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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속 풍경 | 김순례    
글쓴이 : 사이버문학부    18-11-18 14:09    조회 : 2,220


저자의 말

 

사람들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들 각자는 자신에게 어떤 색을 칠하며 사는지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가끔은 드라마에 빠져서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때가 있었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지하철에서도 옆을 스치는 이들의 삶을 예측해봅니다. 가끔은 멋진 그들 모습에 감탄과 부러움의 눈길로 훔쳐보기도 합니다. 사람들 하나하나 사는 모습 속에서 희로애락을 읽습니다. 그들 안에 내가 있고 더러는 내가 부정하고 싶은 나도 있었습니다. 내 안에 내가 궁금하고 답답해서, 잡히지 않는 생각의 꼬리를 잡고자, 하소연하듯이 답을 찾듯이 주절주절 써 내려갔습니다. 글이라기보다는 일기, 잡문에 가깝습니다.

‘사람이 희망이고 사람이 꽃’이라는 것을 보고 느끼고 싶었습니다. 꽃은 활짝 피기 직전이 가장 아름답고 사람은 조용히 사색에 빠져있을 때 가장 인간답게 보입니다.

오십이 넘어 글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늦게 시작한 만큼 지금 아니면 점점 더 용기 잃을까 두려워 무소의 뿔처럼 밀어붙여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 말 있죠. “넌 늙어 봤냐? 난 젊어 봤다!” 살아온 만큼의 무게가 더 많은 이야기를 생성해 내지 않을까요. 내 인생에 더 이상 빠른 시간은 없습니다. 바로 지금이 남은 생애 중 가장 빠른 시간이겠죠.

살면서 책 한 권 내놓는 것이 소원인 여자가 원풀이, 한풀이, 속 풀이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글도 늙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글도 나도 더 늙기 전에 몇 년 동안 써 놓은 글과 여기저기 발표했던 글들을 모아 첫 개인집을 내놓습니다. 버킷리스트 한 줄이 삭제되었습니다.

소망은 가지고 있을 때 더 빛나고 아름답습니다.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빛은 사라지고 말죠. 엉겁결에 예술지원금이 당첨되어 책 한 권이 만들어졌습니다. 많이 부족하고 부끄럽습니다. 글 선배가 그랬습니다. 열정은 끓고 있을 때 가장 온도가 높다고, 아직은 끓고 있습니다. 매끄럽지 못하고 많이 부족하지만 시작이니까, 처음이니까 그렇게 변명을 해봅니다.

Here and Now, 내가 서 있는 상황은 세상 사람이 평하는 근사한 곳도, 높은 곳도 아닙니다. 하지만 보통의 주변 사람들에게 안티(anti)는 아니라고 감히 믿어봅니다. 모든 면에서 중간, 보통 그것이 늘 나의 자긍심이며 자랑입니다. 적당히, 보통사람이 되는 것이 지상 최대의 목표입니다. 마음만은 다가오는 모든 순간을 꽃봉오리로 맞이하고 싶었습니다. 살면서 녹녹치 않음을 눈치 채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이 내 남은 생애 중 가장 젊고, 가장 행복한 순간임을 각인시키며 최면을 걸어봅니다. 유효기간이 전자제품과 식품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더군요. 사람 간의 만남에도, 연인과의 애정전선에도, 외모에도 유효기간이 존재했습니다. 성격상 많은 사람과 유대관계를 가지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알았던 사람과 오래오래 관계를 지속하는 편입니다. 묵은지가 더 깊은 맛을 내듯이 곰삭은 맛을 내는 오래된 관계가 편안합니다. 한 번에 여러 사람과 친교 나누는 것보다 한두 사람과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며 조곤조곤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교제가 좋습니다. 상대를 알아가는 데 많은 말이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골수를 쪼개고 핵심을 찌르는 몇 마디면 충분했습니다.

책을 마무리하면서 ‘삶은 영혼 구도를 위한 여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영혼의 무게를 감당하기 벅차서 쏟아낸 문장들과 오랫동안 열애를 했습니다. 삶의 깊이, 폭, 무게를 더 헤아릴 수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섬세하게 다 표현할 수 없어서 속상했습니다. 이 한 권의 책이 내 영혼의 가치로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와의 관계를 그만 놓아주려 합니다. 우리의 유효기간도 여기까지였음을 시인합니다. 더불어 내 능력이 요만큼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파릇한 봄에 시작한 애틋한 사랑이었습니다. 지난여름 태양 빛에 익어가던 모래알처럼 뜨거웠다가 스산한 바람 부는 계절에 내 손아귀에서 스르르 빠져나갑니다. 그저 허무한 무아(無我)였을 뿐입니다.

 

 

책소개

 

김순례 작가의 첫 번째 산문집. 일상을 통해 지나치리만큼 솔직 담대하게 자신의 삶에 녹아 있는 인생철학을 담아냈다. 총 5부로 되어 있는데, 1부 '마음 들여다보기'에서는 작가의 50여 년 인생 속에 묻어난 내면의 세계를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2부 '명동 블루스'에서는 누구에게나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주변 인물을 냉철하고 진솔하게 평가했다.

 

3부 '갈색 밀가루'에서는 작가가 인생을 조금 더 풍요롭게 지내기 위해 섭렵했던 영화나 드라마, 독서 등을 통해 얻어진 감성을 글로써 승화시키며 참다운 인생살이가 무엇인지 고민한 흔적들이 보이고, 4부 '상하이의 밤'에서는 국내외 여행, 출장, 동호회 문학기행 등을 통해 드넓은 세상에서 배우고 얻어진 색다른 감성을 담담히 그려냈다. 5부 '앗싸 춤바람'에서는 누구나가 한번쯤 꿈꾸는 복잡한 도시생활을 떠나 전원으로 돌아가 보고픈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