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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늙는다(디지털대 수수밭)    
글쓴이 : 문제원    20-12-19 15:35    조회 : 4,382

[2020. 12월. 교수님 합평 정리]

 

 

1. 글 쓸 때, 소설도 마찬가지인데, 독자들에게 많이 읽히고 싶은 욕심이 있으면 아주 쉽게 써야 합니다. 이 수필의 줄거리가 어떻게 돌아가느냐. 그걸 가지고 독자들의 머리를 쓰게 만들면 안 됩니다. 무조건 흐름을 쉽게 잡고 독자들이 재미있게 알아내도록 구성하는 것이 기법입니다. 쉽게 말하면 내가 말 하려고 하는 이야기의 줄거리를 독자들이 쉽게 알도록 해줘야 합니다.

 

2. 글을 쓰다보면 내 상처를 드러내지만 드러냄으로서 내가 자연 치유되는 효과가 문학에 있습니다. 또 내 상처를 들어냄으로서 오히려 내 상처 때문에 예기치 못한 다른 사람이 도리어 상처를 입는 경우는 없을까 까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은 글을 쓰는 기술입니다.

 

3. 제목은 소재나 주제를 드러내는 것을 제목으로 삼는다고 보통 배웁니다.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무엇보다 제목 자체로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제목이 좋은 제목입니다. 글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너무 많은 정보를 제목에 줄 필요는 없습니다.

 

4. 글은 아무리 못 쓰는 사람의 글도 가치가 있어요. 그건 머냐. 자기에 대한 글은 자기 삶을 쓸 수 밖에 없어요. 자기 것이 소중 한 거예요. 아무리 다른 사람이 잘 써도 그것은 그 사람의 글이지 내 글이 아니에요. 그걸 명심하시고 자기 글에 자부심을 가지세요.

 

5. 윤** 작가의 글이 참 재미있거든요. 정보도 있고, 작가가 5년간 200편을 썼다고 해요. 200편 쯤 썼으면 책을 한 권 내야합니다. 일단 정리해야합니다. 왜냐면 여러분 이것을 알아야 해요. 글에도 흐름이 있어요. 시대가 있어요. 글을 쓴 후 5년에서 7년 정도까지는 괜찮아요. 그런데 아무리 늦어도 7년이 넘으면 아무리 잘 쓴 글도 그때 다시 보면 못쓴 것 같아요. 못 쓴 글이 되어버려요. 참 이상합니다. 글도 저절로 늙어요. 써서 컴퓨터에 저장을 7년 넘게 놔두면 글이 저절로 늙어 버려요. 내 말 꼭 명심하세요. 글써가지고 늦어도 7년 안에는 정리해서 책을 내세요. 나도 바뻐서 써놓고 정리를 못한 책이 스무 권이 넘는데, 지금 보면 거의 완전히 다시 써야합니다. 이미 알려진 정보도 달라졌고, 생활패턴도 달라지고, 세상이 얼마나 빨리 바뀝니까? 10년 쯤 지나면 자기의 가치관도 달라집니다. 지금 빨리 정리해서 책을 내버리라고 전해주세요. 책 내는데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마세요. 어떤 사람은 문학사에 남을 책을 말하는데, 문학사에 남을 책은 없어요. 수필에. 그런 욕심을 버리세요. 내가 살아온 삶을 내가 정리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책을 내는 것입니다. 정리 못하고 시간이 지나버리면 다 죽은 글이 됩니다. 꼭 윤** 작가에게 이 말을 전해 주세요. 책을 꼭 내라고 전해 주세요.

 


박영화   20-12-21 10:24
    
글이 저절로 늙는다는, 글에도 흐름이 있다는 스승님의 말씀이 뇌리에 팍~~~~ . 
'내가 살아온 삶을 내가 정리하는 것이다.' 이런... 굉장한 의미라고 생각이 드네요.
윤총무 님, 후기 감사해요. 묵묵히 할 일을 하는 멋 진 분! 화이팅입니다. ^^
김시현   20-12-22 16:47
    
시대 변천사에 글이 늙는다는 교수님 말씀에 크게 공감이 갔습니다.
퇴고하여 글이 편집되어 책으로 나올때까지 좋은작품으로만 남아야 된다고 생각했던 저에게 많은것을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살아온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글쓰기에 임하게 되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피천득님은 수필은 독백이라고 하더군요. 독자에게 친밀감을 주고 친구에게 받는 편지와 같은거라는 말에 수필과 에세이 산문에 대한 생각들이 겹쳤습니다. 수필은 물처럼 스며드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총무님의 발자국을 보니 반가움과 수고에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