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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에이오우 서울문학 21 가을호    
글쓴이 : 박경임    23-02-27 14:58    조회 : 2,137

아에이오우

                                                                                                            박경임

 

 한달 전에 예약해둔 병원을 찾아 강남역 계단을 올랐다.

건물마다 붙어있는 성형외과 간판 중에서 내가 예약한 병원 간판을 보고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요즘 마스크를 쓰고 일하다가 잠시 마스크를 내리고 거울을 보면 언젠가부터 입가에 주름이 도드라져 보였다. 입가 주름은 더 깊어지면 심술보처럼 굳어져서 심술 할머니가 될 것 같았다. 내가 하는 일은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일이다. 앞으로 10년은 더 일하리라 계획하고 있어서 오랜 시간 고민 끝에 심술보 제거 수술을 고민하게 되었다.

 나에 대한 투자라고 합리화하며 상담이라도 받아보고자 성형외과에 예약하게 된 것이다. 환갑이 넘어 늘어진 쌍꺼풀을 잘라내는 수술을 해보았으니 성형외과가 처음은 아니다. 그때는 늘어진 쌍꺼풀 때문에 땀이 나면 눈으로 들어가서 눈이 너무 불편하고 쓰라려 단행한 수술이지만 결과적으로 조금 젊어 보이게도 되었다. 멋 내기도 좋아하고 외모에 신경을 쓰는 편이라 옷매무시도 가다듬어 보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깊어지는 주름 앞에서는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을 보게 된다. 받아들이면 된다고 다들 편하게 얘기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모두 조금 젊어 보이는 것에 대한 기대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며 거울 앞에 앉으면 늘어진 살들을 이리 밀어보고 저리 당겨 올리며 실랑이를 하곤 한다. 특히나 입가 주름은 인상을 좋지 않게 만드는 것 같아 더 신경이 쓰였다.

 인터넷을 뒤지다가 자가 진피 재생술이라는 주름 제거 수술 방법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주름진 부분에 새살이 돋게 해서 그 자리에는 다시 주름이 잡히지 않게 하는 방법이라는 것이었다. 수술 후 회복 시간이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없다는 기사와 함께 사례자들의 전, 후 사진을 보니 관심이 생겼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안면거상술이겠지만 늘어진 피부를 당겨 귀 뒤에서 잘라내고 남은 부분을 꿰매는 수술이라 회복하는 시간과 비용에 대한 부담이 되었다. 또한, 실을 피부 속에 넣어 당겨주는 실 리프팅이나 적외선 리프팅 같은 것들은 주위에 해본 사람들을 보니 시술 후 1년 정도밖에 효과가 없어 반복적인 시술을 해야 하고 많이 아파하기도 했다. 실 리프팅을 하고는 입을 못 벌려 국수를 한 가닥씩 먹는 모습을 보니 아름다워지기가 몹시 어렵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찾아보던 중에 이 새로운 방법에 관한 관심이 생겨 상담이라도 받아보고자 예약을 하게 된 것이다.

 예약제 운영이어서인지 오전 10시의 병원은 한산했다. 내 앞에 한 청년이 이마에 반창고를 붙이고 수술실에서 나오는 것을 보니 아마도 시술을 받은 모양이었다. 성형외과는 대게는 실장이라는 담당이 사전 상담을 하는데 이 병원은 원장이 직접 상담을 해주었다. 내 고민을 물어보고 마스크를 벗은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컴퓨터에 저장된 많은 사람의 수술 전후 사진을 보여주며 자가 진피 재생술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자가 진피재생술은 주름이 생긴 진피층에 이산화탄소 가스와 히알루론산을 주입하여 새로운 콜라겐 형성을 하게 하여 이 새롭게 생긴 콜라겐이 새 살이 되어 주름진 부분을 메우게 되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래서 다른 수술에 비해 효과가 지속적이며 수술도 1회 주입에 그쳐 아주 간단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20~30분 정도면 끝나고 째거나 꿰매는 방법이 아니어서 회복도 이틀이면 주사 주입 부분에 붙인 반창고를 제거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그러나 설명을 들으면서 이상하게 처음에 가졌던 신뢰가 하나씩 없어졌다.

 나는 피부에 뭔가를 넣는 방법은 겁이 나서 요즘 들어 쉽게 사용하는 필러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있다. 주변에 어떤 여자가 필러가 나오기 전에 얼굴에 실리콘을 넣었는데, 살이 흘러내리고 괴사해서 복원 수술을 여러 번 받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의사에게 그처럼 가스를 피부에 넣으면 이상 반응이나 괴사 같은 일은 안 생길까요 하고 물었다. 의사는 그건 1/1000 정도의 확률이며 아직 그런 환자는 없었노라며 70대 이후의 노인들도 주름 성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실행하고 있다고 했다. 자기에게 수술받은 최고령의 환자는 82세 여자 환자였다며 사진을 보여주었다. 입가 주름과 이마에 수술을 받은 그분은 열살은 족히 젊어 보였다. 그 나이에도 주름에 대해 고민하고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나 역시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여기에 앉아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위안이 되었다.

의사는 지금 주름이 있는 곳에 재생술로 새 살이 돋더라도 옆 다른 부위에 주름이 생기는 것은 막을 수 없으며 입술 위의 고양이 주름은 자주 움직이는 부분이라 해결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가 보여 준 사진 속 사람들은 아주 깊은 주름 상태였는데 나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 의사로서 효과에 대한 입증이 약해 보였는지 상담이 심드렁했다. 의사가 나가고 상담실장이 들어와서 비용을 얘기하고 수술 날짜를 잡자고 했다. 입가 주름에 주사 두 방 놔주고 부가세 포함 275만 원이란다. 가슴 한쪽으로 피하는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짧은 시간의 시술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으로는 너무 고액이다. 성형이라는 글자만 붙으면 부르는 게 값이라고 중얼거리며 5000원의 상담료를 내고 밖으로 나왔다.

 자가 진피 재생술은 2010년 세계 성형 인감 잡지에 소개되며 주사 방법에 대한 특허를 여러 나라가 제출했다고 되어있기는 하지만 아직 대중적이지도 않은 수술에 대해 그렇게 많은 돈을 주고 얼굴을 맡기고 싶지는 않았다. 입가 주름에 좋다는 아에이오우를 열심히 하며 입가 근육을 움직여 보았다. 좀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거리는 코로나19 거리 두기로 휴업 중이거나 폐업한 점포들이 즐비해서 강남이라지만 이전의 활기는 사라지고 휴일 오전의 거리는 스산하기까지 했다. 임대라고 써 붙인 빈 가게들을 보며 세상 고민을 내가 다 할 필요는 없지만, 현재 먹고사는 일을 걱정해야 하는 많은 사람에게 입가 주름에 대해 고민하며 이 거리를 헤매고 있는 내가 미안해졌다. 아에이오우. 아에이오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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