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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수수밭, 수수밭-길 공동 합평(경북 김천으로 MT 다녀왔습니다.)    
글쓴이 : 김성은    19-05-23 22:01    조회 : 1,999

<임헌영 교수님 합평 내용 _ 5월>

 

1. 합평의 태도

합평할 때 자꾸 발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먼저 자기 생각을 얘기해 보고 이후 자기와 다른 의견을 듣고 나서, 그럼 나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되짚어보면 반성이 더 세진다. 남의 글을 보면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석 달만 바짝 정신 차리고 들으면 웬만한 수준 있는 사람은 합평을 대충은 할 수 있게 된다.

합평해보면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로 서너 번 합평하면 확 느는 사람이 있다. 두 번째는 합평했더니 더 못쓰겠다는 사람이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합평은 하나마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떤 경우든 합평을 이겨내야 한다.

잠시 쉬다 하자 생각이 들어 쉬면 끝이다. 일단 쉬면 참 편하다. 시간을 번 것 같다. 하지만 쉬다가 다시 하려면 그렇게 힘이 든다. 혼자 써보자 싶어도 집에 들어앉으면 절대 못쓴다. 나중에는 합평 가는 게 엄청 힘들어진다. 6개월 안 나가다 합평에 나오면 기분 나쁘게도 자기보다 더 잘 쓰는 사람이 생겨있다. 그러면 그 후배 꼴 보기 싫어 못 간다. 아무리 잘 쓰는 사람도 2년 안 나오면 글은 이미 퇴보해있다. 합평 받고 오히려 후배에게 깨진다.

수필을 잘 쓰려면 외국어를 배울 때처럼 어느 수준까지 확 올려놔 버려야 한다. 아무리 머리 좋은 사람도 바빠서 쉬다 보면 외국어를 다 까먹는다. 주변에 왜 조금 하다 그만두는 사람이 많은가 생각해보라. 완전히 자기머리에 익힐 때까지 안하면 반드시 퇴보한다. 훗날 어느 수준까지 올렸다싶을 때는 좀 쉬어도 된다. 안 나와도 글만 보내면 된다.

한국산문 탈퇴하지 말고 꾸준히 글을 독촉받고 부지런히 쓰고, 책도 꾸준히 보아야 한다. 합평 모임에서 꼭 글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친선과 자극도 받는다. 그러니 절대로 빠지지 말고 참석해라. 결코 중도포기 해서는 안 된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꼭 합평할 때 입 다물고 가만있다가 뒤에 가서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합평에서 나온 말보다 자기 말을 들으라고 하며 글쓴이를 혼란스럽게 해서 못 나오게 만드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에게 휩쓸리면 정신착란증에 걸린다. 절대 듣지 마라. 합평한 거로 끝내고 딱 그만큼 고쳐라.  

2. 주제와 보조 장치

모든 글에서 주제가 있다면 그 주제를 살리기 위한 나머지 글은 보조 장치라 할 수 있다. 이때 보조 장치가 너무 길면 안 된다. 비유하자면 멀리뛰기를 할 때, 일정 거리를 도움닫기한 뒤 발구름 판에서 한 발로 굴러 멀리 뛴 거리를 측정한다. 도움닫기 할 때 천 미터를 뛰어와서 정작 오십 센티밖에 못 뛰면 아무 소용없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멀리 뛴 거리인 것이다. 주제는 바로 멀리 뛴 거리다. 경기에서처럼 가능하면 보조 장치가 짧으면서 멀리 뛰는 글이 잘 쓴 글이다.  

3. 종교와 문학 차이점을 든다면 종교는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것이고 문학은 반론을 많이 제기할수록 위대한 문학이다. 글을 쓸 때 반론을 제기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라. 

4. 아무리 탁월하게 자연묘사를 해도 초점이 없으면 안 된다. 주제 의식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글로는 매끈한데 맞춰진 초점이 없는 경우 개성 혹은 특성이 없는 글이 된다. 문장도 잘 쓰고 감동적이다 느낄 수 있도록 과제로 삼아 글을 써야 한다. 서정적인 묘사를 하더라도 한두 군데 정보나 장소에 대한 내 느낌,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였는지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것이 중요하다. 글 쓸 때는 꼭 아리랑 고개 넘듯이 클라이맥스가 있어야 한다. 한번 만들면 제일 낫고 두 번 정도까지, 세 번 넣으면 독자들이 식상해한다. 

5. 글에 사진이나 그림이 들어가도 좋다.  

6. 글을 쓰면 현실적인 사건이나 사람을 볼 때도 초점을 맞춰서 정확하게 보는 눈을 길러준다. 다시 말해 문학을 하다 보면 인간을 인식하는데 있어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보는 눈을 길러준다. 글을 쓰면서 자신의 잘못된 행동과 인식을 바로잡고 개선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사건이 재미없게 서술됐다면 결론적으로 뚜렷한 주제의식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7. 노년 혹은 만년에 대한 예찬의 글을 쓸 경우, 민태원 작가의 <청춘 예찬>을 갖다 놓고 형식을 고대로 빌려오고 내용만 변형하라. 워낙 유명한 글이기에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된다. 이것은 수필 쓰기에 있어 재밌는 발상이다. 소설가 최인호는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서 첫 구절 ‘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를 ‘배가고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로 바꿔 썼다. 길이를 똑같이 했지만 내용은 다르다. 명수필을 써먹어도 된다. 표절이 아니다.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볼 수 있다.  

8. 글의 소재를 더 넓혀라. 영화, 연극, 신문 본 것, 동창회 가서 들은 것 뭐든지 다, 인생사의 모든 일을 자기 수필에 넣어보는 것이 좋다.  

9. 글 제목이 다 말해줄 경우, 글을 안 읽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장점이면서도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신문 기사 제목을 유심히 공부 삼아보라. 신문 기사는 제목으로 다 드러나야 한다. 하지만 다 아는 사건의 경우 제목만 보고 내용이 짐작되면 넘어간다. 짐작이 안 되는 기사만 읽는다. 수필도 제목이 짐작이 안 되도록, 그러나 재밌게 지어라. 


<수수밭 동정>

- 한국산문 5월 등단 : 김종범 (축하드립니다.)  

- 수수밭, 수수밭 길 MT : 2019. 5. 18~19 (경북 김천)




스스의 날 기념식을 조촐하게 케이크 하나 놓고 노래를 불러드리는 걸로 끝냈습니다... 임헌영 교수님! 교수님의 은혜가 하늘과 같습니다. 저희들 마음 다 아시죠~~ 정말 고맙습니다. ^^



김단영   19-05-24 11:49
    
엠티 겸 수수밭 합평수업 후기 잘 읽었습니다^^
아주 꼼꼼하게 적으셔서 마치 그 자리에서 함께 듣는 것 같습니다
스승의 날, 임헌영 교수님 감사드립니다
김종범 선생님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김성은   19-05-24 20:21
    
단영 작가님~ 엠티에서도 못 보고 넘 아쉬워요. 그래도 댓글로 인사해주니 반갑고 고맙습니다. ^^
김선봉   19-05-29 16:59
    
잘 봤습니다. 자꾸 발언하는 습관의 문턱을 못넘고 있습니다.
곧 나아지겠죠.
     
김성은   19-05-30 08:29
    
김선봉 선배님, 잘 지내시죠. 엠티에서 못 봬서 아쉬웠습니다. 교수님 말씀 참 좋지요. 우리 합평에서 발언을 열심히 해보자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