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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명하지 말고 묘사하라(디지털대 수수밭)    
글쓴이 : 문제원    19-12-30 13:25    조회 : 3,618

[2019. 12. 임헌영 교수님 합평 정리]

 

1. 팩트(fact)를 가지고 글을 쓰는데, 좀 유려하게 쓰다보면 약간의 꾸밈의 요소가 들어갈 수 있다. 그러다 보면 팩트가 아니라 만들어 낸 이야기가 아닌가하고 독자로부터 의심 받을 수 있다. 그런 불필요한 오해를 받느니 차라리 진솔하게 쓰면서 오히려 팩트 자체를 디테일하게 파고들어서 관찰한 것을 묘사하면 설사 작위성이 있다 싶어도 의심이 들지 않는다.

 

2.수필에서 문장력이 중요한데 문장력 못지않게 마치 단편소설을 쓰는 것 같은 구성력도 중요하다. 글의 첫 장면에 무엇을 넣고, 마지막 장면에 무엇을 넣어서 반전 시킨다든지 그런 구성력이 매우 중요하다.

 

3.(채원아 밥먹자) 백석의 시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런 토착적인 단어나 정서의 글을 앞으로 쓸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작가는 이런 무거운 글쓰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하지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 사람이 흔하지 않다. 그러니 지금까지 써 놓은 글까지 포함해서 고쳐서 다 발표해 버려라. 그 이후에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면 된다. 방언이 너무 많아서 읽기가 어렵다면 문제지만 적당히 들어가는 것은 괜찮다. 단 방언 때문에 읽기가 어렵다고 한다면 그것은 문제다. 작가 자신의 손해다.

 

4. 가족이나 지인의 이름을 쓰는 것에 대해 민감할 수 있지만, 사람 이름 정도는 글에 써줘도 된다. 오히려 그가 누군지 작가와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정확하게 밝혀주는 것이 독자가 이해하기 쉽다.

 

5. 작가가 일하는 사무실에서 벌어진 직원들의 행동을 가지고 이야기를 썼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태가 드러나는 글은 언제나 재미있고 글의 분위기도 좋다.

 

6. 소재를 가지고 주제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글이 달라진다. 수필 쓸 때 절대 설교하지 마라. 주제가 어떤 형식이든 제일 좋은 방법은 작가가 자기의 의사를 직접 말하지 않고 사건을 그대로 묘사해 줌으로서 독자들이 판단하게 만들어줘라. 그것이 옳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커피를 쏟고도 치우지 않는 여자를 묘사한다고 하면, 작가는 그녀를 직접적으로 비판하지 마라. 그 여자를 비판하고 싶으면 그녀가 눈에 쌍심지를 켰다든지, 옷을 어떻게 요상하게 입었다든지, 이런 식으로 가볍게 묘사하는 것에 그쳐라.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어떠했는지를 묘사해 주면 된다. 작가는 있는 그대로를 그리고 나서 끝내버리면 된다. 그럼 글이 재미있게 된다.

 

요약하면 사회현상 같은 것을 주제로 글을 쓸 때 가치판단적인 묘사를 하지 말라. 뻔뻔스럽다. 철면피다. 그런 말 쓰지 말라. 행동을 그대로 그려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느끼게 해야 한다. 그런 것을 잘하면 명 수필이 된다. 가치판단을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그려준다.

 

7. 독자 입장에서는 이런저런 제목이 낫겠다 싶을 수 있어도 제목은 작가 마음대로다. 글에서 비어나 속어를 겁내거나 피하려고 하지 마라. 비속어를 안 쓴다고 고상한 사람도 아니고, 쓴다고 고상하지 않은 사람도 아니다. 오히려 꼭 나와야 할 때 써 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욕을 잘 쓰는 인물을 묘사한다고 하면 글에 욕을 안 씀으로서 불필요한 묘사가 필요하다. 차라리 욕을 걸판지게 하나 넣어버리면 다른 설명이나 묘사를 쓸 필요가 없다. 또 그런 것들이 들어가야 글이 다채로워진다.

 

8. 우리나라 문장은 주어가 안 들어가도 문장이 된다. 괜찮다. 오히려 독자가 더 친근하게 느낄 수도 있다. 

 

9. 뭐든지 자기 글에 등장시킨 것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서두에 인물이나, 어떤 사물을 등장시켰다면 글의 결론 등에 그래서 어떻게 되었다라고 꼭 언급을 해 줘야 한다.

 

 


김선봉   19-12-31 00:29
    
네. 잘봤어요.
김성은   19-12-31 09:08
    
문제원 총무님! 역시 깔끔하고 자세하게 잘 정리해주셨네요.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우리 임헌영 교수님이 감기에서 얼른 회복해야 하실텐데요.
몸이 편찮으신데도 합평에 참석하셔서 열심히 작품을 봐주시는 모습을 보며
존경심이 우러나왔습니다.
새해에는 수수밭, 한국산문 회원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