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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맑아졌다" (무역센터반)    
글쓴이 : 주기영    21-09-15 16:15    조회 : 5,113


 “흰돌아, 세상 맑아졌다!”는 박상률 작가의 <<개밥상과 시인 아저씨/시공주니어>>에서 시인이 진도개에게 건네는 말입니다. 시인의 눈에 세상이 맑아져 보인다는 이 말은 아저씨 가슴속으로 시 하나가 들어왔다는 뜻이지요. 


 좀처럼 잠들지 못하던 지난 밤, 이 책을 다시 꺼내 읽다가 문득, 

아~ 이렇게 대책 없이 詩가 찾아오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 ‘가을’입니다.


** 박상률의 수필, 생활 글 창작(무역센터반, 수요일 11:20~12:30)
* 수업 중 (<한국산문> 9월호도 공부했습니다.)

  • 문학은 언어가 도구다. 
  • 독자가 읽고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명료하게’ 쓰자. (오독을 피할 수 있도록)
  • 내용은 짐작할 수 있지만, 그래도 문장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 마지막 한 문장이 밋밋한 전체를 살리기도 하므로 글의 끝마무리가 중요하다.
  • 글이 우연하게 구성이 맞아지기도 하지만, 구성이 안 되었을 때 약간의 가공이 필요하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비틀기)
  • 수필은 원래 ‘샛길’로 새는 것.


*<한국산문> 9월호에 이은규 님의 ‘구두 수선공의 월요일’이 실렸지요.

시인의 다른 시 한 편 놓습니다. (세상이 맑아졌거든요. ㅎㅎ)


바람의 지문 / 이은규


먼저 와 서성이던 바람이 책장을 넘긴다

그 사이

늦게 도착한 바람이 때를 놓치고, 책은 덮인다


다시 읽혀지는 순간까지

덮여진 책장의 일이란

바람의 지문 사이로 피어오르는 종이 냄새를 맡는 것

혹은 다음 장의 문장들을 희미하게 읽는 것


언젠가 당신에게 빌려줬던 책을 들춰본다

보이지 않는 당신의 지문 위에 

가만히, 뺨을 대본 적이 있었다

어쩌면 당신의 지문은

바람이 수놓은 투명의 꽃무늬가 아닐까 생각했다


때로 어떤 지문은 기억의 나이테 

그 사이사이에 숨어든 바람의 뜻을 나는 알지 못하겠다

어느 날 책장을 넘기던 당신의 손길과

허공에 이는 바람의 습기가 만나 새겨졌을 지문


그때의 바람은 어디에 있나

생의 무늬를 남기지 않은 채

이제는 없는, 당신이라는 바람의 행방을 묻는다


지문에 새겨진 

그 바람의 뜻을 읽어낼 수 있을 때

그때가 멀리 있을까,

멀리 와 있을까


** 작품 합평 (존칭생략)    

증조할아버지 오셨다 / 이근자

별은 다 어디에 / 김화순

그녀의 선택 / 정명순


** 안부

반갑지 않은 손님 태풍 ‘찬투’, 명절 앞두고 부디 모두 무탈하기를 바랍니다.


오늘 수업에 오셨어도 혹여 못 오셨어도, 어디서든 모두 “해피 추석”입니다.

다음 주 22일은 휴강이니 한 주 쉬고,  29일에 뵙겠습니다.


주기영   21-09-15 16:19
    
한가위 꽉 찬 보름달처럼
마음 속 빈 방들도 무언가로 채워지길. 

-노란바다 출~렁
성혜영   21-09-15 20:00
    
오늘도 시크한 주기영선생님 덕분에
교실의 정경을 엿볼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법정이 머물던 길상사에 가면
꽃무릇이 반길거예요.
열흘후면 늦어요.
굳이 선운사까지 갈거있나요.
강남 교보문고앞에는
백일홍 꽃나무 배롱나무가
에쁘지요.
선생님들 모두
풍성한 한가위 지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