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강의실 >  한국산문마당
  <마음이여, 용감하라> 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5월 27일 용산반    
글쓴이 : 차미영    24-05-28 16:34    조회 : 736

마음이여, 용감하라

 

527일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3부 끝까지 읽으며 봄 학기 마무리했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고야쓰라는 인물의 유령이 2부 전반을 이끈다면 후반은 노란 잠수함 (Yellow Submarine)이 프린트된 파카를 입고 다니는 열여섯 살의 M**이란 소년이 등장합니다

고야쓰와 주인공 가 세 번에 걸쳐 난로가 있는 도서관 반 지하방에서 대화를 나눕니다. (364455) 소년에 관해 나누는 55장 장면에서 가 머물렀던 도시로 소년이 가고 싶어 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후 고야쓰는 영원히 사라지고 그가 떠난 빈자리를 소년이 채워나갑니다.

소년과 고야쓰는 본체와 그림자에 관한 그들의 생각을 나에게 전하는데 둘 이야기가 동일합니다. (44452, 69751~752) 본체와 그림자가 뚜렷이 구분되지 않고 역할을 교체하기도 하며 서로의 분신으로 존재한다는 겁니다. 1부에서 나의 그림자가 웅덩이에 몸을 던지며 도시를 떠날 때 나에게 해준 메시지도 떠오릅니다. 도시에 들어오는 조건 하나로 그림자를 떼야 하지요. 이 때 나의 그림자는 도시 바깥에 오히려 본체가 있으며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안 사람은 그림자에 지나지 않다고 말합니다.

현실과 비현실을 경계 짓는 것이 무의미하듯 본체와 그림자를 굳이 나눌 필요가 있을까요.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한 우리에게 작가 하루키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그저 불투명하고 불확실하다는 걸 보여주는 듯합니다.

 

이 소설에서 주목하고 싶은 몇 가지 포인트 정리해봅니다.

첫째, ‘오래된 꿈입니다. 1부에서 소녀를 만나려고 도시로 들어온 나는 도서관에서 오래된 꿈을 읽는 진짜 감정을 지닌 인간입니다. 오래된 꿈이란 본체에게 남아 있을지 모르는 마음의 잔향 같은 건데 감정이 없는 도시 사람은 그 꿈을 읽을 수 없습니다. 3부에서 도시에 들어온 옐로 서버마린 소년이 와 합체하여 오래된 꿈을 읽습니다. 현실 세계에서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못하던 소년은 와 하나가 된 도시에서 나의 공감 능력을 배우며 꿈을 함께 읽어 나갑니다. 한편 비범한 복제 능력과 경이로울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꿈을 읽는 소년은 그것이 자신의 천직이라고 말합니다현실 세계 도서관에서 책만 파고들던 외톨이 소년에게 오래된 꿈을 읽는 새로운 삶이 펼쳐집니다. 소년의 마음을 열게 한 소통과 공감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대목입니다.

둘째, 소설 제목에도 나오는 벽의 상징입니다. 겉으론 가상 세계 도시를 에워싼 벽이지만 마음 깊이 각인된 상처나 상실로 인해 스스로 쳐 둔 마음의 벽 같기도 합니다. 가슴에 돌을 얹어 놓은 듯 아픔과 슬픔을 겪다 보면 그 벽에서 헤어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손길이 얼마나 그리운지 모릅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저마다 자신을 가두는 마음의 벽에 부딪히곤 합니다. 상처받은 자가 타인의 상처를 가장 잘 치유해 준다고 하지요. 작품 속 인물들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면서 의식의 벽을 무너뜨리고 서로를 보듬어 나갑니다.

셋째, 꿈과 계승입니다. 이 소설엔 주인공 가 예지몽처럼 꾸는 꿈이 두 번 나옵니다. 하나는 후쿠시마 산골 도서관에 관장 면접을 보기 전 꿈입니다. 고야쓰가 쓰고 있는 남색 베레모가 그 꿈에 나오지요. 다른 꿈은 소년이 연기처럼 사라진 후 꿉니다. 숲길 오두막 근처에서 나무 인형을 발견하는데 그건 소년의 허물로 육체를 버리고 도시로 가버린 소년의 형상입니다. ‘의 미래와 과거를 계승해주는 인물로 고야쓰와 소년이 촘촘하게 그려집니다.

넷째, 의식과 마음입니다. 3부 엔딩 장면에서 는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갑니다. 1부에서 의 그림자가 같이 도시를 떠나고자 제안하지만 그 땐 자신의 의식이 더 강하게 작용해 도시에 남습니다. 물론 2부 시작하면서 어떻게 된 영문인지 확실한 설명 없이 는 현실로 돌아와 있지만요. 반면 소설의 대단원 막을 내릴 즈음 소년은 의 미묘한 마음의 변화를 감지합니다. ‘의 내면에 솟구치는 강한 생명력을 봄날 들판에 뛰노는 토끼에 비유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369748~754)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마지막 장면이 스칩니다. 하루키가 그리는 토끼와 상반된 이미지로 나옵니다. 테레자에게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토끼, 그녀의 품안에서 토끼로 변해버린 토마시, 토끼로 변한 건 살아갈 힘을 잃은 테레자와 토마시의 인생이 마침내 종착역에 도달했다는 의미 같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슬픔은 형식일 뿐 행복이 내용이었죠

거기 비해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서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와 더불어 활발하게 움직이는 토끼는 우리 마음이 어딜 향하는지 보여줍니다. 겉으로 드러난 외적 인격, 페르소나에 더 이상 흔들리지 말고 가슴 밑바닥 심연까지 천천히 응시해보면 내 마음이 더 잘 보일 듯합니다. 그 곳에서 만나게 될 또 다른 나의 분신, 그림자와 당당하게 마주할 만큼 용감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신재우   24-05-29 12:45
    
1.이 소설은 현실에서 그림자와 본체가 다시 만나는 것을 시사한다. 페르소나와 그림자가 합치되는 순간이
    자기실현인 '개성화 과정', 본체와 그림자와 합치는 것은 , 우리 각자가 이루어야 할 개성화 과정인 것이다.
    그 '개성화 과정'이 모든 상처가 치료되는 시점이다.
2.소년이 좋아하던 비틀즈 영화<엘로 서브마린>의 탈출의 공간인 '페퍼랜드'와 벽으로 둘러쌓인 도시를 비교.
3.카페의 여인이 읽던 가르시아 마르케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읽읍시다.
4.2교시 일본에 계시는 권요섭 목사님 오셔서 저서<<미우라 아야코의 길 따라>>사인회와 함께 다과회를
  가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