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강의실 >  한국산문마당
  오늘도 몇 번이나 사소한 것에 목숨걸고 살았을까요?    
글쓴이 : 한지황    14-01-13 22:53    조회 : 5,327
윤정미님의 <33년 묵은 체증>은 읽는 도중 웃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와
일단 그 쪽 방면으로는 성공한 셈입니다.
33년 전 남자친구가 생일 선물과 편지를 주었는데 편지 내용 중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달님을 자청하고
정작 여자인 자기에게는 태양과 같은 존재라고 하자
헤어져야겠다는 결심을 하였지요.
33년이나 지난 후 친구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만나 손을 잡는 장면에서는
자기검열을 안한 용기를 높이 살만 합니다.
그러나 순차적 구성이라서 재미가 없습니다.
장례식장에서 과거의 남자를 만나는 장면을 시작으로 과거 회상으로 들어갔다가
현재로 마무리를 하는 역순행 즉 피드백 구성이 훨씬 좋습니다.
남자 친구의 심리 묘사도 더 쓰고 추억에 대한 회상도 더 필요합니다.
편지 내용만 가지고 이별 결심을 했다는 것에 대한 납득이 미흡합니다.
이별의 필연성을 보여주어야 하며 경험의 굴절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고백에 독자에 대한 배려를 더해야 좋은 수필이 됩니다.
  :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시와 수필을 동시에 쓰는 양수겸장을 하는 윤정미님은
그래서인지 수필이 항상 짧은 경향이 있습니다.
수필은 대략 15매 내외 (A4 용지 두 장 못 미치게) 쓰는 게 가장 무난합니다.
너무 짧게만 쓰다보면 길게 쓰는 게 엄두가 안날 수 있습니다.
호흡을 길게 가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지황의 <반지>는 엄마의 유품인 반지와
터키에서 구입한 반지를 별개로 놓고 두 편의 수필을 쓰는 게 좋습니다.
엄마의 반지에 대해서는 엄마와의 추억을 중심으로 쓰면 됩니다.
엄마의 반지에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사유가 생깁니다.
그동안 잊었던 업마에 대한 효심이 생기고 언행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말이 씨가 되듯이 글을 통해서 엄마를 더욱 생각해볼 계기가 됩니다.
터키에서 맞추어 낀 반지가 헐렁해진 것이 처음엔 불편했으나
맞았다 커졌다 하는 반지를 보며 건강의 바로미터라는 상징기표를 찾아낸 것은
큰 소득입니다.
딱 맞는 것을 좋아하는 나의 성격을 노출해가며
때로는 헐렁한 것도 여유가 있어 좋다는 식으로 성찰을 하면
두 개의 반지로 전혀 다른 수필 두 편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박래순샘의 <말투>는 두 번째로 오케이를 받았습니다.
피해의식은 트라우마이자 열등의식으로 글쓰기나 노래 부르기가 그 치료방법이 됩니다.
내면의 공격성을 해소시키려면 풀어주어야 합니다.
내면의 인화 물질을 배설해야 하는 것이지요.
 
<채근담>물은 본래 소리가 없다.
그런데 왜 어떤 물은 요란하고 어떤 물은 잔잔한가?“ 라는 말이 나옵니다.
어떤 바닥을 만나느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집니다.
자갈이 깔린 바닥이면 요란하고 모래가 깔려 있으면 잔잔하지요.
내 마음의 바닥을 물인 그대가 흘러갈 때
내 마음이 고르다면 어떤 사람이 와도 불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쟁, 불화의 원인을 밖에서 찾지요.
 
<전체주의의 기원>을 쓴 유태인 한나 이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 했습니다.
유태인 학살에 협조한 사람들 중 유태인의 숫자가 가장 많았다는 것을 밝히면서
우리 마음 속에는 다 악이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상황이 악을 만드는 것입니다.
누구나 어떤 제도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악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인 김수영이 내 안에 다 적이 있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중요한 문제에는 침묵하면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을 빗대어서 한 얘기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몇 번이나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고 살았을까요?
내 안에 있는 악과 적을 다독이지 못하고 바로 보지 못하고
그 악과 적에게 휘둘려서 살지는 않았는지 반성을 해봅니다.
이재무 선생님의 수업은 이렇게 마음 수양까지 돌아보는 시간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마침 오늘 독서 모임에서 고골리의 <외투>를 했는데 인상적인 구절이 있어서 적어 봅니다.
그는 인간의 내부에 비인간적인 요소가 얼마나 많이 숨어있는가를,
교양 있고 세련된 상류 사회의 인간들 심지어는
세상에서 고결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인간들의 내부에 까지도
잔인하기 짝이 없는 야수 같은 성질이 얼마나 많이 숨겨져 있는가를 눈앞에서 보고,
 몇 번이나 무서운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김정미   14-01-14 20:27
    
이렇듯 조목 조목 정리해 주시니 제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이드네요
감사합니다.
얼마나 사소한 일에 핏대를 세우고 신경을 쓰면서 목숨을 걸었는지 부끄러웠구요
해서 날마다 선함이 기승부릴 수 있도록 시 쓰고, 수필쓰고, 기도 하나 봅니다.
     
한지황   14-01-14 21:28
    
후기를 열심히 읽어 주시고 댓글까지 달아주시니 고맙습니다.
제 막역한 친구와 동명인 김정미님!
그렇죠. 선과 악의 끊임없는 싸움 속에서 그래도 선이 이기라고 노력해야겠죠.
노력하는 사람과 전혀 깨닫지도 못하는 사람과의 차이는 분명 다르리라 믿습니다.
글을 사랑하는 우리들은 그래도 쓸만한 사람들이라는 위안을 해봅니다.
문영일   14-01-14 20:52
    
아침에 써 놓고 갔었는데 날라가버렸는지..
아마 '댓글입력'을 크릭도 안하고 컴을 끈것 같군요.

한 반장님!
여니때 같지 않게 야멸차게 후기를 올리셨네요.
물론 , 이재미(저는 이재무 샘을 그렇게 부르기로 했어요. 왜? 강의가 재미있으시니까.)샘의 말씀이겠지만
찬바람이 쌩쌩, 정신이 번쩍 들게  들쑤신것 같아 이재미샘의 코치가 무섭게 느껴지네요.
 
각 글에 대한 후기의 코칭들이 한 반장님이 직접 하신 거라는 생각도 들어 무섭다고 했지요.
보약은 쓰지만  몸에 좋다는 말, 만고의 진리입니다.
저도 우리 목동반에서 무쟈 깨집(?)니다. 그러나 자주 무조건 드리대지요. 
제가 좀 뻔뻔한 면이 있어 그렇지 웬만한 사람같으면 
벌써 '때려 치울래"할정도로 합평이 매워요. 그러나 그런 게 다 글쓰기의 양식이 되더라고요.
일산 반 님들 건필하십시오.
제가 일산(화정동)에 한 5-6년 살았고 저희와 같은 월요반이라 친근감이 남다릅니다.
     
한지황   14-01-14 21:36
    
이재미샘이라... 참 어울리는 별명입니다.ㅎㅎ
맞습니다. 워낙 재미있는 강의에 시간가는 줄 모르니까요.
평소에는 개인적 합평은 될 수 있는대로 삼가고 후기를 쓰려 하지만
지난 주 부터 불가피하게 안 쓸 수 없었어요.
개인의 프라이버시도 있지만 수업 내용이 그 쪽으로 치우치면 저도 어쩔 수 없답니다.
근데 윤정미님이나 저나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서 전혀 상처받지 않는답니다.
원래  뻔뻔하지 않으면 글을 못쓰지요.
그리고 지당하신 말씀하시는데 당연히 수긍하지요.
아직 글에 대한 개안이 덜 된 걸 누구 탓을 하겠습니까?
쓴 소리가 듣기 싫으면 잘 쓰면 되는데 아직 갈 길이 구만리니
그저 받들어 총입니다.ㅎ
항상 소중한 글 남겨 주시니 고맙습니다.
진미경   14-01-14 20:53
    
어느덧 겨울은 중반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작년에 비해 따뜻한 날씨라서 어려움은 없지만 옷깃을 여미고 거리를 걷노라면
    정신이 번쩍나곤 합니다.
    시간 참 빠르죠?
    1월의 반이 또 지나버렸네요
    월요일 일산반 수업은 반장님의 말씀처럼 마음수양까지 덤으로 받아왔답니다.
    내안에 있는 악과 적을 바로 보지 못하고 남탓을 하지는 않았는지,큰 것은 지나치면서
    사소한 것에 집착하지는 않았는지 ....
    내면의 공격성을 다스리는 방법의 전수까지 배웠답니다.
    글쓰기,노래부르기,댄스,운동 등등
    이 중에 갑은 글쓰기가 아닐까? 합니다.
    저는 아직도 언저리에서 맴도는 겁쟁이입니다.
    도덕시간에 배운 신독이 저의 좌우명입니다.
    홀로 있을 때 자신을 철저히 경계하라는 뜻입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혼자 살 수 없듯이 혼자 있으면 고독합니다.
    이기적인 욕심과 번뇌가 나를 어지럽게 만듭니다.
    주위와의 정서적 교감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나의 몫이겠지요.
    오늘도 시간이 빨리 지나가네요.
    책읽는 재미도 상당하고요. 메모하고 생각도 적습니다.
    하루하루 재밌게 살아가는 이런 모습이 스스로 대견합니다.
    내안에 있는 야수의 모습도 다독여가며 하루가 가고 있고요.
     
한지황   14-01-14 21:45
    
올해도 벌써 보름이나 성큼 성큼  가버렸네요.
봄이 저만치서 기다리는 것은 좋은데 시간의 흐름은 늘 아쉽기만 하지요.
그래도 이렇게 차곡차곡 쌓여가는 글과 우정이 있으니 시간과 바꾼 소중한 것들 덕에 삽니다.
책읽는 재미에 빠지신 미경님의 행복한 모습에 나도 미소를 떠올립니다.
역시 내가 미경님을 인도하길 잘했다는 뿌듯함!
이젠 없어서는 안될 보석과도 같은 일산반의 마스코트! 
다행히 오늘 날씨가 조금 풀린 것 같더군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자연의 오묘한 법칙은 변함없이 굴러가고 있지요.
'내 안에 너 있다.'는 유행어가 떠오르네요.
그 너를 잘 다스렸는지 반성을 해보는 밤이 가고 있고요.
토닥토닥 달래가며  내 안의 너랑 살아가는 게 삶인가 봅니다.
최영자   14-01-14 22:42
    
쌩쌩하게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외투를 잡아 여며도  찬기가 목을 타고 옆구리로 내려가 엉덩이가 시리내요.

'언제부터인지 잔등과 어깨가 유난히 차가운 느낌이 들게 되었다.
집에 와서 찬찬히 살펴본 결과 잔등과 어깨의 서너군데가 마치 모기장처럼 되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사천이 닿을대로 닿아  환희 틔여 보였고, 안감도 갈기갈기 해져 있었다. '  니콜라이 고골리 < 외투 >중에서

'외투'에 나오는 몇몇 문장들을 문우님들과 공감하고 싶어서, 포스트 잇에 메모하고  책에는 연필로 표시해서 독서 토론시간을  기다렸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 참석 못해 많이 아쉬웠어요.
집에 오면 늘  내 어깨에서 놀고있는 순이 ( 하도 순해서 순등이 줄임말. 모란앵무새)에게 라도 읽어줘서 아쉬움을 풀어  볼까요?

한나샘의 '33년 묵은 체증'을 읽으면서 20대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첫사랑이 살포시 고개를 들어  옛 생각에 젖었습니다. 그 추억으로 힘든 세월 때때로 위로 받으면서  살아오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반장님의 '반지'에서는  가난에 찌들려 살다보니  남겨 줄 유품도 없었던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박래순샘의  '말투' 에서  며느리와의 작은 갈등을 엿보게 되었어요. 작은 실수에도 가슴 아파하는 샘의 여린마음이  안타까웠어요.가정의 화목을 위해 노력하는 마음 씀씀이를 저도 닮고 싶네요.

문우님들의 글을 통해 공감하고  삶의 지침도 되어  참 좋습니다.
     
한지황   14-01-15 12:54
    
고골리의 <외투>는 문장 하나하나 어찌나 좋은지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엑기스만 모아놓은 것 같더군요,
최영자샘이 발췌한 부분도  읽을 때마다 마음에 쌩한 바람이 불어 오는 것처럼  쓸쓸해집니다.
가슴이 찡할 정도로 가난함에 대한 묘사가 절절합니다.
누구보다도 열심이신 최영자샘이 빠지셨으니 얼마나 안타까워하셨을지 상상이 갑니다.
한번도 안 빠지셨던 것 같은데....
순이에게라도 읽어주고 싶다는 샘의 마음에 왜 이리도 정이 느껴지는지....
샘을 위해서라도 우리 독서모임은 끝까지 가야할 것 같고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샘같은 열성분자 문우님들이 계서서 일산반은 겨울이 춥지 않나 봅니다.
다음 주는 결석하시는 분들이 많은 관계로 임시 휴강을 하고 2월에 보충하기로 했지요.
그러나 독서 모임만은 그대로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한 주라도 쉬면 입에 가시가 돋을 것 같아서....ㅎㅎ
정정미   14-01-15 22:26
    
선생님을 향한 반장님의 무한 신뢰가 팍 와닿네요.  ' 받들어~~총!'  정말 재밌는 표현입니다.
눈 반짝이며 임하는 수업, 다른 생각 할 틈도 주지않고 후딱 가버리는 시간이 신기해서 우리는 더욱 반짝였지요.
원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니 진미경샘, 언저리에서 맴돌게 하는 겁이란 것은 따지고 보면
샘이 경계를 넘어 설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으로도 보입니다^^
수업 내내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미경샘, 역시 조화를 이루려는 샘의 맘씀이 베어 있어서였군요.^^
반장님이 기뻐하는 맘이 완전 공감되네요.
최영자샘, 샘만큼은 아니어도 저도 아쉬웠어요. 샘의 다감한 목소리가 안들려서 허전 했거든요 ㅎㅎ
숙제인냥 조금은 구속되어 읽는 책이지만(아마 자유로우면 소나기처럼 읽다가 뚝 그치기도 할 것....)
그래서  좋기도 해요.  순둥이에게라도 읽어 주고 싶은 심정 그마음 넘 공감돼요.
감동을 받는 작품이나 문장을 발견해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 해보니  맛있는 음식을
혼자서 꾸역구역 먹어야하는 것 만큼이나 끔찍하고  처량 한 일이 있을까 싶어요.
순하디순한 순이에게는 이번 한 번이고 담에는 꼭 우리들과 같이 해요^^
우리샘들이 카톡에 올려 주시는 영화(메일) , 좋은 글, 음식레시피, 음악, 따뜻한 말 한마디ㅎㅎ
우리반은 이 겨울 추워도 행복 할 것 같습니다^^
     
한지황   14-01-16 21:31
    
와우! 정미님의 장문이 올라와 있네요.
마음 속에 누구보다도 풍부한 감성을 담고있는 정미님이 한 번 스타트를 하니까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나 봐요.
조만간 글 한 편을 읽게 되지 않으려나 기대해 봅니다.
박래순샘이 자주 올려주시는 영화 덕에 정말 우리는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었어요.
참으로 부러울 게 없는 구성원들입니다.
다음 주에는 시간되는 사람들끼리 오붓한 만남을 가져 보아요.
영화도 한 편 보고 수다도 떨고......
매 주 만나다 보니 그 누구보다도 각별한 사이가 되고 있네요.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인 것 같아요.
우리가 차곡차곡 쌓은 정의 두께가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니 세월의 흐름이 쓸쓸하지 만은 않지요?
공인영   14-01-19 21:27
    
^___^
참. 좋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