 장르보다 가장 중심에 있고 많은 시인들이 다양하게 사물을 보고 다양하게 사물을 묘사하는 방식들을 남겨 놓았기 때문에 소설 쓰는 습작생 입장에서는 그런 좋은 시들을 읽고 영감을 받는 건 중요한 일이라고요.

역사학자는 소설가가 될 필요가 없지만 소설가는 역사학자가 될 필요가 있고, 철학자는 소설가가 될 필요가 없지만 소설가는 철학자가 될 필요가 있다고 하셨어요. 소설이라는 게 삶의 총체적인 것을 다루는 유일한 장르이다 보니 그렇답니다. 주의할 것은 잡학다식이 목적이 아니라 영감을 받는 게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요. 책을 읽는 것은 단순하게 지식이나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글쓰기의 영감을 받기 위해서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묘사란 무엇인가

가. 묘사의 개념

묘사는 구체적인 대상을 말로써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기술 양식이다.

묘사는 상(세계)에 대한 어떤 ‘느낌’을 표현하고자 진술한 것으로, 대상에서 받은 인상이나 느낌 등을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기술 양식이다.

: 대상(세계)에 대한 어떤 ‘느낌’을 표현(묘사)을 한다는 건 그 대상이 자아내는 느낌, 정서를 묘사하기 위한 것입니다. 인물의 외모나 배경을 묘사할 때 눈으로 보듯이 독자의 눈앞에 제시해주는 건 일차적인 것입니다. 자세히 묘사해서 우리가 얻으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묘사된 대상이 어떤 정서, 어떤 느낌, 감정을 담고 있다는 것은 그것을 읽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가 최종적으로 중요한 문제이고 판단해야할 문제라고 합니다. 그래서 단어하나 문장하나 소홀히 생각해선 안 된다고요. 익숙한 표현이라도 그냥 넘어가면 안 됩니다. 왜 그게 중요한지, 왜 그렇게 설명해야만 하는지 대해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왜냐면 한 단어 뒤에는 수많은 개념들 수많은 의미들이 감춰져 있기 때문이죠. 무심코 그러려니 하고 넘기면 그 단어 그 문장은 우리들 것이 되지 않습니다. 한 단어 한 단어에 주의를 기울이며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그런 상태에서 넘어가야 자기 것이 된다고 당부하셨어요.

예술 철학가 존 버거는 사진 이미지에 대해 유명한 말을 했습니다. “사진 이미지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하나의 사진 이미지가 수많은 이미지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 소설에 묘사 된 이미지 배후에는 수많은 이미지를 거느리고 있다고 합니다. 하나의 이미지가 뒤에 수많은 이미지를 거느렸다는 뜻은 진짜로 그렇다는 뜻이 아니라 그것을 보는 내가 그 이미지 하나에만 머물지 않고 다른 이미지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하나의 이미지라는 건 특수성을 뜻하지만 하나의 이미지가 배후에 수많은 이미지를 불러들인다는 건 보편성을 뜻합니다. 물론 특수성과 보편성이 일치해야 된다는 개념을 실현해야 하기에 쉬운 건 아니라고 해요. 우리가 뭔가를 묘사하는데 실패하는 이유는 자기가 보는 대로 묘사하지 않고 우리한테 고정되어 있는 관념, 내재화되어있는 보편적인 관념들을 실현하기 위해서 묘사하기 때문이지요. 물론 독특하게 묘사하면 보편성을 얻기는 어렵습니다. 너무 독특하고 개별적이고 특별하기만 하면 보편성으로 가기는 어렵지만 시도해 보라고 하십니다.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보다 실패해도 좋으니깐 자기가 본 대로 느낀 대로 쓰라고요. 보편성을 획득하지 못한 이미지라도 좋으니 이러한 과정이 되풀이 되다보면 스스로 제어가 되고, 스스로 절제가 되고, 스스로 보편성을 획득하는 어떤 지점에 대한 감각들이 생길 것이라고요. 우리를 가로막는 무형의 방어기제를 넘어서는 연습들을 하는 게 글쓰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하세요.

결론적으로 하나의 이미지에 배후에 수많은 이미지를 거느리고 있다는 것은 하나의 이미지에서 인상이나 느낌이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들이 유사한 다른 이미지들을 저절로 불러들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떠한 느낌이 없으면 독자가 그걸 가지고 다른 이미지들을 불러들이며 상상할 수 없겠죠. 그냥 눈에 보이는 것을 묘사한다면 독자 역시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지나갑니다. 그런 경우에는 아무리 섬세하게 묘사를 했다고 해도 묘사를 통해 이루고자 한 것의 반도 실현하지 못한 것이 되는 것이죠. 



홍정현운니동   22-07-01 10:43
    
배우면 배울수록 제대로 쓰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업 내용 정리의 달인, 반장님 감사합니다.
     
김성은   22-07-01 17:47
    
저도 그렇습니다. 소설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한 단어, 한 문장 쓰기가 더 어렵게 느껴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