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반 풍경
어찌된 일인가요? 어저께는 때 아닌 소나기가 한바탕 지나갔죠. 오색 궁전 단풍마당에 이게 어이된 벼락입니까? 오늘 아침에 선보인 단풍들은 미세먼지까지 세수한 순도 높은 가을 수채화였답니다. ‘환상’ 그 자체였죠. “와아! 요술 궁전!”
만추에 취해 아직 자리를 지키지 못한 분이 몇 분 계셨지만 수업에 대한 열정은 뜨거웠어요.
오늘 주제는 ‘나는 왜 결혼했느냐?’ 호기심 반짝. 솔깃하죠? 어떤 분이 말하길 결혼은 ‘소설은 끝나고 역사의 시작이다.’라고 했어요. 오늘은 배우이자 시인인 ‘김성우’님의 결혼 이야기로 만추의 낭만을 즐겨볼까요?
♣창작 합평
*김상환 님 <숟가락과 젓가락>
*강창진 님 <친구>
*숟가락과 젓가락의 상징을 살려 우리의 삶과 연결시켜 잘 썼다고 칭찬 하셨어요. 이 숟가락 하나를 잡기 위해 헌신한 땀의 가치와 식솔들의 공동체의 소속감을 강조하여 묘사하셨더군요. 늘 자리에 있는 수저는 필요성을 잊고, 맛난 반찬에만 눈길을 돌리는 우리의 식생활의 개선점을 강조 하셨답니다.
*수정 할 부분이라면 마지막 단락에서 요약, 정리, 한 말씀을 피하고 여운을 남기자는 뜻을 전했어요.
*<친구>의 글에서는 배경이나 인물 묘사가 그림으로 그리 듯 구체화 시킨 점이 아주 좋아요. 친구와 숙취로 인한 아내와의 불화를 잘 묘사 하셨어요. 마지막 부분에 ‘극심한 혼돈’이란 말에서 명확한 전달이 독자에게 부족했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좀 더 구체화 시켜 형상화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답니다.
* 우리끼리의 수다 방에서 다시 합평은 꼬리를 물고 일어났어요. 강 선생님께 질문 했죠.
“사모님이 화난 원인이 정확하지 않아요.”
“내가 한량 친구들과 술을 먹었으니 화가 나지 않겠느냐?”
“‘한량’이란 낱말로는 사건 묘사가 부족해요.”
“좀 더 구체화….”
*불꽃 튀는 토론이 이어지고 이어졌답니다. 인간 밑바닥까지 사건으로 올인 하기에는 아직 설익어있다는 자신을 보고 쓰레기도 형상화 할 수 있는 자존감이 오기까지는 세월의 연륜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결론도 나왔답니다.
♣나는 왜 결혼했느냐? (김성우)
*명예 배우이자 시인인 ‘김성우’ 님의 결혼관이 아주 흥미 있었어요. 화려체이면서도 부드러운 글이 고양이 생쥐 받아 먹 듯 우리 입에 달콤하게 씹혔어요. 야금야금 받아 먹었죠. 결혼 반대론을 펼치다가 60세가 넘어서 결혼하신 분입니다.
짝수의 변
김성우
*나는 이혼을 절대로 하지 않기 위해 아예 결혼을 안하기로 하고 있었다. 이제 이혼을 하고 싶더라도 이혼할 시간이 없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결혼을 한다.
* 나이가 들면 차츰 바보가 되어간다. 바보가 할 짓이라곤 결혼밖에 더 있겠는가?
결혼을 하면 꿈이 없어진다. 결혼을 안해도 꿈이 없어질 나이가 되면 굳이 결혼 안 할 까닭이 없다.
*어려서 부모를 떠난 이후 나를 교정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결혼을 안했으면 나는 영원히 내 본체를 모를 뻔 했다. 결혼은 내게 땅에 묻힌 동경을 발굴하듯 내 해묵은 악습과 타성을 찾아내준 고고학이었다.
*혼자 사는 동안 나는 지주목(支柱木)이 없는 나무였다. 성격이 멋대로 자라고 있었다. 독신은 불부이직(不扶而直)하지 못한다. 아내는 비뚤어진 성장에 교정목이 되어준다.
*나는 철없이 완성의 여자를 기다렸다. 여자는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무리 핑계가 수천 가지더라도 미혼은 미흡한 것이다. 결혼이란 결함을 메우는 것이다.
♣깔깔 수다방
* 점심은 오늘도 코다리와 옹심이. 맛깔스런 얼큰한 코다리와 옹심이는 단골 메뉴로 우리들 입맛에 길들여졌답니다. 문전성시를 이룬 집이라 엉덩이 붙이기 무섭게 자리를 이동해야 합니다.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리니까요.
다시 찻집으로 갔죠. 오늘 찻값은 제가 한 방 쐈습니다. 예쁜 장미 브로찌의 자석을 기적처럼 찾았거든요. 신기할 만큼 다시 찾은 것이라 한 번 글을 써 보려고 구상 중이랍니다.
여기에서 생중계 합평이 날개를 달고 펄적펄쩍 뛰었어요.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 하신 강 선생님은 가슴에 쌓였던 회포를 훌훌 터셨어요.
“나는 50대에 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어요. 60대가 되니 이렇게 신나는 세상을
처음 알았어요. 천호반에 온 것이 꿈만 같아요.”
다음 주는 야외 수업이 진행됩니다. 판교반과 합반하여 만추의 절경을 수필로 그리려고 낙엽 뒹구는 현장으로 걸음을 옮기렵니다. 만추 속에서 한 편의 글. 이제부터 낚아 올릴 먹잇감 준비해야겠죠? 글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요. 밟히는 낙엽이, 찬란한 단풍이 내게 바짝 다가왔어요. “위대한 도약! 당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