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4일 잠실반 강의 후기
◆ 어디선가 본 듯한 후기 ◆
-여기서 문제가 왜 나와?
책상 배열이 서로 바라보는 대면형 ㅁ대형으로 바뀐 교실에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사각 지대가 사라진 대형이라 꾸벅 졸거나, 휴대폰을 들여다보면 어디서든 그것을 볼 수밖에 없는 대형이지요.
잠깐, 방금 읽은 문장에 우선적으로 수정할 부분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 )
정답은 다음 수업 시간에 공개하기로 하고,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강의노트에서
강의 내용은 10월 ?한국산문?합평 발표였습니다.
각자 맡은 글을 읽고 합평을 했습니다.
수필 속에 영화나 소설 등이 인용되는 경우가 많지요?
수필을 쓸 때 인용할 자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 굉장히 든든하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은 뒤, 감상평을 메모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계절별, 시간별, 주제별 등으로 자신만의 방법으로 파일을 분류하여 저장해 놓으면
글쓰기에 도움이 됩니다.
이 외에도, 우리는 여행기, 알츠하이머가 소재인 수필, 수필 속 비속어, 합평의 기술 등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비평은 단점을 찾기보다는 장점을 잘 찾아야 한다. 눈이 부시다면, 왜 눈이 부신지를 찾아야 한다. 작가가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정성스럽게 작품을 읽었다는 것이 전달되도록 합평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위는 저의 강의노트에 있는 내용 중 일부입니다.
-ㅁ 대형의 사각 지대는 사각 부분이다 (feat A 님, B 님)
ㅁ 대형의 책상에 앉은 수강생들은 모두 진지했습니다.
단지, 두 분의 행동이 눈에 띄었는데…,
ㅁ 대형에서 나름 가장 사각 지대인 모서리 부분, 여기에 앉은 A님이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계속 기록한 것은 급한 교정 업무 때문이었고, 그 옆에서 막판에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한 B 님은 한산 홈피 고객님의 민원을 급히 처리하느라 그리한 것이라고, 휴대폰으로 업무를 했으나, 귀는 계속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노라고, 정말 그랬노라고 주장했습니다. 굳이 이것을 후기에 적을 필요는 없다고 하였으나, 두 분의 ‘주장’을 널리 알리려는 저의 배려로 이렇게 익명으로 공개했습니다.
- 백석의 시
?수라修羅?
백 석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 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언제인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 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 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 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 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미물에 대한 연민이 담긴 시입니다. 수업 중 등장한 시라 인용했습니다.
- 어디서 본 듯한 후기
돌아가며 쓰는 잠실반 후기, 이번엔 저의 차례였습니다.
수업 후기 쓰기가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몇 년 전 옆 동네에서 후기를 쓰며 터득한
‘쓸 말이 없을 때, 게시판이 휑하지 않도록 채우는 나름의 비법’을 이곳에 한 번 풀어봤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