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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명 : 노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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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4년생 딸    
글쓴이 : 노정애    24-07-09 09:55    조회 : 2,170

                             94년생 딸

 

                                                      노정애

 

 작은 딸아이는 1994년생이다. 88올림픽이후 급성장하는 시대에 은행원 아빠를 둔 가정에서 태어났다. 특별한 재능은 없지만 평범하고 건강하게 자랐다. 드디어 아이가 대학을 졸업했다. 두 딸 모두 대학을 졸업시켜 사회에 내 놓았으니 부모노릇중 반은 끝난 것 같다.

 아이가 단군이레 최고의 스펙을 가졌다는 취업준비생 대열에 합류했다. 실업자 수 100만명 시대. 청년 실업률은 10%를 넘었다. 취업준비생과 비자발적 비정규직, 주당 근로시간 36시간 미만인 청년,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이 포함된 청년체감실업률은 34.2%라고 한다. 10명중 4, 그 속에 딸아이가 있다.

 청년실업률이 매년 올라간다는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에서는 지방공무원과 공공부문 채용 확대, 청년구직수당 신설, 청년내일채움공제 지원 확대등 여러 가지 묘책을 발표하지만 실업률을 내리기는 역부족인지 좋은 소식은 좀처럼 듣기 힘들다.

  딸아이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방학이면 배낭여행을 떠났다. 국내로 시작해 조금씩 멀리 해외로 다녔다. 물론 학업과 교외활동도 열심히 했다. 인성도 나쁘지 않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해 도움을 자처한다. 길 잃은 강아지의 주인을 찾아준다고 수업에 늦기도 하고 학교에 있는 길고양이 먹일 쏘시지를 가방에 넣고 다녔다. 쇼셜네트워크에서는 2천명 가까운 회원들이 아이의 글에 공감해주는 중이다. 전공이 영어 영문학이었던 아이는 취업에 필요한 영어성적과 한국어 능력시험도 높고 영어회화도 가능하다. 2 외국어인 불어와 컴퓨터 관련 자격증도 있다. 공부에 아르바이트, 여행까지 하면서 그 모든 것을 해낸 아이가 대견할 지경이다.  

 그런데 인터시험을 보기위해 이력서를 넣었는데 떨어진다. 가끔 면접에 오라는 기쁜 소식에 들떠서 임하지만 최종합격소식은 없다. 정규직 사원을 뽑는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넣어보지만 감감무소식이다. 다행이 서류전형에 통과해 인 적성검사 시험을 치를 기회를 얻었지만 그 다음 소식이 없다. 아이는 자신에게 부족한 게 무엇인지를 찾아 특강을 듣고 취업을 위한 스터디그룹에 들어가서 친구들과 함께 모여 취업을 준비한다. 성실함을 무기로 열심히 취업의 문을 두드리는 중이다.

 그런 아이를 보고 있으니 꼭 부모 잘못 같다. 가정형편에 무리가 되더라도 한 학기 정도는 교환학생으로 외국으로 보냈어야 했나? 적성에 맞지 않아도 이공계를 진학하게 했음이 옳았나? 빚을 내서 고액과외라도 시켜 최종학력이 SKY가 되었으면 달라졌을까? 특별한 재능 없이 평범하게 낳아준 부모의 문제인가. 든든한 배경을 가지지 못해서? 이도 아니라면 기업에서는 동일조건이라면 남성들을 더 선호한다고 하니 여자라서 인가. 이 모든 것이 문제가 아닐까하여 때늦은 후회가 많아지는 요즈음이다.

 물론 아이가 더 많이 준비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취업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한 학생들에 비교하면 많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특별한 기술을 가지지 못했고 아이가 가진 스펙은 평범한 수준일수도 있다. 도대체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인가. 아이가 가고 싶다고 지원한 곳에 들어간 사람들은 무엇을 얼마나 더 했기에 취업이 되었는지 되묻고 싶은 심정이다.

 어쩌면 아이를 잘 못 키웠는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하든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했다. 타인을 존중하는 사람이 되라고 했다. 공부보다 인성이 바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돈 보다 꿈을 좇아야 한다고 했다. 많이 보고, 많이 읽고, 많이 느끼며 가슴 따뜻한 사람이 되라고 했다. 그게 옳다고 믿었다. 아무래도 아니었나보다. 좋은 대학에 가고 입학과 함께 취업을 위한 공부만으로 4년을 보내야 했나? 꿈보다 현실을 보라고 했다면 지금쯤 취직을 했을까.

 수없이 입사지원서를 쓰는 아이에게 긴 인생길에 조금 늦어도 실패는 아니라고 보듬다가 묻고 싶어졌다. 국민세금으로 억지로 만든 일자리만 늘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님을 모르고 있나? 왜 복지에 앞서 기업규제를 최소화하고 경제적 자유를 확실하게 보장하지 않는가? 기업부담이 줄고 고용시장에서 유연성 확보되면 일자리는 자동으로 늘어날 텐데. 모두가 노력중인데 내가 모르고 있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이 오기는 할까?

 이제 출발점에 선 94년생 딸아이.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한 것 같고 부모가 할 일도 어지간히 다한 것 같은데 그럼 이 책임은 누가 져야할까? 열심히 살라고만 해야 하나? 부모노릇이 갈수록 힘들다.

                                                                          에세이스트 2018년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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