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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뜩한 존재와 부조리. 루쉰 <광인일기> 2월 26일 용산반    
글쓴이 : 차미영    24-02-29 14:45    조회 : 1,290

섬뜩한 존재와 부조리

 

226일 루쉰의 광인일기를 읽고 배웠습니다. 루쉰은 1918년 새로운 가족상과 민주주의를 제시하는 잡지 신청년광인일기를 발표합니다. 광인일기는 액자식으로 구성된 일기체 단편소설입니다. 제목에서 보여주듯 주인공 광인이 쓴 13편의 짧고 긴 일기와 광인의 형 친구가 쓴 서문으로 이루어진 루쉰의 첫 소설입니다.

루쉰은 이 소설을 통하여 그의 중간물 사상을 확고하게 전합니다. 중간물이란 말 그대로 매개체로 다리 역할을 하지요. 기존의 부패한 사상을 타파하고 미래의 주역이 될 청년과 아이들을 위해 루쉰은 스스로 자신을 밝고 지나가는 다리가 되길 자처합니다.

광인일기에 나타난 루쉰의 중간물 사상을 정리합니다.

첫째, 광인은 달빛의 계시로 자신이 살아가는 부조리한 세상을 깨닫습니다. 역사책에 비뚤비뚤하게 씌어진 인의 도덕이란 글자 사이 광인은 식인(중국어로 츄런)을 발견합니다. 식인은 이 소설에서 홀로 깨어있는 광인에 반()하여 사천년간 중국 역사에서 잘못된 가치관에 젖은 구시대적 모순을 통칭합니다.

둘째, 광인도 식인사회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걸 속죄하면서 반항자의 모습을 띱니다. 잘못된 관습을 꿰뚫어 보며 변혁의 주체로 앞장서고자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한계도 절감하지요. 예를 들면 광인의 형 친구가 쓴 서문에서 광인은 피해망상증 질환을 치료한 후 후보 관원으로 부임합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광인이 구체제를 답습한 건 아닐까 의문이 남습니다.

셋째, ‘으로 상징되는 식인사회를 향해 너흰 고칠 수 있어. 진심으로 고쳐먹으라구! 앞으로 사람을 먹는 자는 용납치도 않을 뿐 아니라 세상에서 살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해.” (10번 일기)라고 외칩니다. 다시 깜깜한 어둠속으로 감금되는 상황에서 부르짖는 그의 외침은 절규에 가깝게 들립니다.

마지막으로 아직 식인사회에 전염되지 않은 아이를 구하라고 호소합니다. (13번 일기) 모두가 식인사회에 매몰되어 체제 내 안정을 꾀하는 비루한 삶에서 그나마 어린 아이에게 루쉰은 희망을 본 걸까요. 니체도 차라투스트라에서 아이는 순진무구, 망각, 새로운 시작, 놀이, 제 힘으로 돌아가는 바퀴, 최초의 운동, 신성한 긍정으로 정의합니다. (1, 세 변화에 대하여)

 

루쉰의 광인일기에는 광인이 주인공으로 이에 대립된 인물로 식인이 나옵니다. 이들 둘 사이 간극을 메울 수 없을까요.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인간 모습에서 하필 왜 광인과 식인일까요. 이들에서 인간 존재의 섬뜩함과 부조리를 루쉰은 한꺼번에 봤을까요.

플라톤의 대화편 파이드로스에서 소크라테스는 좋은 것들 중에서 가장 대단한 것은 제정신이 아닌 광기 상태에서 나온다고 말합니다. (244a) 주지주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 최고의 아름다운 광기는 사랑의 광기입니다. (245c) 젊은 날 뜨거웠던 사랑을 돌아보면 조금 이해가 될 듯합니다.

광기의 역사(1961)를 박사학위 논문으로 쓴 미셸 푸코(1926~1984)는 광기가 어떻게 해서 정상 사회에서 배제되고 감금되며 치료해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지식과 권력이 단단히 손잡고 있는 세상에서 광기는 비난의 대상으로 터부시 되어버립니다. 푸코는 광기의 역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광기는 환한 대낮에 논의 되었다. 리어왕을 보라. 돈키호테에서도 그랬다. 그러나 반세기도 안 되어 광기는 갇히고 고립되었으며 수용의 요새에서 이성에, 도덕규범에, 그리고 도덕규범의 획일적 어둠에 묻혀 버렸다.”

미친 적 연기하는 햄릿이 던지는 양심의 목소리가 루쉰의 광인에게도 느껴집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합니다. 비록 다른 시대 다른 공간에 있지만 절망스런 비애에도 굴하지 않고 굳건히 나아가는 새로운 상을 보여줍니다.    


신재우   24-02-29 17:25
    
1.루쉰의『광인일기』에 대한 차미영 선생님의 멋진 후기입니다.
  가.7장의 일기에서 '하이에나'는 하이에나=늑대=개는 폭력시스템을 구성하는 단단한 조직이다.
  나.무라카미 하루키 의 단편소설<침묵>『렉싱턴의 유령』참고.
  다.고골의 단편소설<광인일기>『뻬쩨르부르크 이야기』,민음사 참고. 루신과 고골 의 비슷한 점.
  라 가수 조용필의 <킬라만자로의 표범>의 가사가  생각납니다.
2.박미경 선생님<노래에 살고,사랑에 살고> 합평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