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반 풍경
오늘이 상강이랍니다. 서리가 내린다는 절기에도 우리 집 앞 감나무는 단풍 옷을 갈아입지 못했어요. ‘온난화’로 단풍은 느림보 걸음이네요. 김수영 문학관 앞에서는 오색 단풍을 보았는데….
천호반은 경사가 이어지고 있어요. 이마리나 님이 손자가 태어났다고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강의실로 들어오셨어요. 우린 또 박수를 보냈지요. 내일은 경산에서 대구일보 주체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시상식이 있는 날이랍니다. 박소현 님이 대상을 받게 되었어요. 천호반 회원들 10여 명이 시상식에 참석합니다. 소현 님이 버스 대절, 점심, 저녁까지 대접한다니 잔치치고는 아주 푸짐합니다. 오늘 밤 잠이 잘 올지 모르겠어요.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기 시작하네요.
♣창작 합평
* 김상환 님 < 사람 인(人)자가 말을 걸어온다 >
* 성낙수 님 < 따뜻했던 산새 알>
* 양혜정 님 < 그곳에 우리의 시선이 머문다 >
* 한 작품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넣으려고 하지 맙시다. ‘사람 인자’와 ‘요술 냄비’로 나누어서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살아온 만큼 이야기 감이 나옵니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 어머니, 자기 주장, 칼럼 등
* 문학의 도구 는 언어입니다. 낱말 → 문장 → 단락 →작품
* 맞춤법에 맞아야하고 자기 언어가 있어야 합니다.
* 작가는 상상력에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개성이 있어야 합니다.
* 문장은 명료하고 짧게 쓰는 게 좋습니다.
* 여행 이야기는 여정에만 그치면 일기가 되기 쉽습니다. 뜻밖의 사건이나 일상에서 벗어난 이야기로 독자의 흥미를 이끌면서 쓰면 좋겠어요.
* 날개짓 → 날갯짓(o)
* 오래 사는 순서대로 나열하면
1. 스님, 수녀, 목사가 오래 삽니다
2. 기자, 소설가, 시인의 순서 랍니다. 시인이 명이 짧답니다. 술이 문제라나요?
♣ 텅 빈 충만 (법정 수상집/ 샘터)
* 오늘은 법정 스님 작품을 읽었어요. 법정 스님의 글은 평안과 온유 공감대가 이어지는, 모든 독자들이 좋아하는 글입니다. 그러나 그의 성격을 괴팍하고, 대중 문화 생활이 어렵습니다. 소유에서 벗어나기 위한 강박수준이 그를 괴롭게 했습니다. 그의 글 <식성이 변하네>의 일부분만 소개해 드릴게요.
식성이 변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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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미역도 무척 많이 먹었었다. 한겨울 시큼한 김치만 먹다가 물미역을 대하면 비릿한 갯내가 구미를 돋구었다. 끼니때가 되어 부엌으로 끓여 먹으러 들어가 밥을 안쳐놓고 나서 먼저 물미역을 씻어 초고추장에 찍어 맨입으로 한 접시씩 먹었다. 물미역을 먹으면서 나는 가끔 바위 기슭에 부딪치는 파도소리와 갈매기의 날갯짓이며 아득한 수평선에 대한 환상에 젖어 문득문득 바다로 내딛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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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옮기는 제 입에서도 침이 흥건히 고였어요. 글의 힘이 크죠?
♣깔깔 수다방
* 점심 단골 메뉴는 오늘도 코다리와 옹심이 랍니다. 열무 김치와 무생채가 입맛에 딱 맞아요. 열 번을 먹어도 물리지 않는 비결이 뭘까요? 새큼달큼하면서도 아삭아삭 씹히는 감칠 맛 때문에 발길은 굳어져 버렸어요.
찻집에서 수다는 수필 수다로 이어졌답니다. 강선생님은 수필과 소설의 양갈래에서 화자가 여러 명 나오다보니 자연 글이 길어진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수필에서는 화자는 ‘나’로 정해야 글이 명료하게 떨어진다는 얘기도 나왔어요. 소현 님은 대상을 탄 글에서 ‘보시’와 ‘적선’ 이란 낱말을 놓고 어느 것을 쓸 것인가 한 달을 고민 했다나요. 마리나 님이 인도에서 가져온 사탕을 깨물면서 인도 얘기가 나왔죠.
내일은 시상식에 참석하고 단풍 속으로 빠져드는 ‘우리반 가을 소풍날’입니다.
가만 있자. 시상식에 가려면 정장을 해야 하고, 가을 소풍은 간편 복. 무얼 입고 가나? 간식도 좀 가져갈까? 친구들이랑 나눠 먹어야지. 내일 9시에 만나요. 나이가 들어도 심장은 콩닥콩닥! 수필반에 오길 잘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