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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석버스에서 안전벨트 매는 방법    
글쓴이 : 박재연    15-01-27 17:37    조회 : 5,678
   세월호 참사로 안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의 신속한조치가 돋보인다. 이는 무려 3개월간 국토교통부의 모든 탁자들이 모여 모서리를 맞댄 고민의 결과인데 지난 716일부터 수도권 광역버스 입석 금지제를 전면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 조치는 고속도로 등 자동차 전용도로를 지나는 버스에서는 모든 승객이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는 도로교통법 67조에 따른 것인데 입석손님도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는 더없이 간편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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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석 금지제는 곧 좌석제를 의미하는 것 아닌가. 이제 1주에 8일 버스를 이용하는 딸아이는 물론 어쩌다 타는 남편과 나도 편안히 앉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운 좋게 차지한 좌석 옆으로 방귀를 끼거나 지난밤의 술 냄새를 풍기는 아저씨, 그리고 언젠가 맡겨놓았다는 자리를 되찾으려는 어르신의 압력을 겪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 편히 앉아 졸기도 하고 책도 보며 핸드폰도 만지작거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안락함을 누리는 데는 승차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아주 사소한불편함이 따르긴 하지만 한두 시간만 일찍 나서면 아무 문제가 안 된다.
   모든 승객들에게 좌석을 제공하는 것 또한 어렵지 않으니 버스만 좀 늘리면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평상시처럼 요금만 좀 손보면 된다. 겨우 1천 원 정도만 올리면 된다니 까짓것 스타박스 커피 한 잔만 참으면 출퇴근 시의 편안함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커피는 얻어 마시면 될 터인데, 쓸데없이 자존심만 세서 얻어먹기를 거부하는 사람에게도 방법은 있다. 자가용이나 본인의 두 다리를 이용하면 되고 최악의 경우에는 직장이나 학교를 때려치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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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사소한 불편함을 감내할 각오를 하고나니 또 다른 사소한 문제들이 생겨난다. 버스가 늘어나면 속도가 떨어질 텐데 굳이 안전벨트를 매야 할 이유가 있을까. ‘모든승객으로 하여금 안전벨트를 매도록 애쓴 결과 어느승객도 맬 필요가 없어질 테니 뭔가 이상해 보인다. 그토록 갈구하며 공들였던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기 시작하는 순간 시들해지면서 본전 생각나는 기분이랄까? 그러고 보니 지금도 벨트를 맬 만큼 빠른 것 같지는 않다.
   어쨌거나 입석 금지제는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 무엇보다 관계당국은 만원전철에 시달리던 지하철 이용자들이 좌석제에 힘입어 버스에 몰려들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그 뿐 아니다. 나 같은 서민들에게도 부자가 될 기회를 주고 있으니 이참에 종점 가까이에 집을 사두면 분명 떼돈을 벌 것이다. 차량 증가는 자동차산업 정유산업을 발전시키고 대기오염 강화로 호흡기 병원과 공기청정기 업자 역시 부자가 될 것이다. 뻥튀기산업 또한 성장이 예상된다.
 
   좁은 땅에 몰려 사는 우리는 불법 구조변경이란 말이 매우 친숙한데 이번 일을 기회로 당국은 합법적인 구조변경을 하겠단다. 뒷문을 없앤 구조변경으로 좌석수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타고 내리는 이성들과 무작위적이고도 다양한 스킨십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고 내릴 정류장이 다가올 즈음이면 놀이공원에서 못지않은 스릴 또한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좌석이 모자라면 앞문도 없애버리면 된다. 우리에겐 아직 천장 환풍창이 남아있으니까 말이다. 환풍창에 맞춰 자신의 신체구조 역시 변경을 하는 것은 승객 각자의 책임이다.
   그런데 이 많은 아이디어를 구현해보기도 전에 유감스럽게도 예전의 입석운행으로 환원되고 말았다. 원대복귀도 유연’, ‘재량, ’허용이라는 미덕의 결과라니 이 또한 당국에 감사할 일 아닌가.
 
   이 시점에서 나는 모든 승객이 안전벨트를 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근본적인 두 가지 대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1) 버스 손잡이를 모조리 떼어내고 그 자리에 안전벨트를 매단다.
   2) 버스 통로에 안전벨트가 달린 말뚝을 촘촘히 박아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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