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명작의 탄생> 강좌는 회원님들 작품 합평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 박윤정 선생님의 <백 평을 치워야 해>를 시간과 공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 박은지 선생님의 <답답한 이야기>를 읽고 선악 구도의 갈등을 살펴보고
- 진연후 선생님의 <사연 있는 가방>을 읽고 혼자서도 내리 여섯 시간을 얘기해도 끝없이 말을 쏟아낼 수 있는 가방에 관한 재밌는 사연을 나누었습니다.
언제부턴가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서 다들 한 번씩은 정리에 관해 생각해 보았을 거예요. 교수님은 책을 연구실과 집에 많이 쌓아두고 계신다고 합니다. 특히 오래된 것은 버리고 아쉬워하지 않을까 싶어 갖고있다고요. 그것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고 언젠가 사용할 것 같으니 어렵답니다. 말끔히 정리하고 나서 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얻기도 하지만 아쉬움, 그리움이 남아 있지 않을까 한다구요.
심플 라이프, 교수님은 불가능한 꿈인 거 같다고 말씀하세요. 스마트폰 때문에 모든 것이 복잡해졌습니다. 8,90년대 보다 애경사를 두세 배를 뛴다구요. 친해서라기보다는 얽히고설킨 사람이 많아서죠. 어쩌면 우리는 관계를 정리해야하는 게 아닐까 말씀하시면서도 이게 또 쌍방관계라 어려움이 있다고 한숨을 쉽니다. 아주 동감합니다.
수필의 관행이라고 할 수 있는 계몽적 마무리에 대해서도 말씀이 있었어요. 보통 발화자는 선에 편에 서고 서술자 반대편은 갈등을 일으킨 악의 무리로 글이 전개됩니다. 선의 궁극적 승리를 통해 계몽성을 구축하는 방식인데요. 잘 생각해보면 선 속에도 균열이 있고 악 속에서도 일말의 인간적인 부분이 있음을 계속 의식하며 쓸 필요가 있다고 하십니다. 작가는 깊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요. 어제 발표한 세 분은 모두 결론을 계몽적으로 끝내지 않고 상처나 갈등의 가능성에서 딱 멈춰있는 글을 쓰셨다고 칭찬을 받았습니다. 역시! 잠실반! 저력 있는 분들입니다.
장맛비가 내리는 중에도 출석률이 높아 교수님이 깜짝 놀라셨어요. 거기다 백화점 휴무일이라 문화센터 출입구를 찾지 못해 헤매셨다는데 저도 그랬습니다.ㅎㅎ
다음 주는 교수님이 강의에 필요한 자료를 가지고오셔서 나눠준다고 하시니 특별한 준비물은 없습니다. 그저 유성호 교수님의 풍성한 인문학 강의에 풍덩 빠질 준비만 하시면 되어요. 잠실반 문우님들! 한 주간 건강하시고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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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가 짧아서 옛 시 한 편 첨부합니다. ^^
<장맛비>
궁벽한 살이에 인사치레도 없어
날마다 의관을 갖출 일도 없구나.
썩은 지붕에선 향랑각시 떨어지고
묵은 밭두둑에는 팥꽃이 남아 있네.
잔병이 많아서 잠이 줄어들어
글 쓰는 일로 시름을 달랠 따름.
장맛비라고 무어 괴로워하랴
맑은 날에도 홀로 탄식하거늘.
_ 정약용 [久雨] (1804, 여유당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