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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10월 합평(디지털대반, 글 쓰는 사람들은 파도처럼 발전한다.)    
글쓴이 : 김성은    19-10-25 20:23    조회 : 2,701

<임헌영 교수님 합평 내용 _ 10월>


1. 시 공부의 어려움, 이것도 수필이 된다. 수필을 공부하는 어려움, 영화 본 거, 살아가는 것 등 꼭 뭘 써야 한다 이런 것은 없다. 아무거나 다 써라.

우리나라 문학 교육이 잘못 돼 있다. 미국이나 영국에는 문학 입문자에게 시의 이해, 소설의 이해라는 명칭으로 가르친다. 시 작법이 재밌고 쉽다. 문학을 어렵게 가르치는 데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로 교육자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시인이나 문학관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어려운 시는 안보면 된다. 현실적이고 재밌는 생활 시를 찾아서 읽어라.

가장 쉽고 재밌게 쓰기가 가장 어렵다. 우리나라 문학이 죽어가는 이유. 왜 그러는 거 같나? 문학이 재미없고 쓸모도 없으니까. 드라마보다 못하니까. 지금 상황을 보면 문학하는 사람들만의 독서의 대상으로인 문학이다. 사람들이 왜 점점더 문학작품을 안 읽는가? 소설이 논문보다 어렵다. 상품과 똑같다. 좋은 상품은 팔릴 수밖에 없다. 식당 음식 맛있으면 팔리듯이. 평론보다 시가 더 어렵다. 왜 보느냐?

시를 배우려면 자기 마음에 드는 시인을 찾아라. 그 시인의 모든 작품을 파고들고 필사도 하고 그러면 쉽게 시를 공부할 수 있다. 


2. 경상북도 영주지역의 옛 지명인 풍기, 풍기하면 8대 피란지 중 하나다. 전쟁이 나도 피해가 없는 지역이다. 옛날 선비 중 고향을 버리고 간 사람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살기 좋은 곳으로 느껴진다. 이러한 장소에 대한 정보와 자연을 묘사하면, 풍기라는 지명처럼 바람이 세고 황량한데, 그곳에서 외로움을 견딜 수 있게 한 피아노라는 소재가 대비되면서 더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소설 <폭풍의 언덕>을 연상하게 할 수도 있다. 

 

3. 합평할 때 왜 내용을 먼저 보느냐 하면,

문학 공부라는 것은 문장 공부가 아니다. 반드시 잊어버리지 마라. 합평도 문장만 합평하는 게 아니다. 그 작가가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걸 우리가 여기서 다 이해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을 하면 세상을 다 알게 된다는 말이 있다.

자기가 쓰고자 하는 내용에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나 먼저 생각해야 한다.

어떤 소재나 주제든지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상대의 주장에 대한 반론까지도 가상하고 생각하는 것이 문학이다. 문학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세상을 제일 넓게 본다는 것이 다 이렇기 때문이다. 대 작가들이 소설에서 사건 만드는 걸 봐라. 멋진 드라마에서도 보면 상대가 공격하면 주인공이 방어하는 것까지 보여준다. 문학의 모든 분야 시, 수필, 소설, 드라마, 평론이 다 그렇다. 변증법적 사고를 해라. 그게 글이고 명수필이다.


4. 모든 글을 쓸 때 진부한 것은 피한다. 정보가 아니라 낡은 것이다. 상투적인 표현은 빼라. 낡은 표현보다 새로운 버전, 재밌는 표현을 써보라. 

 

5. 장면 묘사만 이뤄지는 글을 피해라. 수필 한 편에 적어도 뭔가 하나의 클라이맥스가 있어야 한다. 

 

6. 원불교 순례 길을 걷는 내용을 쓸 때, 원불교 대종사에 대한 재밌는 에피소드, 정보를 넣어주면 좋다. 기독교에 대해서는 많은 상식이 있지만 원불교를 모르는 독자들이 많기에.


7. 자기의 삶을 드러내는 것이 수필이기에 글에서 자연스럽게 자기가 사는 곳을 설명하는 구절이 필요하다. 

 

8. 글이 잘 안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마음 편안하게 가지고, 좋은 책을 골라라. 자기에게 가장 맞는 책을 정독하며 힘든 시기를 넘겨야 한다. 이때 억지로 글을 쓰려고 하지 마라.

이 단계를 잘 극복해야 한다. 글 쓰는 사람들은 파도처럼 발전한다. 잘 쓴다 하면 반드시 내려온다. 등단할 때엔 자기가 제일 잘 쓰는 줄 안다. 그러나 쓰다 보면 반드시 슬럼프가 온다. 그때를 잘 넘겨야 한다. 이런 슬럼프를 한 세 고비 정도 넘기면 괘도에 오른다. 그땐 아무거나 써도 다 된다. 첫 고비 슬기롭게 잘 넘기자. 이 고비를 넘기면 글이 쉬워진다. 일급의 작가, 세계의 최고 작가도 다 겪는 일이다. 슬럼프라는 것을 알면 자신감을 가지고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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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합평에는 멀리 서호주 퍼스에서 1년 만에 온 이순영 님과 경상북도 영주에서 첫 글을 가지고 온 김혜림 님이 참석했어요. 두 분다 글도 잘 쓰고 어찌나 예쁘고 멋지던지요. 반가웠습니다. 

차지고 야무지며 조리정연하면서도 유머감각에 늘 재기가 넘치는 글을 써온 수수밭 모범생 박은실 작가님이 요즘 글이 안 써진다고 속상해하셨어요. 교수님께서 힘이 되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첫 고비 잘 넘기시구요. 저희도 응원할게요!!

점심은 만찬에서 지난달에 등단한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김숙 작가님이 크게 한 턱 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 


김선봉   19-11-18 14:10
    
늦었으나 지난달 합평내용도 잘 봤습니다.
아, 그리고 호주에서 오신 이순영님은 심포지엄에 참석하러 한국산문으로 오셨을 때 저도 뵈었습니다.
2018년에 보고 처음 뵙는 거니 1년만이었지요.
어쨌거나 교수님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이번달 합평도 수고해 주세요. (악덕 김실장 살아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