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호반 풍경
수려하던 단풍 궁전도 떠나고, ‘수능’이라는 인생 홍역을 치르는 수험생들! 더욱이 코로나 확산으로 강의실은 썰렁할 줄 알았던 제 예상을 뒤엎었습니다. 강의실은 꽈악 자리가 찼답니다. 오랜 휴식으로 들어갔던 양혜정 선생님도 오시고, 결석하신 모든 분들이 출석하셨습니다.
동짓날 긴 긴 밤이 가까워진 탓인가요? 오늘따라 ‘사랑학’ 강의는 새콤달콤하여 혼자 듣기 아쉬워 공개합니다.
♣ 사랑을 사랑이라하면......
스탕달에 따르면 12세기 프랑스엔 ‘사랑의 법정’이라는 게 있어서 ‘법전’ 조문에 따라 재판을 했다고 해요.
*사랑의 법 제2조
‘숨기지 못한 자는 연애를 할 수 없다.’- 비밀이 없는 것은 재산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난하다.
*사랑의 법 제3조
‘누구라도 동시에 두 사람과는 연애할 수 없다.’
*사랑의 법 제13조
‘공개된 연애는 영속하는 경우가 드물다.’
*사랑의 법 제17조
‘새로운 연애는 오래된 연애를 내쫓는다.’
*어떠세요? 공감하시나요? 2조와 3조가 전 조금 아리송합니다. 두 사람과 동시에 하는 연애도 많이 봤는데…. 그럼 한쪽은 연애 다른 한쪽은 불륜(?) 사랑론 한 번 들어보지도 못하고 결혼 한 우리 세대. 결혼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할 바엔 결혼하고 후회하는 게. 비혼주의자들! 반기를 들고 나서나요?
*박 교수님 왈
‘사랑을 사랑이라 하면 이미 끝난 사랑’이라고 여긴다. 문학에서도 마찬가지. 사랑이라는 말을 한마디도 쓰지 않으면서 사랑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게 좋은 문학이다. 사랑에 빠진 자는 결코 사랑을 들먹일 필요가 없을 터이므로!
*사랑은 확인이 아니다. 삶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창작 합평
*김보애 님 < 그 바다>
바다의 양면성을 강조하여 초등학교 6학년에 본 환상의 바다와 쓰나미의 강타를 삶과 비유하여 흥미있게 엮었습니다. 등장인물도 동병상련의 아픔을 주제의 초점에 접목하여 잘 이끌어 나갔습니다.
제목을 ‘그 바다’ 보다는 ‘바다여! 내 위안이여!’로 고치면 어떨까요?
*김학서 님 <발바닥에 불났다>
매주 마다 제출하시는 열정. 발바닥에만 불 난 게 아니라, 수필에도 불나셨습니다.
건강을 위해 ‘맨발 걷기’를 실천하시는 그 열정과 실전에서 벌어지는 풍광들을 잘 묘사하셔서 매끄러운 글을 쓰셨다고 칭찬하셨답니다.
‘걷기의 달인’ ‘걸음의 달인’은 동일 호칭으로 칭하는 게 좋다고 하시네요.
♣유치환 시인과 이영도의 사랑이야기
유치환 시인은 시조시인 이영도에게 20년간 무려 5천통의 편지를 보냈답니다. 유치환 시인이 죽은 뒤인 60년 대 중후반, 이영도 시인은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는 서간집을 발간하였어요. 짜릿한 전율을 보내는 이영도 시 한 편 소개합니다.
무제1 (이영도)
오면 민망하고 아니 오면 서글프고
행여나 그 음성 귀 기우려 기다리며
때로는 종일을 두고 바라기도 하니라
정작 마주 앉으면 말은 도로 없어지고
서로 야윈 가슴 먼 창만 바라다가
그래도 일어서 가면 하염없이 보내니라
♣ 문체
1. 문체는 그 사람 자체다. (뷔퐁. 프랑스 박물학자)
2. 제목에는 마침표를 쓰지 않는다.(단 ! ? … 는 쓸 수 있다.)
3. 작가의 개성이 잘 나타나는 문체를 쓴다.
4. 쓰는 이야기가 다르면 다르게 말해야 한다.
5. ‘거의 적합한 단어’와 ‘적합한 단어’를 사용한다.
6. 글이 진도가 안나가면 묵히자.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각이 난다.
7. 명료하게 쓰자.
8. 칙간에 단청 입히지 말라. 화려하면 알맹이가 없다.
♣깔깔 수다방
*수다방이 요즈음엔 방역 사태에 걸려 점심 식사 조차도 두려웠어요. 하지만 천호반 훈기는 백화점 12층으로 걸음이 이어지더군요. 게살 볶은 밥, 짜장면, 짬뽕…. 요리도 좋지만 굶주린 대화가 고파 모이기만 하면 수다 꽃은 또 핍니다. 수다 꽃에서 코로나 블루도 멀어지고 수필도 태동되는 게 아닐까요?
정인숙 선생님 따님이 우리에게 선물을 보내셨어요. 회춘약 ‘경옥고’ 드시고 다음 주엔 더욱 건강하신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코로나19는 근접도 못할 겁니다. 12월 10일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