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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깥의 반짝임> 프란츠 카프카 3월 11일 용산반    
글쓴이 : 차미영    24-03-13 17:27    조회 : 815

바깥의 반짝임

 

311일 봄 학기 첫날 프란츠 카프카(1883~1924)를 만났습니다. 2024년 올해는 카프카 사후 백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기도 합니다. 카프카의 아포리즘적 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밤에두 편을 함께 읽었습니다.

책은 우리 내면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된다네.”

카프카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글귀입니다. 오래전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읽었습니다. 이보다 더 서늘하게 꽂힌 책 제목도 없는 듯합니다. 카프카의 명언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작품들은 이미 꾸준히 읽어온 것임에도 작가의 독법에 따라 읽으면 카프카가 던진 메시지를 뼛속까지 체험하게 됩니다. 번뜩이는 지성과 감성으로 무장한 저자가 독자에게 더없는 감동을 안겨줄 때 자신도 모르게 그 책으로 빠져듭니다. 그 즈음 책은 도끼다에 디테일하게 스케치된 그리스인 조르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다시 만나며 그들 캐릭터에 몰입했던 순간들은 조르바처럼 살아있는 기쁨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카프카의 이름에서 유래된 독일어 형용사 카프카에스크 (kafkaesk)는 카프카 글을 마주할 때 스치는 불확실한 느낌과 그의 내밀한 성향까지 두루 포함된 듯합니다. 영어 단어 uncanny (섬뜩한)가 카프카적인 의미에 가장 잘 어울립니다. 뭐라 규정하기 힘든 카프카 글은 여러 번 곱씹어 읽어도 딱히 잡히는 게 없을 정도로 알레고리가 많습니다. 가장 객관적으로 관찰하듯 무미건조하게 써내려간 글 한 줄마다 함축하고 있는 힘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아버지와의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난 판결도 들여다보지 않으면 놓치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체코 프라하의 유대인 출신인 카프카는 평생 프라하를 떠난 적이 거의 없습니다. 마흔 한 살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오롯이 그의 삶은 문학에서 가장 빛났습니다. 카프카는 결핵으로 고통스런 삶을 마감하기 전 그의 마지막 연인 도라와 함께 한 자리에서 원고들을 불태워 없애기도 했지요. 반면 그의 절친 막스 브로트 덕분으로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귀한 작품들도 있습니다.

카프카에 심취한 발터 벤야민(1892~1940)은 그의 지적 영혼의 동반자인 숄렘에게 보낸 편지(192711월 베를린)내 진영에는 아픈 자의 천사로서 카프카가 있네라고 적었습니다. 벤야민이 소장했던 파울 클레의 새로운 천사를 가만히 바라보면 카프카의 커다란 슬픈 눈망울이 겹쳐 보입니다. 고립된 채 내몰려 어딘가를 멍하니 응시하는 천사 그림에서 벤야민은 카프카를 의식한 듯합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밤에두 짧은 글은 밤이 주 무대입니다. 보험회사 관리 직원이었던 카프카는 낮에 일하는 대신 밤에 주로 글을 썼다고 하지요. 밤은 낮 동안 숨어있던 무의식이 비집고 나와 몽롱한 상태로 꿈꾸듯 사유가 새롭게 열리지요. 카프카는 밤에깨어있는 한 사람은 있어야 한다.”고 썼습니다. 그 한 사람이 해야 할 책무가 무엇인지 카프카는 소설에서 보여줍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 나오는 무심히 외면하는 그들을 카프카는 비판하는 건 아닐까요.

눈앞에 뻔히 드러나는 부조리한 세상에 굴하지 않고 떳떳하게 마주할 용기가 카프카 내면에 꿈틀거리고 있지 않았을까요. 카프카가 그린 작품 속 인물들은 작가 본연의 모습이 투영된 듯 보입니다. 권력과 불의에 내몰리는 소외된 사람들 곁으로 다가서는 카프카의 면모도 그려봅니다. 유대인의 떠도는 삶에서 탈출을 꿈꾸지만 줄곧 프라하를 벗어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 카프카. 세상 바깥의 고통스런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작품으로 빚어낸 카프카의 예민한 감각이 눈부시듯 반짝입니다.    


신재우   24-03-14 09:01
    
1.카프카『관찰』(1913)에서 단편<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 유고집에서 <밤에>를 읽었습니다.
  차미영 선생님의 상세한 후기로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책은 도끼다』를 다시 읽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2.엔도 슈사쿠『사해 부근에서』중<11.텔데데슈 집단농장>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