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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3부 8~9장 (용산반)    
글쓴이 : 차미영    25-01-15 17:20    조회 : 40

사이

 

113일 겨울학기 5강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3배신자들에 대하여」 ⸀귀향두 챕터를 배웠습니다.

니체가 말하는 배신자들은 신의 죽음에 의해 파괴된 이전의 종교관을 다시 받아들이는 사람들, 위버멘쉬로 나아가지 못한 채 수동적 허무주의자로 돌아간 이들을 통칭하는 것 같습니다. 배신자로 일컬어지는 이의 특징을 니체가 어떻게 표현하는지 모아봅니다.

우리는 다시 경건해졌다”(책세상 296) “새우등을 하고 십자가 쪽으로 기어가고 있으니” (296) “난롯가에 쪼그리고 앉아 세월을 보내는 사람”(297) “이도 저도 아닌 것들”(297) “다시 기도나 드리는 자들”(298) “빛을 두려워하는 족속”(298) “십자가 밑이야말로 거미줄 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거미들에게 설교하고 있는 교활한 십자거미”(299)

니체는 예수야말로 이 세상에서 유일한 기독교인으로, 위버멘쉬의 전형이라 여깁니다. 반면 사제집단의 허점을 공격합니다. 그들은 종교를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습니다. 사랑을 실천한 예수와 달리 신앙으로 구원을 말하는 이들입니다.

 

한물간 저 신들은 이미 오래전에 끝장이 나고 말았다. 진정, 나무랄 데 없고 즐거운 신들의 끝장을 맞이했던 것이다! 저들이 황혼 속으로 서서히 사라져죽음에 이른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실로 거짓말이다! 오히려 너무 웃다가 그만 죽고 만 것이다! 이 일은 더없이 신을 부인하는 말, 신은 유일하다! 너는 나 외에 다른 신을 믿지 말라!”는 말이 어떤 신의 입에서 나왔을 때 일어났다. (301)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를 통해 신의 죽음을 말합니다. 신이 사라진 자리에 인간이 들어서지요. 즉 인간에 의해 살해된 유일신은 그 이전의 다른 신들을 먼저 죽이고 신의 자리에 오릅니다. 유일신은 다른 신들을 웃음으로 공격해 죽입니다. 차라투스트라는 다른 신들의 죽음을 통해 유일신의 죽음을 웃음거리로 만듭니다. 웃음과 웃음거리,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시적인 표현이 넘쳐나는 거대한 서사시입니다. 비유와 상징, 패러디, 역설적인 표현이 많이 나옵니다.

 

귀향오 고독이여! , 나의 고향 고독이여!”로 시작합니다. 감탄사 에 앞으로 펼쳐질 글에 대한 기대가 실려 있습니다. 반면 앞 장 배신자들에 대하여, 최근까지만 해도 여기 이 초원에 널려 있던으로 시작하는데 배신자에 대한 실망감이 에 드러나 있는 듯합니다. 다양성을 상징하는 얼룩소라고 불리는 도시를 떠난 차라투스트라는 다시 고독한 산정으로 향합니다. 새로운 사상을 베풀고자 저 아래로 내려갔지만 가르침에 성공하지 못한 차라투스트라는 자신의 길동무 독수리와 뱀과 함께 머물던 고향인 산 정상으로 돌아와 안식을 취합니다. 귀향에서 니체는 고립과 고독을 구분합니다. 물리적으로 소외된 상태에서 느끼는 고립은 연민이나 동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적극적인 자기 성찰이 따르는 고독은 외로움과 또 다릅니다. 차라투스트라는 고독을 고향이라 여깁니다. 니체 자신의 고독한 삶의 동반자로 차라투스트라가 등장한 이 책 차라투스트라는 고독에 대한 송가에 다름 아닙니다.

 

여기에서는 존재의 말과 그 말을 담아두고 있는 상자 모두가 나를 향해 활짝 열린다. 모든 존재가 여기에서 말이 되기를 원하며, 모든 생성이 내게서 이야기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 한다. (305)

 

그 말을 담아두고 있는 상자에서 상자는 성인의 뼈를 보관하는 유골함, 즉 귀한 단어와 문장이 보관되어 있는 관()으로 죽어 있는 말이 살아서 다시 부활하는 언어를 뜻합니다. 니체는 변화하지 않는 정적인 세계관이 아닌 생성과 변화가 핵심인 동적 세계관을 취합니다. 삶과 죽음, 참과 거짓의 경계가 사라진 세계입니다. 죽음에서 새로운 삶을 통찰합니다.

2잡 것에 대하여에서 차가운 샘물이 있고 행복에 넘치는 정적이 서려 있는 산정에서의 한여름을 노래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164) 맑고 시린 산정이 차라투스트라에겐 고향입니다. 고요한 그 곳에서 차라투스트라의 고독은 새로운 사유와 감각을 창조하는 원동력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