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호반 풍경
풍요의 가을을 낳기 위한 여름 태양은 실력을 과시하고 있었죠. 추욱 늘어진 가로수잎이며, 허벅지 끝까지 올라간 아가씨의 미니스커트는 한낮의 여름 수채화였어요.
그래도 우리 강의실은 오아시스. 바깥 기온보다는 4-5도 낮은 시원한 피서지에서 강의를 듣고 있었답니다.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몇 분 선생님이 여행을 떠나시고 빈 자리가 썰렁했지만 ‘장현순’선생님이 새로 오셔서 축하 분위기에 젖었답니다. 친근감있게 다가오시는 장선생님. 환영합니다.
♣작가는 자아가 여럿이다.
* 집에서는 ‘아빠’, 강의실에 오면 ‘선생님’, 희곡을 쓸 때면, 희곡의 주인공이 되고,
소설을 쓸 때면 소설의 주인공이 된다는 ‘작가’. 또 수필을 쓸 때는 수필의 주인공이 된답니다. 매력있죠. 어느 때는 ‘백작 부인’도 되어 보고, 또 어느 때는 ‘어부’ 또 어느 때는 ‘영웅’도 되어보는 이 멋진 글쓰기가 오늘따라 입맛을 싸악 당깁니다.
내 안에는 겉모습과는 또 다른 자아가 숨겨있다는 사실을 알았죠. 이 비밀스런 신화를 끄집어 낼 때 나는 위대한 도약을 하는거죠.
다시 놀란 것은 교수님은 희곡, 소설, 시, 수필을 쓸 때마다 책상이 다르다는 겁니다. 희곡을 쓸 때는 희곡 쓰는 자리에 앉고, 소설을 쓸 때는 소설 쓰는 책상에 앉고….
여러분 놀라지 않으셨나요? 된장은 된장 뚝배기에 담아야 맛이나고, 과일은 과일 담는 그릇에 담아야 제맛을 내 듯, 장르에 따른 독특한 맛을 내기 위해선 ‘자리’도
한 몫 한다는 걸 오늘에서야 다시 배웠답니다.
♣작품 제목 달기
* 여러 번 들었지만 실천이 힘든 게 이 제목 선정입니다.
①주제 반영 ②호기심 자아내기 ③ 기억하기 좋게
(예.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성공한다 보다는 ‘아침형 인간’이 단순하면서 명료)
*제목 다는 방법
①주제를 직접 들어내는 방법: 홀로서기, 무정, 사랑.
②인상적인 장면이나 배경: 태백산맥, 지리산, 봄날.
③인물 이름 : 임거정, 장길산.
④상업적으로(유행성)
⑤뜻밖의 제목 : 낯설게 하기: 대머리 여가수.
♣등장인물의 이름
①이름을 통해서 인물의 성격 묘사.
②이름으로 남녀 구별, 국적 식별.
③음가 빌려오기: 권만중(건망증이 있는 사람), 강남우(감나무 라고 놀리기 위해)
④아들 원하는 이름: 이금안(今安, 딸 그만). 김막내. 김말자.
⑤직업암시: 이천환(사채업자), 정직한(은행원, 공무원)
⑥별명이나 택호,속칭으로 부르기: 똥바, 똥례.
* 글은 지면 위에 그려진 언어의 결정체 이므로 개인의 상징성이나, 개성을 강조하여 독자들의 상상력을 높여주어야 합니다.
♣깔깔 수다방
* 강의가 끝날 무렵이면 배꼽시계는 알림종을 울리죠. 침이 입안으로 흥건히 모이고 ‘꼬르륵 꼬르륵’ 운률이 장에서 터집니다. 점심시간이죠. 우리들은 2파트로 갈라집니다. ‘코다리냐? 옹심이냐?’ 얼큰한 코다리파가 훨씬 우세랍니다. 그런데 교수님은 언제나 옹심이파 이십니다. 들은 얘기로는 매운 걸 좋아하면 교감 신경을 자극하여 불끈불끈 ‘화’를 잘 낸답니다. 그래도 얼큰한 코다리가 좋은 걸 어쩌죠?
오늘 지갑은 김보애 님이 여셨어요. 강선생님 왈
“ 보애 선생님은 맨날 점심을 사시나요?” 작품도 써 오시고 아들 장가 소식도 들려주시고, 언제나 기쁜 소식만 들고 다니시는 보애님. 축하드립니다.
차를 마시는 시간에도 혼사 얘기는 퍼졌어요.
“ 우리 결혼상담소 하나 차릴까요?”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어요. 더위에 건강 챙기시고 수필 한다발 안고 오세요. 25일을 기다리며. 반장님 즐거운 여행. 뒷이야기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