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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지금    
글쓴이 : 김학서    23-02-03 10:38    조회 : 2,483

바로 지금

 

   흔히 요즘을 100세 시대라고 한다. 중장년 대부분에게 앞으로 20년 이상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짧지 않은 시간이 남은 거다. 그런데 나이가 든다고 열정이 식을까? 그렇지 않다. 호기심이 살아 있고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말이다.

20144, 30년 이상 다녔던 직장에서 정년퇴직했다. 소파에서 뒹굴뒹굴하니 한 달 정도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뱃속 편안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시간이 좀 지나니 몸이 근질근질하고 좀이 쑤셨다. 문뜩 깨달았다.

퇴직 후에도 즐겁고 균형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배워서 새롭게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에 생각한 건 나이 든 사람이든 젊은 사람이든 그들이 하고 싶은 걸 찾도록 도와주는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여의치 않아서 내게 익숙한 일을 먼저 하기로 했다. 직장에 다닐 때 무역업체의 수출입 업무를 도와주는 게나의 주요 일이었다. 퇴직 후에 운 좋게도 관련 교육 프로그램 2개를 수료했다. 그 후 수료증과 현직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기관에서 전문위원 또는 평가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이어지면서 불러 주는 데는 점차 줄어들었다. 그때 나이 들어서도 평생 재미있게 살려면 누가 만들어 놓은 밥상을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나 스스로가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는 거라고 판단했다.

2021년 연말 우연히 독서 모임 진행자 과정이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에 대한 질문지를 만들어 독서 모임을 진행하는 사람을 양성하는 과정이었다. 질문지를 만들어 보니 매우 재미있었다. ‘이게 바로 내가 좋아하는 일이구나라는 감이 딱 왔다.

그 매력에 푹 빠졌기에 과정을 수료하고 나서 바로 실천에 옮겼다. 우선 손에 잡히는 대로 약 40여 권의 책을 가지고 천 개 이상의 질문지를 만들어 블로그에 올렸다. 이어서 그 질문지를 바탕으로 독서 모임 진행을 추진했다. 먼저, ‘독서 모임 진행자 과정을 배운 6명과 함께 커뮤니티를 구성했다. 강동구 천호동에 있는 해공도서관에서 한 달에 두 번씩 <질문지 독서> 모임을 하고 있다. 순번을 정해 진행하니 3달에 한 번꼴로 내가 주관하는 차례가 돌아왔다. 부담이 별로 없다. 거기에 더해 나는 둔촌도서관에 혼자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안했다. 이름하여 [책과 함께 이야기하기]. 20223월부터 8월까지 진행했다. 분야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었다. 힐링과 치유》 《성장과 습관》 《인문 및 교양. 의욕이 앞서 멋모르고 6개월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끌고 갔다. 코로나19 와중에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우여곡절이 심해 후회도 적지 않게 했으나 뚝심 있게 끝까지 밀고 나갔다.

퇴직 이후 동병상련의 중장년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알았다. 그들 대부분은 누군가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나 그럴 기회가 별로 없다는 걸. 또한 독서에 관심은 많으나 막상 책을 읽는 데는 부담을 느낀다는 사실도. 반면 이미 일반적인 독서 모임을 운영하거나 혹은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책을 읽고 지식을 얻기 위해 그 내용 이해에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나는 중장년들에게 책을 읽는 것 자체보다는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잘 만들어진 책 질문지는 그러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기도 하고.

둔촌도서관에서 6개월간 질문지 독서를 진행하면서 참석자들이 선호하는 게 뭔지 또한 별로 내켜 하지 않는 건 뭔지를 파악하였다. 그들 역시 다른 중장년과 마찬가지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했으나 책을 읽는 건 부담스러워했다. 자연스럽게 중장년을 대상으로 하는 질문지 독서에서 다룰 분야도 방향이 잡혔다. ‘수필이다. ‘수필이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작가가 현실 세계에서 체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쓴 글이 아닌가. 따라서 그것에 관한 질문지를 만들어 독서 모임을 진행하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왜냐하면 중장년은 대부분 살면서 작가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가능성이 크기에 그걸 풀어서 이야기하도록 하면 되니까.

강동평생학습관에 질문지 독서 강사로 등록했다. 그리고 [질문지 독서 - 수필과 인생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하여, 운 좋게도 선정되었다. 20229월 초부터 11월 말까지 서울시민대학 동남권 캠퍼스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예상대로였다. 참석자들은 내가 만든 질문지를 보고 어렵지 않게 자기의 느낌과 경험을 꺼내서 이야기로 풀어냈고 다음 모임을 기다렸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서 했기에 힘든 줄 모르고 즐겼다.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꿩 먹고 알 먹고’. <일석이조>.

<책 질문지 독서>는 혼자도 즐길 수 있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하면 더 효과가 크다. 그래서 훨씬 신나고 보람된 일이다. 특히 좋아하는 일이기에 생각하면 늘 가슴이 뛴다.

예전에도 열정이 적지 않았으나, 그게 펄펄 뛰는 순간은 아마도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만들어서 할 수 있는 바로 지금이 아닐까?

2023년 한 해는 또 어떻게흘러갈지 무척 기대된다


<한국산문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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