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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9월 합평내용(디지털대, 수수밭)    
글쓴이 : 김성은    19-09-27 14:09    조회 : 2,153

<임헌영 교수님 합평 내용 _ 9월>


1. 습작기 때 문장에 멋을 내려고 하면 안 된다. 자기 생각을 소탈하고 담백하게 쓰면서 표현을 멋지게 쓰는 연습을 하자. 

2. 아버지의 등에 대한 글을 쓸 때, 목욕탕에서 서로의 등을 밀어주는 부자의 정에다 아버지 등이 주는 상징을 추가해서 넣으면 이야기는 더 드라마틱해진다. 예를 들어 등짝에 새겨진 피멍이 든 지게 자국을 보며 아버지가 짊어진 삶의 멍에, 아버지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런 한 구절이 추가됨에 따라 독자들에게 각인되는 명장면이 나올 수 있다. 

3. 누구나 다 아는 지하철 풍경이지만, 독자들이 볼 때 작가의 관찰력도 좋고 표현도 좋다고 느끼게 써야 한다. 지하철을 이용해서 출퇴근을 하며 지하가 아니 잠깐 맛보는 지상의 풍경이 좋다면, 세밀한 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계절에 따른 풍경의 변화와 그것을 바라보는 심경의 변화를 넣어보면 좋다.  

4. 정원을 가꾸는 일에 대한 글은 사방에 많다. 정면 돌파로 쓰지 말고 풍자적으로 써야한다. 도시에 살다가 시골 가니 좋다는 글은 뻔하고 지루하다. 꽃 피는 게 뭐가 대단하냐. 도시에도 꽃은 다 핀다. 자기 뜰에 핀 꽃만 소중하다고 쓰지 말고 남편 흉도 보고 풀이나 각종 사물을 의인화해서 재밌게 쓰라.  

5. 너무 얌전하고 윤리적인 글은 재미를 반감한다. 본인은 안 그래도 글은 좀 비틀거리게 써도 된다. 특히 사랑에 대한 글에는 흔들리며 휘청거리는 맛이 있어야 한다. 모든 유행가를 보면 흔들린다. 작가가 꼿꼿한 자세로 정색하며 하느님 앞에 걸어가듯이 반듯하게 쓰면 독자들이 따분해진다. 현대인들의 내밀한 심리가 나타나도록 흔들리는 마음을 써보자.

 

9월 합평은 추석연휴 관계로 수수밭과 등단자 모임인 수수밭길 회원 작품 19편을 합평하였습니다. 시간 관계상 작품별 합평은 짧게 이루어졌고 수수밭 길 정혜선 회장님을 비롯한 선배님들이 자리를 함께 해주셔서 날카로운 지적과 힘이 되는 응원을 받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임헌영 교수님의 합평 내용은 적지만, 추석만큼 풍성한 토론과 열기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어요. 수수밭길 선배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보너스로 교수님이 손색이 없는 심리묘사라며 멋지다고 칭찬하신 정양이 회원의 글 <타임머신> 일부를 소개합니다.  

“느티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에서 친구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맑은 내변산 골짜기를 지나 마을 앞으로 흘러가는 시냇가는 동네아이들의 놀이터였다. 삼삼오오 짝지어 물놀이하던 곳, 피라미를 잡아 검정 고무신 울타리에 가두고 함께 꼬리치며 깔깔거리던 곳이다. 학교가 파하면 치마를 움켜쥐고 징검다리를 조심조심 건너가다 일부러 물속에 첨벙 빠져 핑계 삼아 물놀이로 이어지기도 했었다. 또래 아이들이 방과 마루를 훔친 걸레를 담아 옆구리에 끼고 재잘재잘 빨래 마실을 하면서 이야기꽃잎을 한잎 두잎 흘려보내던 시냇가, 멀찌감치 냇둑에서 장난꾸러기 머슴아들은 돌멩이에 장난기를 치덕치덕 발라서 던지고 달아나던 그곳은 내가 초등학교 5,6학년을 보내며 산과 들로 달음질치던 개나리라는 마을이다.”



<수수밭 동정>

- 9월 한국산문 등단 : 김숙 (축하드립니다.)





김성은   19-09-27 14:14
    
앗, 수수밭길 최로미 선배님의 풍성한 합평후기가 먼저 올라왔네요. 제 글은 복습이다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
김선봉   19-09-28 17:33
    
수고하셨어요.
합평작이 많으니 합평하기 바쁘고, 그러다 보니 교수님의 말씀이 적어 '뼈있는 가르침'이 적었군요.
그래도 뭐...
맨날 홈런칠 수도 없는 걸 이해는 합니다.
성은님의 후기는 제가 다 모아두고 읽으니 계속 수고해 주세요.[올해 1월부터 있네요.]
다음달을 기대합니다.
고생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