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고 해도 오늘이 성혜영님과 나숙자님의
등단 파티 날인 것을 아는 듯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조차
발을 들고 조용히 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환자는 7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역사적으로는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한 날이고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등단하는 성쌤을 대신해 후기를 써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용감하게 나섰습니다.
뿌리 깊은 반인 무역센터 반은 그나마 등록 인원이 20명을
넘어섰지만 다른 곳은 개강일을 한 달 정도 늦추었다는군요.
올해 등단한 사람이 5명인데 모임을 내년으로 넘기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박쌤의 말씀입니다. 오늘 오시리라던 민경숙님은
평론반에 나가시는 것 같습니다. 몸이 떠나고, 다음은 마음이
멀어지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어느 반 수업을 들으시든
우리는 모두 한국 산문 안에 있으니 잘 계시기만 바랍니다.
박쌤이 올해 마무리를 하고 보니 작가들만 앉아있다고 말씀
하셔서 모두 부끄러워서 웃었습니다.
그래도 속으로 우리는 모두 작가다. 암요. 그렇고 말고요.
이작가, 심작가, 한작가, 정작가, 김작가, 설작가, 주작가,
성작가, 최작가, 송작가, 나작가...ㅋㅋ
우리는 작가예요. 큰 작가, 작은 작가, 할머니 작가, 젊은 작가,
청년 작가...순서는 제게 이쁘게 보인 대로입니다.
(사실은 성이 생각나지 않아 명단을 보고 적었어요.
담에 저를 보시면 아는 척 좀 해주세요. 제가 “저 아세요?”
하고 물어볼지도 몰라요.)
오늘 합평 작은 하나입니다.
* 가슴이 아리다(성혜영): 글을 3개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한 제목 안에서는 한가지 얘기만 해라. 앞으로 시어머니에
관한 얘기가 많이 나올 듯 하다. 글이 많이 좋아졌다.
한국 산문 책을 보기로 했는데 배송이 늦어져서 오늘은
‘~ 총량의 법칙’에 대해서 얘기했습니다. 근데 너-무 재미
있었어요. 한다하는 작고 작가님들의 뒷담화를 들었거든요.
1.지랄 총량의 법칙: 법대 교수님의 사춘기 딸이 말썽을
부리자 속상해서 친구에게 하소연하자 나중에 서른 넘어서
난리치는 것보다 지금 하는 게 낫다고 대답함.
2. 모량毛量 불변의 법칙: 정수리의 머리는 빠져서 훤하지만
가슴, 팔, 다리, 기타에 꺼멓게 많으니 몸의 털 총량에는 변함이 없다.
(이거 그럴듯 하지만 사실은 틀렸어요. 정수리의 머리는 빠진
게 아니라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어졌을 뿐 없어진 것은
아니랍니다. 그래도 이 학설이 나오기 전의 일이니까 봐줍시다.)
3. ‘품마다 사랑이 있다’ 라는 속담이 있다.
실제로 작고한 작가 서00, 유00, 이00에게는 아내 외에 첩이
있었다. 단, <운수 좋은 날>의 작가 현진건씨는 예외이다.
질랑불변의 법칙이 문학이라는 미명 아래 너무 고생하는군요.
지구상의 생명체의 90%는 1부1처제가 아닌데 인간만
억지로(?) 그런 체 하고 있다.
하긴 모든 남자는 열 여자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긴 하지.
실제로 우리나라도 1960년대에 경처京妻와 향처鄕妻를 두고
있던 사람들을 공직에서 물러나게 한 적이 있답니다.
그렇다면 여자들에게도 경부京夫와 향부鄕夫를 두고 살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고구려 시대에는
서옥제를 두어 아이가 크면 남자의 집으로 가서 살았다는 기록도 있어요.
사랑 타령은 여기서 끝내고 사진을 찍었어요. 등단하신 두 분의
소감을 들었지요.
성혜영: 한산에 들어온지 3년이 되었다.
앞으로 3년은 불꽃같이 보내련다.
그 후 3년은 여러분과 잘 지내고 싶다.
나숙자: 어렸을 때 달리기 선수로 나간 적이 있다.
남자처럼 팔을 내두르며 달려서 앞질렀더니 모두
소리를 질렀다. 앞으로 글을 잘 써서 그 때처럼
함성을 듣고 싶다.
두분 앞으로 좋은 글 쓰시며 불꽃같이 지내시고, 쓰시는
글마다 박수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숙주가 죽으면 같이 죽어야 하는 바이러스의 속성상
인류를 몰살시키지는 않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며
이태리 식당에서 맛난 점심을 먹었지요. 오늘 오지 못
하신 분들 담 주에 꼭 오셔요.그리고 건강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