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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7월 합평(디지털대반, 임헌영 교수님 명강의록)    
글쓴이 : 김성은    19-07-26 11:12    조회 : 2,030

<임헌영 교수님 합평 내용 _ 7월>


1. 글 쓴 사람은 모든 걸 관찰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합평하면서도 앞에 앉은 사람 주위 모두를 다 관찰해야 한다. 버스를 타면 승객들 다 관찰하고 바깥 풍경도 하나하나 놓치지 않는다. 집에 가서는 낭군님도 가만히 들여다보며 밖에서 뭐 하고 왔나 상상도 해보고 그런 훈련을 하는 것이 문학 수업이다.

   문학 하는 사람들이 세상과 인생을 많이 안다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머리가 좋아서 잘 아는 것이 아니고 관찰력이 좋기 때문에 잘 아는 것이다. 길을 가다가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 중에 유심히 관찰하는 자가 있다면 글 쓰는 사람일 수도 있다.


   내(임헌영 교수님)가 자주 하는 말, 강조하는 말이 있다.

   글 쓸 게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럼 죽어버려라.” 자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는 게 수필인데 쓸 거 없다는 건 죽은 거나 마찬가지다. 관찰력만 기르면 길을 가다가도 발길에 글 쓸 감이 차인다. 오늘 합평에 대해서 각자 글을 써본다면, 어디에 초점을 맞췄는가에 따라 다 다른 글이 된다. ‘내 옆에 앉은 애는 뭐라 했다. 반장은 뭐라고 말을 했고, 선생이란 작자는 뭐라고 뭐라고 씨불여 댔다.’ 이렇게 써도 다 글이 된다. 그런 시도조차 안 하고 앉아있으면 환갑이 돼도 글 쓸거리가 하나도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친구 생각나면 수소문해 봐라. 수소문하는 그 과정에서도 또 수필 거리가 생긴다. 쉽게 말해 열심히 살아라. 인생을 매순간 철저히 살고 관찰을 하고 모든 것에 애정을 가져라.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인도주의, 박애주의 정신을 가지고 세상을 봐야 한다. 누군가를 딱 보는 순간에 ‘저 새끼 왜 저렇게 생겼어. 개나발 놈 같은 새끼.’ 이러면 관찰이 안 된다. 애정을 가지면 깊이 보게 되고 자세히 보게 된다. 자세히 봐야 보인다.

   자녀가 초등학교 다녀와서 집에 왔을 때 애 표정만 보고 좋은 일이 있었는지 아닌지 딱 알아야 한다. 모르면 엄마는 애한테 애정이 없는 것이다. 신랑이 집에 왔을 때 이 남자가 다른 여자 손목을 만지고 왔는지 한눈에 알아야 하고, 성년이 된 딸을 딱 보고도 애인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게 관찰력을 키워야 한다. 


2. 글이 길게 느껴진다는 것은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주제를 안 맞추고 일어났던 일화를 세세하게 다 쓰면 일기체 수필이 된다. 이럴 경우 글이 길어지면서 초점이 흐려지고 늘어진다. 처음 구상할 때 줄거리를 확 잡아라. 그 줄거리에서 필요 없는 것은 잘라버리고 딱 필요한 것만 넣어라.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면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 밥을 먹거나 장을 보거나 잠을 자는 것 등등 하나하나 열거하지 않는다. 딱 중요한 베드신만 쓰듯이.

   반면, 소재나 주제도 하나고 치밀하게 묘사했어도 글이 길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정보도 치밀하게 많이 소개하지만, 그런데도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은 하나 가지고 시시콜콜 다 쓴 것이다. 이 중에서 덜 중요한 것은 빼는 것이 작가의 역량이다.


3. 친절하면서도 추상적인 문장을 구체적인 걸로 바꾸려면 사실(팩트)을 넣어라.

  “저만치 철로 신호기 근처에 객차의 앞 대가리가 뱀처럼 머리를 들이밀며...” 이 문장에서 팩트를 점검해보면 운전자가 있는 기관차가 먼저 보이고 그 뒤로 객차가 보이는 것이 맞는데 그렇다면 이 문장은 틀린 것이다. 글을 쓸 때 사실에 근거한 묘사를 해야 한다. 상황을 묘사할 때 외관을 정확히 묘사하고 지명, 거리나 시간도 틀리지 않게 써야 한다.


4. 남의 글에서 멋진 대목을 찾는 것도 문학 공부하는 방법의 하나다. 어떤 구절이 좋은 건지 못 찾는 것도 문제다.

  “모래사장 ~ 모래사장을 덮치고 스스로 사라지는 거품, 수많은 사람이 찾아와 쏟아냈을 희부연 한 사연들이 일렁거린다. 홀로 간다는 것. 나를 돌아보는 일이지 싶다. 밀려드는 외로움을 벗 삼아 살아온 삶, 해변이 배경인 그림 속 한 점 인양 걷는다. 오른발 왼발 번갈아 가며 따라오는 발자국이 덩달아 갯바위로 오른다. 살아온 날들이 활동사진처럼 머리를 스친다.” 문장이 아주 좋다.


5. 문장에서 문제가 없다면 다음으로 내용과 글감, 구성을 잘했는지 봐야 한다. 아무리 문장력이 좋아도 내용이 부실하거나 글감을 잘못 잡으면 백 년을 써도 좋은 글이 안 나온다.

  일기도 쓰고 연애편지도 많이 써봤다면 문장력은 좋아질 수 있다. 다만 자기 글을 객관화하고 누구에게 읽혀보고 어떠냐고 물어보지 않았을 때 생기는 문제가 있다. 내용, 메시지가 잘 전해지는가를 검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메시지 하나를 가지고 자꾸 파고드는 훈련이 필요하다. 주제를 찾아서 쓰는 연습을 하면 문장력이 갖춰졌기에 금방 멋지게 쓸 수 있다.


6. 글을 잘 쓰려면 자기 고백이 필요하다. 이것은 기술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안 털어놔도 된다. 그 외의 사건들. 웬만하면 다 이해가 된다. 누구랑 싸운 거, 애인에게 시련 당한 거, 상대를 버린 거 독자들이 읽으면 다 이해가 되기에 털어놔도 된다.


7. 어머니에 대해 글을 썼을 때 독자들이 어머니를 다 보고 싶게 만들었다면 성공한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를 아주 개성 있는 여인상으로 그려야 한다. 그렇다고 꼭 교육받은 사람만 개성 있는 것은 아니다. 에피소드, 작가와의 사이에 어떤 사건,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넣으면 더 애잔해지면서 좋은 글이 된다.


8. 아주 긴 이야기를 줄이는 방법은 시나리오 쓰는 법에서 배우면 된다. 중요 장면에 소제목 붙이고 대화와 짧은 설명을 넣는다. 세세한 중간 과정은 생략하고 중요한 장면만 나온다. 필요한 장면만 쓰는 것. 수필에서도 이를 이용하면 좋다. 시나리오 작법을 배워서 시간 역순으로 구성도 해보고 다양한 형식을 활용해봐라. 수필이라고 별다른 것이 없다. 

 


 

<수수밭 동정>

- 7월 신입회원 : 김시현, 문제원, 이돈권


김성은   19-07-26 11:19
    
임헌영 교수님의 명강의 엄지 척입니다. 정말 감동이지요~ ^^
김숙   19-07-26 19:05
    
엄지 척 감동인 한 명 추가 입니다.
     
김성은   19-07-27 10:51
    
김숙 님, 이곳에서 만나니 더 반갑네요.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지요. 자주 인사주세요~ ^^
김선봉   19-07-29 00:06
    
역시 그 스승에 그 제자입니다.
교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분위기를 살려 전달하는 것은 성은님의 재주입니다.
올려주시는 내용을 보며 잘 배우고 있답니다.
계속 수고해 주세요.
     
김성은   19-07-29 21:25
    
김선봉 선배님, 칭찬 고맙습니다. 계속 수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