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러닝실전수필(1. 26, 목)
- 몽상의 나귀 방울소리(종로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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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망(迷妄)의 눈발과 나귀 방울소리
설 전 주말 교수님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종로반 단체 카톡방에 글을 올렸다.
읽어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시인이 된 반원들의 댓글이 주르르 달리고 블라블라...
“한 잔술로 달래는 일상의 거죽 위에 미망(迷妄)의 눈발이 흩날리도다
어디선가 몽상(夢想)의 나귀 방울 소리 들리네 ” -김창식
“용인지역은 눈이 안 와요
떠나간 숙녀와 나타샤를 안주 삼아 달달한 낮술 즐기시길요” -류미월
(소주 이모티콘 선물)
“겨울 숲 어딘가에 고장 나 쓰러져 있을 목마에게 묻고 싶다
숙녀는 왜 우리를 떠났냐고, 그리고 넌 또 왜 주인인 숙녀를 버리고
가을 숲으로 떠났던 것이냐고 ” -김창식
(키 작은 바바리맨 등장. 선글라스 끼고)
“고장 난 시계를 차고 있어야 할 건디. 멀쩡한 시계를 차고 있어서
시간의 장난인 줄 아뢰오” -류미월
“오늘따라 한잔 술이 고픈 창식 어린이는 우울한 하늘에 소리 질러본다.
언제 눈을 내릴 것이냐고. 창밖엔 이미 보일 듯 말 듯 고운 솜털이 까치발을
들고 춤추는 발레리나가 토우를 신고 한 잎 한 잎 나풀대며...” -안해영
“하지만 어디에도 되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오직 힘없이 흩뿌리는 눈발뿐인 거디었다” -신현순
“맑은 술 소주는 저 혼자 냉장고 안에서 안주를 기다리며 울고 있었다” -안해영
“여운처럼 희미한 소리가 날갯짓한다
난 널 떠난 게 아니라 네 안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었노라고” -신현순
“눈이 내리면 그 옛날 설악(雪岳) 면 사랑마을의 겨울이 생각나네” -윤기정
“차가 늦어져서 이제야 꽃우물(花井) 역에서 지하철 타려고 하네요” -김정옥
“여운처럼 가녀린 울음이 날갯짓한다. 네 안 깊은 곳에 숨죽여 있었노라” -선소녀
* 한 잔 술부터 죽 이어진 문우들의 댓글을 연결해 뼈대를 갖추면 바로 ‘산문시’
‘시적 산문’ ‘손바닥(掌篇)수필’이 된다. 어렵게 생각할 거 없다. 별거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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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회원 글 합평
대추차가 불러오는 풍경(류미월)
대추차를 통해 할머니를 떠올리는 상상력으로 치환한 전이(轉移)가 훌륭하다. 빨갛게 익은 우물가의 대추는 신호등이 되고, 대추차는 우물이 되어, 유년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상상력을 동원해 과거를 소환하여 문학적인 글이 되었다. 대추 한 알에 응축된 바람이나 구름을 표현할 때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에 회자 자신의 고유한 관점을 덧붙여 보완해주면 더욱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지 않을까?
웨딩마치(선소녀)
Cross-Cut 기법으로 웨딩마치에 얽힌 바그너의 웨딩마치 <로엔그린>의 해설과 멘델스존의 <한 여름밤의 꿈>이 곧바로 이어지지 않고 중간에 곁들인 결혼 생활의 어려움으로 간격을 둔 병치서술은 압권이다.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물 흐르듯 흐르고 웨딩 음악의 소개가 곁들여진다. 초반의 신혼여행을 따라온 친구 부분과 결미 친구의 결혼인지 친구 자녀의 결혼인지 애매한 표현만 수정하었으면.
내 마음 속의 신발장(김정옥)
Ommibus 스타일로 3켤레의 구두에 얽힌 이야기 플러스 알파가 감동으로 밀려온다.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도 있지만 남편의 구두, 외손자의 첫 신발, 어머니의 구두에 얽힌 추억이 신발장을 볼 때마다 내 마음속의 신발이 되어 연민과 사랑으로 다가온다. 세 켤레 신발이 적절한 비중으로 균형 있게 서술된 완성도 또한 놀랍다. 등단 작 이후 오랜 침묵을 깬 수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
학이 된 추상미술의 수화 김환기(김순자)
지난주 합평한 수정글로 현대미술의 선구자 김환기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잘 묘사하였다. 김환기의 그림은 서양화로는 추상화이지만 동양의 서예문인화의 정신에 그 맥이 닿아 있다. 서로 없는 듯이 텅 비어 버리는 무작태의 작심에 유무의 교전이 있다는 김환기의 그림 감상법 또한 쉽게 터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자연 속에 침잠하고 눈을 감으면 자연화하는 경지가 올까?
반기문의 대통령 출마자격(염성효)
독재 정권 때 언론 탄압이 심했으나 한 사람(봉두완)만은 비평하도록 허용했다. 반기문의 출마 또한 보수의 구심점을 살리기 위한 출구적 장치가 필요해서일까? 반기문의 출마 자격이 국내법에도 유엔총회 결의안에도 어긋나지 않아야 함을 역설하여 공감을 산다. 회원국들이 ‘자국에만 너그러운 나라다.’라며 우리 후대가 국제무대에 서는 길을 막아 국격이 훼손되는 우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이상한 나라의 ‘알지요’(윤기정)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패러디한 제목이 기발하다. 질문은 짧게 답변은 길게 해야 하는 청문회이나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파 헤치려고 벌인 국회 청문회가 일곱 차례나 열렸음에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알지요?’ 질문에 ‘모른다.’로 일관했다. 촛불 민심에 숟가락 얹는 얌체 정치인들만 키운 것은 아닌지 여러모로 성찰케 하는 글이다. 청문회 개선 방안으로 '소크라테스의 산파술' 참고 바람.
병든 사회(박소언)
작금의 우리 사회가 ‘떼법’으로 병든 것 같다는 우려의 글이다. 외교문제로 비화한 소녀상 문제며 세월호 사건의 난맥상을 시의적절하게 표현했다. 앞면 하단부의 내용은 순화하여 표현하면 더 좋겠다. 자칫 우편 향으로 읽힐 수 있다. 후반부에 우리 사회의 전반적 안전 불감증을 잘 지적했다. 국가 안위를 위해서라도 ‘지혜로운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라는 부분은 병든 사회의 좋은 치유 방법이 될 듯.
3. 종로반 동정
다음날이 설 연휴 휴일로 이어지지만 치열한 수업 열기는 가실 줄 몰랐다. 수업 후 여학생들은 (당근!) 모두 집으로 서둘러 고고싱. 남학생들만의 전주집 모임이 어떠했을까 무척 궁금. 집에 가서 명절 음식 만들기에 도움을 주는 '엄친아'가 되기를 바랐다면 잘못된 것일까...요? ㅎㅎ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