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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와 ‘그러나’ 사이 그 어디쯤엔가에 우리네 인생이 있다    
글쓴이 : 박윤정    14-01-15 20:22    조회 : 5,738
그리고그러나사이 그 어디쯤엔가에 우리네 인생이 있다
 
 
 
 
 
 겨울의 한가운데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2014라는 숫자도 조금은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평소보다 빈자리가 좀 많이 보이긴 했지만 오늘도 우리는 좋은 글을 쓰고자 다들 열공했습니다.^^
   
 오늘 합평한 작품들은
신화식 님 <길지도 짧지도 않아야>
이건형 님 <울지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습니다>
이정희 님 <행복하게 눈뜨기>
문영휘 님 <두 손녀와 나는 배움의 동기생>
<도쿄문화의 새로운 느낌> 이었습니다.
 
 
 
 
 
 오늘도 역시 제목에 대한 공부를 중점적으로 했습니다. 제목은 서술형이나 의문형으로 써도 되지만, 선생님이 오랫동안 글을 써오신 경험에 따르면 명사형 제목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다>보다는 <아침형 인간>이 금방 손에 잡히는 제목인 것이지요. 제목은 뭐니뭐니 해도 독자의 기억에 오래 남아야 제목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되 너무 감상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주의하라 하셨습니다.
 
 
 
 
  접속사와 조사(토씨)의 중요성도 강조하셨습니다.
  김훈은 <칼의 노래> 첫 문장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를 쓸 때 '' 뒤에 나오는 조사를 ''으로 쓸지 ''로 쓸지를 놓고 고민했다고 합니다. “꽃이 피었다는 아주 객관적인 풍경묘사이지만 꽃은 피었다는 긍정적 감정을 드러내는 문장이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퀴즈 하나!
  신경숙의 <깊은 슬픔>그 시절 나는 그 남자를 만나 불행했다. ( ) 그 불행으로 그 시절을 견뎠다.”라는 글귀가 있는데, ( )에 들어갈 접속사는 무엇일까요? 그러나? 그리고?
  답은 그리고라고 합니다. 이에 덧붙여, 인생은 순접과 역접 사이에 있다는 선생님의 멋진 말씀이 있었구요!
  작가는 토씨 하나도, 접속사 하나도 함부로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문학작품을 이루는 한 줄 한 줄마다 작가의 세밀한 의도가 이렇게 숨어 있다니.......
 
 
 
 
 
 수필은 논문과 다르니, ()를 달지 말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본문에 녹여서 쓰면 되고, 어려운 말도 되도록 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신문기사를 중학생 눈높이에 맞추어 쓰듯이, 수필도 주독자층을 30~40대 주부에 맞추어 그들이 쉽게 알 수 있는 어휘를 사용해서 가독성 높도록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글을 쓰다 보면 자주 빠지게 되는 함정이 자기현시욕이라고 합니다. 쓰는 나도 알고 읽는 남도 알기 쉬운 글을 쓰는 게 비록 어렵기는 하지만, 이왕 글로써 독자와 만나고자 한다면 상호간의 감정교류를 막는 요소들은 가급적 피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의 보너스! 닦달/닥달 낙지/낚지 닦달이 맞고 낙지가 맞다고 합니다.^^
 
 
 
 방학 중인 아이들이 걸려 오늘은 제가 식사를 거르고 집으로 얼른 갔는데요(마침 자리도 없어서 겸사겸사 그랬으니 양해바랍니다;;), 정충영 선생님, 오길순 선생님, 고윤화 선생님, 이건형 선생님, 이신애 선생님은 솜리에서 아름다움을 주제로 3교시 시간까지 알차게 가지셨다고 합니다. ^^
 
 
 오늘은 집안 일로 못 오신 장정옥 반장님을 비롯하여, 설영신 선생님, 김미원 회장님, 이종열 선생님, 김현정 선생님, 최화경 선생님, 김화순 선생님, 우경희 선생님, 하다교 선생님 등 아주아주 많은 분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ㅠㅠ 그래도 이 자리를 잊지 않으셨으리라 믿으며, 다음 시간의 반가운 만남을 기대합니다.~~ 모두들 감기 조심하시구요, 결코 쉽진 않지만 무척 의미있는(^^) 글쓰기의 길을, 지치지 않도록 서로서로 의지하며 함께 걸어가요.~

김미원   14-01-15 21:37
    
오늘 결석했지만 강의실 풍경이 궁금해 들어왔다가
제일 먼저 댓글을 다는 영광을 누립니다.
박윤정 총무님, 제목이 섹쉬합니다.
박상률교수님의 목소리도 생각나는 듯 생생하게 후기를 올려주셨네요.
총무님의 '지치지 않도록, 서로 의지하며 함께 걸어가자'는 말이 저를 울리네요.
그래요, 우리 함께, 오래도록, 같이 가요~~~
다음 주에 찬 겨울바람 맞으며 쌩하고 달려갈게요.
     
장정옥   14-01-15 21:58
    
일등을 노렸는데
회장님한테 뺏겨버렸어요.~~~`에효효효.'

저도 걷기에는 자신있어요.
오래도록 따라갈께요~~^^

담주에는 모두 뵙는거지요?
장정옥   14-01-15 21:56
    
우째 빠지는 날 강의가 더 멋진 것은
꼭 '머피의 법칙'을 들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먼저 수고해주신 총무님,
모처럼 아이들과 시간 나눠야 하는데
바쁘게해서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총무님의 열정어린 후기를보니(수정한 흔적이 넘 많아요 ㅋ ㅋ)
'그리고'와 '그러나' 사이를 잘 살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얼핏 드네요.
조정숙   14-01-16 07:26
    
난 퀴즈 정답으로
그러나를 찍었는데
역시 오답!
이러니 몇년째 유급이나 하고있지
에효효효...
     
박윤정   14-01-18 21:48
    
문학에 오답이 어디 있겠습니까, 조정숙 반장님~^^
 관점의 차이라 주장해 봅니다.ㅎ ㅎ 저는 '칼의 귀환' 쓰신 조 작가님의 팬입니다~
 늘 친정 반을 잊지 않고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길순   14-01-16 09:03
    
저는 앞에 앉아서도 다 못 들었는데
맨 뒤에 앉으신 울 총무님,
토씨까지 다 듣고 이렇게 복창을 해 주시니귀에 쏘옥쏙!
여태껏 제가 지진아였던 것은 그 토씨에 들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아하! 나이 먹음 귀도 덜 들리고 눈더 덜 보여야 잔소리 큰 소리 안친다는
어떤 어른의 말씀을 실천하고 있구나~~~^^싶어 그나마 끄덕끄덕!

이와 은과 그리고와 그러나.  자주 고민해야 할 명제루다가...낙찰을 합니다.

어제 유난히 빈자리가 많았는데 무슨 세상 좋은 길일입니까?
회장님, 이사장님, 또...또또~~~
담주엔 모두 한자리에서 만날수 있는 거죠?
이정희   14-01-16 10:05
    
와, 김미원님, 장정옥님, 조정숙님과 오길순님,
부지런히 다녀가셨군요.
좋은 아침입니다!

우리 총무님, 진짜로 한 마디도 놓치지 않았네요.
난 그 자리에서 듣고 그 자리에서 잊어버린 강의내용을 이렇게 소상히 전해주시니!
젊은 기억력을 어찌 따라가리요.
반장님 빈자리까지 채우느라 많이 애썼지요. 정말 고맙습니다.

어제 어디 미인대회가 열리지 않았는지요?
돌아보니 우리 반의 미인들은 모두 빠졌더이다.ㅎ 

글을 쓰면서  참으로 신중해야 되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토씨 하나, 접속사 하나가 한 문장의 의미와 글 전체에 미치는 미묘한 변화를 생각하면... .
송경미   14-01-16 11:29
    
수요일마다 박윤정 총무님의 방글방글 웃는 얼굴과 참한 목소리가
들려야 마음이 안정된답니다.
반장님 결석한 교실에서 더 분주하셨지요?
총기로 기록한 후기 덕분에 복습 잘 합니다.

인생이 B와 D사이의 C라는 사르트르의 말만 멋진 줄 알았는데
접속사 순접과 역접 사이라는 말도 정말 와 닿네요.
오늘 아침 KBS FM에서는 사고 후 '이미' 와 '그럼에도' 사이에서
'그럼에도'를 선택하여 발가락 피아니스트로 성공한 음악가를 소개하더군요.

이번 주 결석하신 분들, 다음 주에는 멋진 글 들고 오시겠지요?
어딘가에서 글 소재가 될 특별한 일들을 즐기고 계셨을 것 같아요.

제목과 주제와 소재와...  접속사와 토씨와...
생각할 게 이리 많으니 머리는 나빠도 치매는 안 걸리겠지요?ㅎㅎ

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다음 주 반갑게 뵈요.
박기숙   14-01-17 05:44
    
사랑스런 박윤정 총무님,
수요반 챙기며 방학중인 아들들 챙기느라 식사도 못하고 가셨어요.

오늘도 '제목'이 작품에 주는 무게에 대해
소제를 정하고 제목을 궁리하다 보낸 수 많은 시간들이 생각나서요.
이제 보내버린 글을 회수하고 싶은 안타가움..

김훈님의 '칼의 노래' 에서 꽃이 피었다' (객관적) '꽃은 피었다' (긍정적)
인간의 오묘한 감성 표현은 작가의 몫이라 생각하는데요. 아닌가요.
신경숙님의 '그러나' '그리고' 조정숙님과 같은 '그러나'를 생각했는데
작가는 '그리고' 나의 관점과 다른 감성 이것이 바로 순접과 역접의 차이라고요.

임헌영 교수님의 강의때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한껏 고조된 목소리로 자신의 얼글을 불키시면서 감성을 이입하시던 때와 달리
앞에 안ㅈ은 나도 노쳐버리고 마는 조근 조근한 강의에
귀를 쫑긋 눈을 부릅뜨고 있답니다.  아 참 다음부터는 마이크를 잡으시라 해야 겠어요..?

요몇일 동안 코가 시큼거리고 반갑지 않은 손님이 오려나하고
병원에 가니 생각보다 깊어 약 받아왔지요. 푹 쉬고 있는 요즘인데
콧물만 조금 흘적거렸는데 ..좀 찔리는 점이 있어  그가 떠나고 십년인데 혼자 가기 싫어 독감 주산가 안맞어서 겁이  났었지요.
이 나이에 젊을때 같이 누가 이기나 참고 견디어 보자하는 오기를 부릴때가 아니잖아요.ㅠㅠ
 
장정옥 반장님,
총무님 애 쓰는 것도 안스럽지만 자주 비우시면 우리는 어쩌라고요.
그대들만 바라보고 있잖아요. 늙으니가 투정 부려 봅니다.

조정숙반장님, 반갑습니다.
늘 올리시는 합습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 ^
 
바쁘셔 못 뵈웁고 있는 수요반 벗님들 한분 한분 그리며
다음 주에 만나기로 해요.
     
오길순   14-01-18 18:36
    
박기숙선생님,
요즘 많이 기쁘시죠?
머잖아 출산하실 수필집, 저희도 기다립니다.
여기 시 한 수 놓아 봅니다. 늘 강건하십시요~~`

 

새 아침에


신경림

 

 

간밤 이슥토록 눈이 오더니만
새 아침 밝은 햇살 안고
옛친구 날 찾아오다


찌갤랑 끓거라 두고
이 골목 저 골목 눈을 밟는다


고드름 맺힌 지붕
정다워 창문을 기웃대면
거기 옛날에 듣던
낭랑한 토정비결 읽는 소리


세월은 솔나무 스치는 바람
삶은 댓돌에 쌓인 눈송이


문득 서러워 눈을 드니
친구의 허연 머리칼 착한 웃음
어느새 또 한 해가 갔구나

 

 
―시전집『신경림 시전집 1』(창비, 2004)
박윤정   14-01-18 22:02
    
늘 따뜻한 방문으로 이곳을 훈훈하게 데워 주시는 박기숙 선생님, 오길순 선생님, 이정희 선생님, 김미원 선생님, 송경미 선생님... 제가 그때그때 표현은 못했지만  진심으로 감사하고...  참으로 든든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문학과 삶을  나누고  서로를 아끼고 북돋워 주는 이 공간이 선생님들의 관심과 정성으로 풍성할 수 있었지요... ~~
참! 요즈음 교실에서 물 당번 자처하고 수고해 주시는 이상태 선생님, 정말 감사드려요. 수업 후기에 꼭 넣으려 했는데 깜박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