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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이 되고 싶었던 한 사람과의 만남...(무역센터반)    
글쓴이 : 박윤정    17-02-12 21:48    조회 : 4,816

날 저물도록 한 사람의 소식을 기다리며

내 나이 스무 살이 넘으면 난 시인으로 살고 싶었다. 그 때까지 목숨줄이 이어져 있다면 말이다. 난 어려서 워낙 약골이었기에 내가 스무 살을 넘게 살 수 있을지 속으로 늘 궁금했다. 물론 그 누구에게도 이런 속내를 내비친 적은 없었다.

스무 살 전후해선 덜컥 큰 병에 걸려 꽤나 고생했다. 하지만 죽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후 몇 년 동안 나의 삶은 시인의 그것과는 꽤 거리가 멀게 펼쳐졌다. 그래서 다시 다짐했다. 내 나이 서른 살이 넘으면 꼭 시인으로 살리라.

그 바람은 겨우겨우 이루어졌다. 물론 시대의 어지러움과 내 자신 속의 막막함 때문에 한때 흔들리고 비틀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흔들림과 비틀거림 속에서도 시는 내 모든 행위의 한가운데에 자라잡고 있었다. 결국 흔들림과 비틀거림은 중심을 잡기 위한 몸짓이었다. 많이 흔들리고 비틀거릴수록 중심은 더욱 견고하게 자리잡는다는 걸 알았다.

어렸을 때 마을 앞산 머리꼭지에서 올라오는 아침 해를 보면 새로 태어난 아랫마을 갓난아기가 떠올랐다. 그러나 뒷산으로 숨어 들어가는 저녁 해를 보면 해수병으로 연신 기침을 하며 골골대는 윗마을 노인이 떠올랐다. 아기는 마침내 자라 꽃가마를 탈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꽃상여도 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뒤를 이었다. 할머니께선 지는 해를 기다리지 말고 뜨는 해를 기다리라고 늘 말씀하셨다. 그런데 꽃가마보다 꽃상여가 훨씬 더 크고 화려하며 장엄했던 건 어인 까닭이었는지.

사람 살다 간 흔적이 한 가닥 바람 줄기가 훑고 지나간 것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에 가슴 한켠이 싸했다. 나는 무엇인가? 아기였다가 어른이었다가 노인이 될 수밖에 없는 나는 무엇인가? 스무 살 이전에 나는 이 문제 때문에 머릿속이 꽤나 복잡했다. 그러나 그 나이 또래의 아이가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의 수준은 뻔했다. 이 책을 우연히 손에 들었을 독자는 이런 의문을 가져 보지 않았는지?

여기에 풀어 놓은 이야기는 십대 끝 무렵을 살아 본 사람이면 누구나 겪었음직한 이야기이다. 밑도 끝도 없고, 해답도 결론도 없는 문제들을 가슴에 부둥켜안고 울다가 웃다가, 마침내는 스무 살이 되고 마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작은 흔적. 그 작은 흔적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읽어 내든 읽어 내지 못하든 그런 건 상관없다. 소설은 다만 이야기일 뿐이니까.

따스한 봄 햇살과 간지러운 바람에 마당의 목련이 기지개를 켜며 내는 숨소리가 들리는 듯싶다. 그러나 꽃망울이 터지려면 아직도 한참 더 기다려야 한다. 이 이야기는 아직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은 사람들만 읽었으면...... 몸이 근질근질하고 세상이 온통 궁금한 사람, 삶의 속뜻을 너무 많이 알아 버리지 않은 사람, 그러나 머지않아 온몸을 세상에 내던질 사람, 당신이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면, ‘별이 지면 꽃이 아프고, 꽃이 아프면 바람의 그림자가 밟히는사연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날 저물도록 한 사람의 소식을 기다리며 붓을 놓는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이십대 초반을 암자에서 지내며 출가를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해안 낙조를 보면서 괜스레 슬픔을 느끼는, 독하지 못한 청년이었기에

그만 하산하라는 권고를 듣게 됩니다.

살아오면서 죽음의 고비를 몇 번씩 넘은 바 있으며...

바라던 대로 작가가 되었고...

마침내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만나게 되었지요.

2000년 봄, 나는 아름답다(사계절)의 이 아름다운 머리말을 쓴 박상률 선생님.

 

 

최화경,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람>

이정희, <몸에 대한 생각>

하진근, <너 몇 살이야!>

신성범, <이재명 토크콘서트를 다녀와서>

이상 네 편의 작품을 합평하며

이번 시간엔 삶과 죽음을 주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긍정과 낙관도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며,

죽는다 생각하고 살면 일을 미루지 않으며 욕심 부리지 않고 살게 된다는 박상률 선생님의 말씀에 정충영 선생님은 죽음을 의식하고 살면서 현재를 제대로 누릴 수 있겠냐는 반문을 하셨습니다. 죽음을 잊지 않는 것과 현재를 누리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각자의 몫일 듯합니다.

그 외에 몇 가지 공유한 내용으로는

- 문장을 짧게 쓰면 의미가 명확해진다.

- ‘금새는 틀린 말, 금시에의 준말인 금세가 맞다.

- 한 편의 글에서 제목, 첫 문장, 마지막 문장이 가장 중요하다.

- 고시랑 80 = 골골 80

너무 건강하다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는 말이 된다. 감기도 걸려가며 살아야 항체가 생긴다.

- 글의 끝부분에 사족이 없어야 여운이 남는다.



금요일에는 압구정반 회원이시기도 한 철학자 이동용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는데요, 멀게만 느껴졌던 니체 철학의 정수를 문학과 연관지어 맛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철학을 잘 몰라도 우리가 글 쓰는 일에 니체가 얼마나 깊이 연관되어 있는가를 귀에 쏙쏙 들어오게 풀어주셨습니다.

철학을 깊이 공부한 이 선생님이 이제야 문학의 길로 들었다고 하신 말씀에서

문학을 읽고 글쓰는 삶이 얼마나 의미있고 소중한가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아모르 파티, 운명을 사랑하라!

정답이 아닌 혼돈을 품으라!

우리 마음을 찌르는 인상적인 잠언들을 한가득 쏟아낸 니체가

글쓰는 우리들에게 주는 조언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2페이지를 넘지는 않지만 거기에 포함된 모든 단어가 필연적이라고 할 만큼 명확한 소설을 백 개 이상 습작해보라; 가장 함축적이고 가장 효과적인 일화의 형식을 배울 때까지 매일 일화를 쓰도록 하라. 인간의 유형과 성격을 수집하거나 윤색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라. 특히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효과를 유심히 바라보고, 가능한 한 모든 사람에게 말을 자주 하고 남이 말하는 것을 귀를 쫑긋 세워 듣도록 하라. 풍경화가와 의상 디자이너처럼 여행하도록 하라. 잘 표현된 예술적 효과를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개개의 학문에서 발췌하도록 하라. 끝으로 인간 행위의 동기에 대해서 잘 생각하고 이 점에서 가르침을 주게 될 어떤 지침도 냉대하지 말고 밤낮으로 이런 것들의 수집가가 돼라...”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181쪽 이후

 

이건형 선생님, 벌써 겨울학기도 종반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봄이 되면 뵐 수 있겠지요? 선생님의 빈자리가 큽니다.

여양구 선생님, 여행 잘 다녀오셨지요? 활기찬 모습 뵙고 싶습니다.

주기영 선생님, 폭설 사진을 보며 우리반 선생님들 모두 무사 귀환을 기원하셨는데 지금은 어떤 상황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고옥희 선생님, 시부상 당하시고 장례 치르고 오셨지요.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위로를 전합니다.

이숙자 선생님, 이옥희 선생님, 하다교 선생님,

다음 시간에는 꼭 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최화경   17-02-13 16:07
    
반장님 수고 많으셨어요
책임이 참 무섭지요?
주샘은 무사 귀국중이구요
봄학기 신청이 진행되는 겨울학기의 끝자락입니다
병약했던 박상룰샘의 청년기를 들여다보며
골골팔십이라고 건강하게 백수까지 누리실
선생닝생각에 살풋 웃음이 나왔던 수업이었습니다.

임미숙총무님 바쁘신중에도 밀탑에서 한턱 쏴주셔서
즐거운 티타임도 가졌던 날이었지요
내일 모레면 수업날이네요
반갑게 만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