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강의실 >  한국산문마당
  텅 빈 충만 (천호반)    
글쓴이 : 김인숙    19-10-24 17:06    조회 : 2,464

♣천호반 풍경

 

오늘이 상강이랍니다. 서리가 내린다는 절기에도 우리 집 앞 감나무는 단풍 옷을 갈아입지 못했어요. ‘온난화’로 단풍은 느림보 걸음이네요. 김수영 문학관 앞에서는 오색 단풍을 보았는데….

천호반은 경사가 이어지고 있어요. 이마리나 님이 손자가 태어났다고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강의실로 들어오셨어요. 우린 또 박수를 보냈지요. 내일은 경산에서 대구일보 주체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시상식이 있는 날이랍니다. 박소현 님이 대상을 받게 되었어요. 천호반 회원들 10여 명이 시상식에 참석합니다. 소현 님이 버스 대절, 점심, 저녁까지 대접한다니 잔치치고는 아주 푸짐합니다. 오늘 밤 잠이 잘 올지 모르겠어요.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기 시작하네요.

 

♣창작 합평

 

* 김상환 님 < 사람 인(人)자가 말을 걸어온다 >

* 성낙수 님 < 따뜻했던 산새 알>

* 양혜정 님 < 그곳에 우리의 시선이 머문다 >

 

* 한 작품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넣으려고 하지 맙시다. ‘사람 인자’와 ‘요술 냄비’로 나누어서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살아온 만큼 이야기 감이 나옵니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 어머니, 자기 주장, 칼럼 등

* 문학의 도구 는 언어입니다. 낱말 → 문장 → 단락 →작품

* 맞춤법에 맞아야하고 자기 언어가 있어야 합니다.

* 작가는 상상력에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개성이 있어야 합니다.

* 문장은 명료하고 짧게 쓰는 게 좋습니다.

* 여행 이야기는 여정에만 그치면 일기가 되기 쉽습니다. 뜻밖의 사건이나 일상에서 벗어난 이야기로 독자의 흥미를 이끌면서 쓰면 좋겠어요.

* 날개짓 → 날갯짓(o)

* 오래 사는 순서대로 나열하면

1. 스님, 수녀, 목사가 오래 삽니다

2. 기자, 소설가, 시인의 순서 랍니다. 시인이 명이 짧답니다. 술이 문제라나요?

 

♣ 텅 빈 충만 (법정 수상집/ 샘터)

 

* 오늘은 법정 스님 작품을 읽었어요. 법정 스님의 글은 평안과 온유 공감대가 이어지는, 모든 독자들이 좋아하는 글입니다. 그러나 그의 성격을 괴팍하고, 대중 문화 생활이 어렵습니다. 소유에서 벗어나기 위한 강박수준이 그를 괴롭게 했습니다. 그의 글 <식성이 변하네>의 일부분만 소개해 드릴게요.

 

식성이 변하네

- 중략 -

물미역도 무척 많이 먹었었다. 한겨울 시큼한 김치만 먹다가 물미역을 대하면 비릿한 갯내가 구미를 돋구었다. 끼니때가 되어 부엌으로 끓여 먹으러 들어가 밥을 안쳐놓고 나서 먼저 물미역을 씻어 초고추장에 찍어 맨입으로 한 접시씩 먹었다. 물미역을 먹으면서 나는 가끔 바위 기슭에 부딪치는 파도소리와 갈매기의 날갯짓이며 아득한 수평선에 대한 환상에 젖어 문득문득 바다로 내딛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었다.

- 중략 -

* 이 글을 옮기는 제 입에서도 침이 흥건히 고였어요. 글의 힘이 크죠?

 

♣깔깔 수다방

 

* 점심 단골 메뉴는 오늘도 코다리와 옹심이 랍니다. 열무 김치와 무생채가 입맛에 딱 맞아요. 열 번을 먹어도 물리지 않는 비결이 뭘까요? 새큼달큼하면서도 아삭아삭 씹히는 감칠 맛 때문에 발길은 굳어져 버렸어요.

찻집에서 수다는 수필 수다로 이어졌답니다. 강선생님은 수필과 소설의 양갈래에서 화자가 여러 명 나오다보니 자연 글이 길어진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수필에서는 화자는 ‘나’로 정해야 글이 명료하게 떨어진다는 얘기도 나왔어요. 소현 님은 대상을 탄 글에서 ‘보시’와 ‘적선’ 이란 낱말을 놓고 어느 것을 쓸 것인가 한 달을 고민 했다나요. 마리나 님이 인도에서 가져온 사탕을 깨물면서 인도 얘기가 나왔죠.

내일은 시상식에 참석하고 단풍 속으로 빠져드는 ‘우리반 가을 소풍날’입니다.

가만 있자. 시상식에 가려면 정장을 해야 하고, 가을 소풍은 간편 복. 무얼 입고 가나? 간식도 좀 가져갈까? 친구들이랑 나눠 먹어야지. 내일 9시에 만나요. 나이가 들어도 심장은 콩닥콩닥! 수필반에 오길 잘했지.

 

 


김인숙   19-10-24 17:11
    
내일은 우리 천호반 가을 소풍날이다.
사실은 시상식에 참석하는 날이다.
왜 이리도 좋을까?
꼭 초등학교 때 소풍 가는 기분이다.

낯 선 곳에 내 몸을 맡겼을 때
신선하고 생소하고
호기심이 몰려온다.

굳어 응고된 낡은 것에서
벗어나고 싶다.
배수남   19-10-25 01:07
    
즐거운 목요일입니다.

단풍 들이 옷을 입은것처럼
천호반에도
이런저런, 알록달록
기쁜 소식들이
교실로 몰려왔답니다.

수다방에서
수필에 색깔을 입히고
소설적이냐,
희곡적이냐
색깔을 섞어보기도하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25일, 금요일에는
박소현샘 축하도하고
덤으로
바람도 쏘이는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김인숙   19-10-25 04:55
    
우리 반장님. 못 말려.
오늘 꼭두 새벽에도
댓글 올리는 정성
똑 똑 똑 떨어지게 맵찹니다.

오늘. 10.25
단풍 추억 새깁시다.
박소현   19-10-26 06:58
    
천호반의  구원투수 김인숙 선생님
오늘도바쁜 반장님 대신  멋진 후기를 쓰셨네요
참 멋지십니다~^^
법정스님의 잔잔한  수필을 읽으며 그분이 실천하신
무소유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달려와 먼길 동행해 주신
쳔호반 문우님들 감사합니다
단풍이 절정이던 문경새재를 구경도 못하고
그냥 스치기만 해야해서 어찌나 아쉽던지요
짧은 가을 해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오늘의 고마움, 두고두고 갚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인숙   19-10-26 11:49
    
내 짝꿍이 전국구에서 장원이라니
제가 조금 흥분했답니다.
마음 같아서는 한마당 펼쳐놓고
풍악 울리고 싶었지만
여의치못해
조금 이쉬웠답니다.

하지만 시상식에서
흐르는 여운이
수필의 맛에 양념을 넣었고
대상 소감도 명품이었어요.

글의 힘이 이렇게 큰 줄 몰랐어요.
'내성행상불방비'가 관광 명소로
불붙는 바람이 일것 같아요.

가을 추억 새기고 왔어요.
소현님!  좋은 인연 영광입니다.
이마리나   19-10-26 19:28
    
늦었지만  이제야 시간이 나서 후기방에 들어왔습니다.
다들 바쁘셔서 후기방은 조용하네요.
어제의 영광스런 문우의 시상식이  아직 생생히 남아있네요.
 모두 좋은 인연으로 뜻깊은 경험도 하고 우리끼리 즐거운 시간이 된듯합니다
.겸손한 소현님의 대상소감이 찌르르 마음을 울리더군요.
우리시대 고생 안하신 부모님이 있겠습니까만은
이렇듯 아름답게 글로 보답하니 효녀이지요.
모든 문우들에게 본보기가 된 소현님 더 휼륭한 글로 수필계의 거목이 되세요.
후기쓰랴, 간식챙기랴 바쁘셨던 반장님 인숙쌤 감사합니다.
날씨가 추워졌네요. 건강조심하세요.
     
김인숙   19-10-26 20:09
    
어제는 '한국산문'밭의 경사였어요.
저도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신명이 하늘을 찌를 뻔 했답니다.

언제나 꾀꼬리 목소리로
무리속 '청량제'같은 마리나님.
함께 해 주어서 더욱 빛이 났어요.

손자 돌보랴, 후기 답글 쓰랴
많이 바쁘실텐데
꼭 노크하는 이가 있어
힘은 10배 가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