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3번의 직업을 바꿨지만 돌이켜보면 자식 교육부터 시작해 20년 가까이 수험생 뒷바라지를 하고 있으니 인생의 반은 교육하기에 바쁜 삶을 사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입시 교육의 달인과 같은 자부심도 있다. 그런데도 가끔은 교육의 이상과 현실에서 방황하고 있는 나와 마주할 때면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
본시 교육은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을 바탕으로 재주와 능력을 잘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체험 기회도 많아야 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결정할 만큼의 시간도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은 일찍부터 성적 경쟁에 내몰려 자신보단 타인을 더 의식하며 공부에 떠밀려 살아가고 있다. 나는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사교육 사업의 특성상 오로지 명문대 진학을 위한 일에만 전념하고 있다.
과거 한 교실에 학생 수가 60명이 넘던 시절에는 주입식 교육이 지금보다 더 팽배했다. 당신 딸이 일등만 하기를 원했던 부모님은 노래 부르기와 글쓰기를 즐겨하는 나를 못마땅해했다. 초등 5학년 담임선생님이 글재주 있다고 칭찬한 걸 두고 어머니는 “글쟁이는 다 굶어 죽는다던디.” 하며 달갑지 않아 했다. 아버지는 TV 타려고 중구구청 노래대회에 몰래 나간 나를 귀신같이 알고 쫓아와 심사위원들에게“공부 안 하고 온 저 아이 탈락시키세요”말하며 박카스 한 병씩 돌릴 만큼 강하게 반대했다.
사회생활 하면서 교육의 목적은 직장생활의 성공이 아니라 지성인을 만들어 내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결혼하면 자식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다 밀어주겠다 다짐했다. 그러나 자식을 낳아 키워보니 공부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은 내 부모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 하지 않았다.
꽹과리, 징, 장구, 북을 잘 다루던 딸이 취미로만 할 줄 알았는데 고교생이 된 후는 사물(四勿)놀이패가 되어 주말마다 공연하려 다녔다. 나는 입시준비에 전념해주길 바라며 필사적으로 말렸다. 적성에 맞는다는 딸에게 사물(四勿) 쳐서 밥 먹고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느냐며 더는 지원 없다고 소리소리 질렀다. 아들은 요리에 관심이 많아 가족을 위해 종종 수준 높은 요리를 만들어 주었고, 우리는 맛있게 즐겼다. 그러나 막상 요리를 전공하고 싶다고 할 때는 그 정도의 재능은 아니라며 반대했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면서 취직 잘 되는 공대로 진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리나 포올러스』가 쓴 ‘꽃들에게 희망을 (hope for the flower)’에서는 애벌레들이 수많은 기둥을 만들며 끝이 안 보이는 꼭대기를 향해 올라가는 모습을 묘사했다. 주인공인 줄무늬 애벌레는 기둥에서 만난 노랑 애벌레와 맨 위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다른 애벌레들을 짓밟고 기둥을 오르지만, 곧 포기하고 내려와 서로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싫증을 느낀 줄무늬 애벌레는 다시 혼자 기둥을 오르다가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날아가야 함을 깨닫고 나비가 된다. 이어 노랑 애벌레도 줄무늬 애벌레의 도움을 받아 같이 날아오른다. 즉 어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발전한 모습이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이상적인 이론과 실제는 이어져 있는 하나의 존재이지만, 완전히 똑같아지기란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가장 온전하고 이상적인 모습의 이론을 이 복잡다단한 세상에 살면서 충실히 반영되길 바라는 그 자체가 모순이지 싶다. 결국, 완벽함이 아닌 아름다운 조화를 향해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