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첫 교시 인문학 수업 후기입니다.^^
오늘은 이성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조리극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비논리적이며 등장인물의 세계관도 중립적인 부조리극은 혼돈, 공허, 동문서답 같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있지요. 무대에 설 곳이 없어서 프랑스 교도소에서 초연을 한 작품입니다. 무대도 단출하고 여자가 나오지 않아서 교도소 무대에 설 수 있었답니다. 예상외로 죄수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유명해졌습니다. 결국에는 노벨 문화상까지 수상했지요. 죄수들은 '고도'를 각자의 사정에 맞춰 가족, 연인, 자유, 희망 등으로 해석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영웅이 연출(아내인 오증자가 번역)하여 홍대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관심받지 못했던 연극이 우리나라 첫 공연 일주일 전에 노벨 문학상을 받는 바람에 인기를 끌게 됐다고 합니다. 두 주인공인 블라디미르는 정신, 에스트라공은 육체를 나타냅니다. '기다린다'는 것은 인류를 존속시켜 온 힘이며, 인간의 존재 조건이라고 해석합니다.
또 다른 부조리극의 대표적 작품으로는 '대머리 여가수'가 있습니다. 루마니아 태생의 프랑스 극작가 이오네스코의 작품입니다. 영어책을 뒤적이다가 대머리와 여가수 두 단어를 의미없이 조합하여 제목으로 썼기에, 연극에는 대머리도 여가수도 나오지 않는다네요. 서로 모르는 두 사람이 날씨, 사는 곳, 자녀 수 등 대화를 나누며 "엇? 나도, 나도 그래요!" 대사를 하며 공통점을 끊임없이 발견하다가 마지막에 서로 부부 사이라는 것을 발견합니다.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로 들리지만 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부조리극 외에 사실주의극과 서사극에 관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사실주의극은 대부분 소설, 수필과 맥락이 같지만 반드시 상대가 존재하기에 독백과 방백을 자제합니다. 직접적인 관찰을 통해 현실을 그대로 묘사하는 리얼리즘입니다.
서사극은 역사적 사건, 다른 시대와 다른 장소에서 소재를 채택합니다. '소외효과'라고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과 판단을 하여 연극을 비판 대상으로 보게 합니다. 극에서 사회자가 필요하면 등장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 판소리의 '도창'도 이와 같은 역할이라 볼 수 있습니다. 판소리에서'도창가'는 창을 끌고가는 사람으로 연극 안에 있으면서 중간중간 연극 내용에 대해 해설을 합니다. 창(일인 다역)에는 없고 창극(각 배역에 배우가 존재)에만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도를 기다리며' 명 대사 몇 줄 남기겠습니다.^^
"사람마다 조그만 십자가를 지지. 죽을 때까지. 그리고 기억에서 사라지네."
"태어날 때부터 무덤에 걸터앉게 되는 것이오. 눈 깜짝할 사이에 빛이 비치고는 또 다시 밤이 되는 것이오."
한 주 쉬고 뵐게요. 그때까지 건강하시고 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