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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든 자유롭게 써라(디지털대 수수밭)    
글쓴이 : 문제원    20-01-19 22:30    조회 : 2,106
   2020.1월합평.hwp (28.5K) [2] DATE : 2020-01-19 22:30:26

[2020. 1. 교수님 합평 정리]

 

1. 수필에서는 과격한 표현을 쓰면 안 된다고 정해진 법은 없다. 수필도 시나 소설과 똑같다. 문학이기 때문에 과격하게 써도 된다. 다만, 그 대목에서 맞느냐 안 맞느냐의 문제이지 수필이기 때문에 과격하게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은 없다. 수필이라고 얌전 뺄 필요도 없고, 일부러 과격할 필요도 없다. 흔히 수필은 마치 고상하게 만 써야 되는 줄 알고 있지만, 욕을 써도 되고 작가 마음 대로다. 다만 수필가들이 실력이 없어서 못 쓸 뿐이다. 알맞게 쓰면 된다.

 

2. 내 삶과 글이 일치하는 것이 좋다. 가급적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쓴다는 생각을 가져라. 지금 살고 있는 나와 글에서 표현하는 내가 다르면 그것은 좀 곤란하다. 문학이나 예술을 하는 사람들만큼 자유분방한 사람들이도 없다. 어디에도 구애 받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어떤 사물을 볼 때 뭐든지 내 입장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도 봐야 한다. 쉽게 말해서 레이다가 360도 회전되어야 레이다의 가치가 있다. 180도만 돌면 나머지 반은 못 본다. 360도 도는 관점을 가지는 것이 문학 예술인이다. 내 생각은 이런데 상대방의 입장은 어떨까를 반드시 생각해 주어야 한다. 어떤 소재든 내 생각만이 아니고, 반대하는 상대편의 입장까지 고려하는 것. 그것이 문학, 예술이다. 그런 과정에서 아량이 생기고, 이해가 생기고, 사랑이 생긴다. 절대 글을 쓸 때 이 점을 잊어버리지 마라.

 

3. 좋은 소재, 나쁜 소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쓰는 사람의 역량이 어떠냐에 따라서 글이 달라진다. 개인적인 얘기를 쓴다고 해도 자신의 이야기만 쓰면 공감대가 적다. 이야기를 넓혀라. 예를 들어 감사패라는 소재를 가지고 생각을 360도 돌려보면 사회에서 얼마나 비화도 많고, 재미있는 얘기도 많은가. 어떤 사람은 그것 하나 받으려고 패가망신한 사람도 있다. 감사패에 얽힌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로 관심을 넓혀서 글을 쓰면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아주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다.

 

4. 모든 인생살이는 다 파도타기다. 올라갈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다. 합평반에 나오는 신입회원을 보면 글을 잘 쓰는 사람인데도 두 달 정도 지나면 글을 쓰지 못하겠다고 한다. 어렵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런 말을 한다. 두어 번 합평을 참석해서 강의를 들으면 잘 쓸 것 같다. 그런데 실제 써보면 잘 안 된다. 왜? 머리는 구름에 있고, 손발은 아직 땅에 있어 그렇다. 머리와 손발이 같이 안 논다. 남의 글 비판은 잘 한다. 그런데 자기가 써보면 다르다. 정치 못하는 정치인들이 남 비판은 잘하는 것과 똑 같다. 머리와 손발이 따로 논다. 그래서 좀 써보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그때 그만 두는 사람이 많이 나온다. 등단한 일류작가들도 다 침체기, 슬럼프가 있다. 인간의 영혼에 가장 깊숙이 영향을 주는 것은 사랑이다. 대부분의 위대한 작가들은 이성에 대한 사랑으로 슬럼프를 극복한 사례가 많지만 꼭 이성일 필요는 없다. 그 대상이 자기가 좋아하는 이상적인 작가나 인물 일 수도 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작가를 그리워하면서 그 작가의 글을 파고들어 가라. 그래서 슬럼프에서 벗어나라. 슬럼프에 빠졌다고 그만두면 굉장히 손해다. 이것을 조심해야 한다. 내가 오랜 기간 수필을 지도하면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아주 재능이 있는 수필가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중간에 글 쓰는 것을 그만 두는 사람이 있다. 그만 뒀다가 2~3년 만에 다시 나타나면 그동안 올려놨던 수준을 다 까먹는다. 내가 이정도 됐으니까 날 따라올 사람이 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합평에 안 나오거나 글을 안 쓰다 다시 나타나면 합평 글 중에서 제일 못 쓰는 수준으로 전락한다. 백이면 백이 다 그렇다. 정말로 그렇다. 합평반에서 한 달에 한편이라도 합평을 받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아야 한다.

 

 

5. 수필은 시사를 다루면 안된다거나 하는 고정관념을 깨라. 절대 그렇지 않다. 수필이 다루지 못할 것은 하나도 없다. 시인과 소설가에게 이런 저런 것은 쓰면 안 된다고 말하면 그것은 필화(筆禍)다. 왜 수필은 자유롭게 쓰면 안 되는가. 무엇이든 자유롭게 써라.

 

6. 처음 글을 쓸 때는 주제를 먼저 잡아라. 쓰는 주제를 어떻게 하면 독자들에게 설득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라. 독자들이 글을 읽으면서 그 주제의 취지를 느끼도록 하면 된다. 글을 쓸 때는 가급적 재미있게 쓰고 최대한 쉽게 써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7. 글을 쓸 때 인용의 문제가 있다. 글에서 필요하다면 인용하는 것도 좋다. 내가 요약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네이버나 어디에서 인용했다고 글에 출처를 표시하고 인용하는 것이 낫다.

 

8. 글을 쓸 때는 주제를 정하고 초점을 잘 맞추어야 한다. 낙태를 소재로 글을 쓴다고 한다면 어디에 초점을 둘 것인가를 잘 정해야 한다. 어머니 입장에 초점을 맞출 것이냐, 아이의 입장에서서 생명의 존엄에 초점을 맞출 것이냐. 아니면 부부사이에 (남자와 여자의 생각의 차이)에 초점을 맞출 것이냐를 잘 정해서 글을 써야 한다. 그런 것이 애매하면 논쟁이 일어난다.

 

 


김선봉   20-01-26 00:54
    
네. 잘 읽었습니다.
다음 달에도 부탁합니다.
수고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