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은 비요일. 주룩주룩 가을비는 내리고, 한번쯤 “빠져 버려?” 유혹을 느낄 법도 한데 우리 샘들을 어김없이 강의실로 들어서며 반가운 인사를 나눕니다. 1주일에 한번씩, 한 달에 네 번을 꼬박꼬박 짧게는 6개월, 1년. 길게는 7~8년을 자발적으로 만나온 사이. 월급 받는 일도 아니면서 ㅎ 이런 사이 어디 또 있나요? 우리 문우들은 그런 사이랍니다.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김정희
<내가 물었니?> 김영원
<어느 가을의 기억> 김계원
<당신은 진짜요> 윤용화
<내 책을 말한다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일지라도》> 박재연
<부녀의 옛 이야기> 박현선
여섯 편의 글을 합평했습니다. 교수님께서 글 각각의 전체적인 장·단점을 말씀해 주셨는데 역시 좋은 점을 더 많이 집어주셨고 공통적으로 지적해 주신 것은 서두의 글을 쓴 동기에 해당하는 부분은 아예 생략하거나, 과감히 압축해서 글 중간 중간에 끼워 넣는 방법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문우들의 글을 합평할 때도 우선 좋은 점을 칭찬하며 부드럽게(?) 고쳤으면 좋을 부분을 말해 주는 고도의 스킬을 발휘하면 좋겠는데 교수님께서 손수 모범을 보여 주시네요.
글에 두 가지 화소가 등장할 경우 어느 것에 더 비중을 두느냐의 문제는 작가가 글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게 먼저인데, 서브 화소가 더 재밋고 얘깃거리가 많을 경우, 작가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겠지요.
또 한 가지 활발한 토론이 오간 것은 수필 글에 있어서의 표현, 즉 묘사의 문제입니다. 리얼하고 생동감 넘치는 묘사가 글에 현장감과 활력을 불어 넣고 독자는 글을 읽으며 시원한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합니다. (작가는 육두문자에 해당하는 표현을 현명하게 대화체로 묶어서 표현했지요.)
교수님께서는, 작가의 느낌(화, 흥분)은 직접적인 묘사보다는 독자가 느끼게끔 슬쩍 돌려서 표현하는 게 上手라고 하셨습니다. 독자의 몫을 얘기 하신거지요. 그리고 그런 소재를 담을 그릇이 수필인가, 아니면 희곡인가, 꽁트인가도 생각해 보라는 말씀. 이 말씀은 진리….
보이스 피싱 피해에 관한 글은 본인의 경헙담이나 지인들의 경우를 이야기하며 한참 신나게(?) 수다를 풀어내기도 했구요. 이 글을 쓰신 윤용화 선생님, 오랜만에 낸 글인데 말미 부분, ‘내 볼을 힘껏 꼬집어보았다. 나 진짜 맞아?’압권이라고 칭찬하셨구요.
황빈 선생님께서 두 건의 매우 유의미한 합평을 해주셨습니다. 역시 깊은 내공이 스민 말씀, 오늘 잠시 자리를 비웠던 반장님이 있었으면 얼마나 감동을 했을런지요.
박재연 샘의 글은 출판사의 보도 자료나 페이스 북에 올리기에 손색이 없다 하셨구요,
박현선샘은 ‘어쩜 그리도 쓰면서 긴가민가했던 부분을 꼭집어 지적해 주는지', 라며 신기해(?) 하십니다요.
김계원 선생님, 역시 내공이 드러나는 글을 들고 오시면서도 겸손해 하시니...
반장님의 고품격, 무결점 후기를 감히 제가 한번 대신 써 보겠노라고 해 놓고 머릿속이 잠시 하얘지기도 했습니다. 그냥 제 스타일대로 올렸으니, 어제 4교시에‘미인 무수리’망발과 함께 너그럽게 봐 주시와요.
남춘네 파전과 쭈꾸미 볶음에 소면사리 추가, 팥 칼국수. 공해진 선생님이 슬그머니 결제를 해 주셨네요. 10,000원씩 회비는 반 운영비로 go!
남춘네 안주인은 ‘뚝배기에 눌어붙지 않은’ 계란찜 서비스로 화답해 줬구요.
다음 주는 한글날로 휴강입니다.
혹시 오늘 광화문이나 토요일에 서초동 가시는 분들은 부디부디 옥체를 보전하시옵소서. 아니 계시리라 믿사옵니다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왕이면 댓글도 팍!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