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문학실전수필(08. 22. 29)
-다양한 소재는 오케이, 낯선 주제는 곤란(종로반)
1. 수필 강의
가. 문단과 주제, 연결
읽는 이를 움직이게 하는 힘을 지닌 글이 좋은 수필이다. 문단마다 주제와 직간접적, 혹은 배면으로 연결되어야 좋은 글이 된다. 문단끼리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것이 좋은 수필이다.
여기서 팁 한 가지. '제목과 첫 문단이 주제를 품고 있으면 좋은 글이 된다.'
나. 소재의 다양함(O), 주제의 낯섦(X)
‘너희들만의 우리’에서 보편적인 삶을 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소재가 다양하다는 말은 주제가 ‘색다르다, 낯설다’라는 말과는 다르다. 자유로운 형식의 수필이 책임져야 할 부분도 많다. 보편적, 윤리적 상식 기준에 맞아야 한다. 그로테스크하거나 성 소수자에 대한 극단적인 찬성, 반대, 이념 논쟁, 정치 성토 등은 적절한 주제가 아니다. 또한 '소울(Soul)'과 '스피릿(Spirit)'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소울(O), 스피릿(X)
2. 반원 글 합평
가. 사계절 나무(봉혜선)
쓰고 싶은 주제로 바로 들어가기가 요즘 수필 쓰기의 추세이다. 앞의 긴 서두를 잘라내어 쓰고 싶은 산수유의 4계에 배치하면 같은 내용이 일목요연해지겠다. 즉시 원고를 뭉텅이째 싹둑 잘라내는 작가의 모습에 칭찬이 이어졌다.
나. 그양 가요(윤기정)
네 살 손자의 아쉬운 작별 인사말에 묵은 갈대의 발목을 감고 함께 서 있는 새 어린 갈대의 풍경이 겹친다. 연명치료 의향서를 작성한 최근의 작가 행보와 잘 버무려 내놓았다. 삶과 죽음의 순환에 대한 사유와 성찰이 깊은 글이다.
다. 전망이라니(봉혜선)
동음이의어인 전망에 대한 생각을 작은 사례와 함께 적은 사유 수필이다. 번호를 매겨 각기 다른 경험을 비슷한 주제 아래에 쓰는 것으로 이희승의 <청추수제>가 좋은 예이다. 구체적 논리적 문장이 되도록 하면 좋은 글이 되겠다.
3. 한산 8월호
- 류미월의 <숟가락> 은 제사상에도 놓이는 숟가락의 역할을 언급해 주위를 숙연케 하는 글이다. 식사 때마다 사용하지만 기능의 편리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공기 햇살의 고마움을 잊고 살듯이.
- 신세대 언어를 다룬 <나는 암호 해독 중>을 읽으며 이어령의 ‘생각하라. 상상하라’ 는 글이 생각났다.
- <누렁이~>와 <찻물을 달래다>도 주목할 만한 글이라는 의견이었다. 오늘의 주안점은 ‘생각훈련’이다.
- <알리타 배틀 엔젤>은 신인 공모 당선작임에도 많이 써 본 솜씨가 있다. 문학 속 인문학 지식을 녹여내는 데의 가능성을 보았다.
4. 종로반 동정
- ‘중구 여성백일장’ 수상에 빛나는 이재현 총무님이 저녁 초대를 한 날이다.
교수님과 문우님들 얼굴이 활짝 펴졌다. “이런 일이 자주 있었으면!”
- 중국 외유에서 돌아온 김기수 님. 외제 수필 잊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 선소녀 님(전 총무)이 깜짝 방문했다. 머지않은 장래에 합류를 기대합니다.
- 오랜만에 단체 사진을 찍는다. 박재연 작가가 온기도 채 가시지 않은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일지라도> 수필집을 무겁게도 친히 들고 깜짝 방문했다. 고향에 돌아온 듯 비워둔 자리를 찾아 앉는 모습에 모두의 얼굴이 미소로 가득했다. 오랜만이기도 하려니와 지원받아 낸 초판이 1,800부나 된다는 말에 다시 한번 놀랐다. 모두의 부러움과 진심으로 축하하는 박수와 웃음이 뒤풀이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2쇄 3쇄 죽 이어지기 바라는 발걸음이 가볍다.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