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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이런 세상이 있다냐 (무역센터반)    
글쓴이 : 주기영    21-03-03 18:31    조회 : 4,800

3월 3일 개강.

원치 않던 겨울방학이 끝났다.

밀린 일기도 숙제도 없었지만, 하나도 신나지 않은 날들이었다.

아침, 몸은 귀신처럼 알아서 교실을 찾아가 제자리에 앉았다.

아싸! 1등이었다.


** 박상률의 문학으로 세상 읽기 (무역센터반, 수요일 10:00~11:10)

자료 (카뮈, 역병시대의 종교와 의사 / 이상헌)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할까. 세상의 역병은 이름만 다를 뿐 늘 같았고, 

 전염병이 빚어낸 인간의 모습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바이러스 시대는 길어지고 그 끝은 아직 보이지 않고, 인간은 불안한 만큼 분열하고 있다.

-역병이나 전쟁이 들이닥치면 우린 속수무책이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것이 어찌 오래가겠어,라면서. 

 하지만 전쟁은 어리석다고 중단되지 않는다. 어리석음은 항상 끈덕진 법이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종교적인’ 사람은 의사 리외다. 

 그는 왜 역병과의 싸움에 자신이 나서야 하는지를 묻고 고뇌한다. 

 (중략) 인간의 확신은 확성기를 통해 터져나가는 ‘구원의 진실’이 아니라 바로 저 “매일매일의 노동”에 있다. 

  그리고 그 노동이 가져다 주는 ‘구원’.


-------

카뮈의 ‘페스트’. 

페스트는 절망상태에 갇힌 삶이지만, 그런데도 살아야하는 부조리를 뜻한다는 것이 일반적. 

이 부조리를 벗어나는 방법은 하나, ‘반항’하는 것.

다시 <<페스트>>를 읽는다는 사람이 많은 요즘.


선생님의 어머님께서 그러셨다죠?

“뭐 이런 세상이 있다냐” 


그것이 콜레라든 코로나바이러스든 페스트든...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닌 본질, 바로 이런 세상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

결국 공부하는 것으로 반항하라는 말씀이셨습니다. (개강과 딱 맞쥬?)


** 박상률의 수필, 생활 글 창작 (무역센터반, 수요일 11:20~12:30)

시를 많이 읽으십시오

-내 목소리를 내는 것(날 것)에 미학성이 갖춰져야 살아남아 인정받는다.

-평론가만 아는 난해한 시 말고 작가도 알고 독자도 아는 시를 쓰자.

-모든 문학의 바탕, 시를 읽는 것부터. ->공감하는 시를 통해 소재를 찾기

-시 한편에서 수필이 되는 경우도 많다.(인용)


자료 <<가만히 두는 아름다움/문동만 산문집/예옥>> 

-시인이 되기는 쉬울지 몰라도 괜찮은 시를 꾸준히 쓰는 것은 너무 어렵다. 

 아주 소수만이 그 장기적인  레이스에서 호흡을 지키고 꾸준히 뚜벅뚜벅 걸어가거나 뛰어간다. 

 (중략) 이를테면 ‘미학성의 숙고’없이는 삶만으로 시를 이루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좋은 시들은 이질성 속에서도 동질성을 발견해내고 동질성 속에서도 특수성을 솎아낸다.

-많은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자라지 않는 아이’하나를 곁에 두고 잔다. 

  그 아이들이 때때로 시인의 페르소나가 되기도 한다.

-시라는 것은 자기만의 소아적 연민을 넘어서는 사유와 감성을 탑재했을 때 더 빛을 발한다. 



저울에게 듣다
문동만

 아버진 저울질 하나는 끝내줬다
 파단 마늘단, 어머니 무르팍에서 꼬인 모시꾸미도
 오차 없이 달아내셨다 저울질 하나로 품삯을 벌어오던
 짧은 날도 있었다 대와 눈금이 맨질맨질해진 낡은 저울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정확히 볼 수 있었던 건
 그 눈금이 아니었나 싶다
 내게 평을 맞추어 제 눈금을 찾아가는 일이란
 아버지가 먹고살 만한 일을 찾는 것만큼 버거운 일이다
 균형이란 무엇이고 치우침이란 무엇인가 그런 머리로
 내 혼동의 추가 잠깐씩 흔들린다
 그러나, 저울을 보는 눈보다는
 치우치는 무게이고 싶다는 생각
 무게를 재량하는 추보다 쏠리는 무게로
 통속의 추들을 안간힘으로 버둥거리게 하고픈
 그 변동 없는 무게들을 극단으로
 옮겨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벼우나 무거우나 역동의 무게로 살라는
 이젠 팽개쳐져 아무것도
 가늠치 못하는 녹슨 저울에게
 지청구 한토막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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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요일,

삼성동 한복판에 다시 모였다.

그래서 좋았다.





주기영   21-03-03 18:40
    
3월 3일 삼겹살데이.
2000년대 초반 구제역 파동때, 돼지고기 소비 촉진을 위해 만들어졌다는.(믿거나 말거나)

삼겹살을 먹어 본 적 없는 나는 죄책감이 밀려온다. ㅎㅎ.
설영신   21-03-03 19:01
    
슈퍼에 갔더니 삽겹살이 잔뜩 있어 왠일인가 했더니
오늘이 그런 날이였군요.

후기 덕에 오늘 삼성동에서 있었던 두시간의 명강의를 재밌게 공부했네요.
감사합니다.
성혜영   21-03-03 21:00
    
오늘은 안 먹었지만 삼겹살이 얼마나 맛있는데요,  그러니 주샘은 날렵하시군요.
'분화하는, 진화하는 삶의 시를 찾아서' 예옥 문동만시인의 자료글, 너무 좋았어요.
글에 등장하는 김해자 시인, 송기원 시인, 이장근 시인, 조길성 시인을 알게되어서 기뻐요.
저울에게 듣다. 잘 읽고 갑니다. 선생님들 다음주에 환한 모습으로 뵈어요.
성혜영   21-03-03 21:03
    
그리고, 코로나시대도 어차피 살아내야 하는것.
공부하는 것으로 반항하라! 아주 아주 맘에 들어요.
    멋진 반항!!!
이신애   21-03-03 23:29
    
우리반에 주 기영 쌤이 있는 것을 깜빡 잊었어요.
삼총사들이 모두 사정상 못 나오게 되어서  걱정했거든요.
수요반은  주기영쌤이 있는 한, 아싸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하셨는지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복습 잘 하고 갑니다.

산문에 몸을 담은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헛소리를 하고 있는 자신이 부끄럽네요.
아마도  조용히 그만 둘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거기다 작년에는 헛소리를  모아서 출판까지 하고...

보통 사람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천재를 따라갈 수 없어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명  후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 짝! (아주 많이 손바닥이 부르트도록 박수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