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문학회 >  회원신간소개
  모든 벽은 문이다 | 조 헌    
글쓴이 : 웹지기    19-05-25 15:47    조회 : 4,427


저자 소개  

서울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문화예술대학원 졸업. 『수필춘추』 2006년 여름호 신인상. 2011년 제4회 『한국산문』 문학상, 2013년 제7회 『계간문예』 수필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필집 『여전히 간절해서 아프다』(2013년), 『모든 벽은 문이다』(2019년) 출간

 

 

책 소개

   ‘수필의 인간학’을 펼치는 조헌 수필가의 두 번째 수필집 『모든 벽은 문이다』

조헌 수필가가 2013년 첫 수필집 『여전히 간절해서 아프다』를 선보인 이후 6년 만에 두 번째 수필집 『모든 벽은 문이다』를 출간했다. 그는 2006년 『수필춘추』 여름호에 신인상으로 데뷔한 후 2011년 제4회 『한국산문』 문학상, 2013년 제7회 『계간문예』 수필문학상 등을 수상한 중견 작가이다.

조헌 수필가는 “생각만 간절할 뿐 치열하지 않았다. 겪고 보고 듣고 읽었지만, 흉내만 냈지 영글지 못했다. 다 시고 떫다. 고민도 버릇이 되니 절박하지 않다. 설렁설렁 책상에 앉아 어림으로 빚어놓고도 뉘우침은 언제나 뒷전이다. 첫 책 『여전히 간절해서 아프다』를 내놓은 지 6년. 이젠 부끄러움도 옅어졌나보다. 좀 더 다른 걸 다짐했지만, 이번도 거기서 거기다. 염치없음이 송구스럽다. 늘 다독여준 분들이 고맙다. 참한 글로 보답하려 했는데 내 아둔함이 밉다. 짐짓 모른 척한다”라고 「책을 펴내며」에 두 번째 수필집을 엮은 소회를 밝혔다.

조헌 수필가의 이런 고백은 여러 가지 면에서 첫 수필집과 다르게 엮고 싶었으나 그렇지 못했다는 아쉬움의 변이다. 하지만 작가는 두 번째 수필집에서도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임헌영 평론가가 조헌 수필가의 글을 일컬어 ‘수필의 인간학’이라고 명명했듯이 그의 글 속에는 따스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다운 애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Part Ⅰ 〈갈색, 그 향기〉에서는 저자가 지나온 시절을 회상하면서 지긋이 나이든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러 장점을 말한다. 저자는 환갑을 넘기고 정년퇴임까지 했지만 일 년에 두세 차례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며 노익장을 자랑한다. 동사무소에서 보낸 독감 예방접종 안내문을 본 후 찾아간 보건소에서 ‘어르신’이란 호칭과 함께 너무 빠르게 노인 대접을 받는 해프닝을 그린 「어르신, 무너지다」는 잔잔한 웃음을 띠게 한다.

Part Ⅱ 〈봄, 그 속을 걷다〉에서는 신문과 언론에 오르내리는 사건사고, 또 세상에서 만나는 여러 유형의 사람들에 대한 인간적인 고뇌를 보여준다. 홍천에 갔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길, 버스터미널에서 뇌전증(간질)을 앓는 청년과 우연히 마주친다. 갑자기 발병해 쓰러진 청년과 응급실까지 동행하면서 그 청년의 삶에 대한 열정과 그를 안타깝게 확인하는 모정을 그린 「터미널에서 생긴 일」도 인간미가 넘치는 작품이다.

Part Ⅲ 〈침묵의 매〉에서는 경허 스님과 제자 만공, 불국선원의 조실 월산 스님, ‘무소유’로 유명한 법정 스님 등의 일화와 템플스테이에서 얻게 되는 깨달음 등 불교 색채를 띤 작품을 여럿 만날 수 있다. 발우공양 때마다 사람 수대로 나오는 과일 조각 중 유독 하나만 작게 나오는 의미를 되새김질하게 하는 「깨달음, 향기가 되다」에서는 ‘배려’의 자세를 배우게 한다.

Part Ⅳ 〈어찌 더 묻어두랴〉에서는 조헌 수필가의 개인사와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북쪽이 고향인 부모님 이야기와 서른아홉 이른 나이에 죽은 형 그리고 그 형의 묘지 이장에 얽힌 이야기, 25년여 전 강릉으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비행기 고장과 바가지요금 등으로 고생한 이야기, 영업사원 3년차인 아들의 애환을 그린 이야기 등은 물론 35년 교직생활을 마친 후의 스스로에게 당부하는 글도 만날 수 있다.

이화여대 김정우 교수(국어교육과)는 「홀로서기, 마주 보기, 함께 가기」라는 제목의 조헌 수필 평론에서 “이제까지와 다르지 않게 그는 사람을 이야기하고, 우정을 논하며, 웃음과 눈물, 그리고 온기 넘치는 손길과 음식들을 계속 기록할 것이다. 어쩌면 지나온 그의 삶, 교단에서의 삼십오 년, 인생 육십 년은 앞으로 오래도록 좋은 글로 세상에 기여하기 위한 준비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교단에서 만난 사람들, 제자와 학부모, 동료 교사들의 보람과 감동어린 이야기만 추려도 ‘교실 만인보(萬人譜)’가 가능할 것”이라고 평했다. 이는 다시 한번 조헌 수필만이 가질 수 있는 ‘수필의 인간학’을 강조하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