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끝내고 점심을 먹는 중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요즘 많이 들을 수 있는 ‘~실게요’의 문제점을 끄집어 냈습니다.
어법에도 맞지 않는 이 말이 일상어가 된 듯 합니다.
침을 맞으러 가니 ‘여기 침대에 누우실게요’
옷가게에 들어가면 ‘저기 탈의실에 들어가셔서 이 옷을 입고 나오실게요‘입니다.
걱정이 크네요. 명색이 글쓰기를 배우는 사람인데.
작품이 없어 교수님이 준비하신 이상의 짥은 산문 <권태>를 공부했습니다.
강의를 듣고서야 이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네요.
1930년대 한국의 산문에 이런 글이 없다가 ‘싫증난다, 내가 한 번 보여주마!’하고 쓴 글이 성공을 했다더군요.
마광수도 요즘의 그런 소설 말고 내가 한 번 새로운 걸 보여주마 했는데, 시대부응을 못해 실패했다고요.
글을 쓰라고 하면 ‘무엇이 좋은 걸까,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에 쓸 게 없다고 하는 거랍니다, 근데 이상은 지루하다 말하는 대신 ‘지루한 건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들으니 그렇더라구요.
‘서(西)를 보아도 벌판, 남(南)을 보아도 벌판, 북(北)을 보아도 벌판, 아~~이 벌판은 어쩌라고 이렇게 한이 없이 늘어놓였을꼬’
지루하다고 쓰는 것이 아니라 권태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표현했습니다.
글쓰기가 지적인 작업인지라 주지주의라 붙일 만큼 지적인 작업을 한 글이라고도 하셨습니다. 권대, 나태, 무의미해 보이나 사실을 완벽히 지적인 글이라고요.
이 수필은 이상이 요양 차 평북 성천의 친구에게 의존해 지내던 그 때의 경험을 썼다고 합니다.
《이상의 문장》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어 봐야겠습니다.
반장님이 결석이라 오늘은 제가 후기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